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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악재, 소진된 체력…‘검은 월요일’ 뒤 장담 못할 반등

5일 주식시장과 외환 시장이 얼어붙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7.46% 하락하며 4년7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5일 주식시장과 외환 시장이 얼어붙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7.46% 하락하며 4년7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악몽과 같은 하루가 지났다. 5일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시간은 수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2주 연속 맞는 ‘검은 월요일’로 시장은 약해진 체력의 마지막까지 소진한 분위기다.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현실화
재점화된 미ㆍ중 무역분쟁도
불확실성 키우며 악재로 작용
아시아 통화 절하도 나쁜 신호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예측은 어렵다. 시장을 둘러싼 악재들이 더 많아진 데다 분명해져서다. 시장의 체력은 더 고갈됐다.
 
 5일 국내 증시는 질풍노도의 소용돌이에 있었다. 코스피 지수는 2.56% 하락하며 3년1개월여 만에 최저치(1946.98)를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는 하루 새 7.46% 미끄러졌다. 낙폭으로 따지면 세계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가장 컸다.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정지시키는 사이드카도 하락세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검은 월요일’은 데자뷔처럼 반복된다. 지난달 29일도 먹구름이 주식 시장을 뒤덮었다. 코스닥 지수는 4% 떨어졌다. 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618.78)까지 밀렸다. 코스피 지수도 1.78% 떨어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다음날 충격을 다소 털어냈다. 지난달 30일 증시는 반등하며 악몽을 떨어냈다. 코스닥 지수는 1.11% 올랐다. 코스피도 0.45% 상승했다. 놀란 투자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6일에도 비슷한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반응은 비관적이다.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일주일새 시장을 둘러싼 대외 여건이 더 나빠진 탓이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조치는 현실이 됐고 휴전에 돌입했던 미ㆍ중 무역분쟁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잠시 올랐던 원화가치는 5일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전문가들은 말을 아낀다. 바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악재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중첩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하루 뒤를 섣불리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유는 충분하다.  
 
 박 센터장은 “전례없는 일본과의 무역 마찰이 현실화한 데다 장기화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미ㆍ중 무역분쟁이 재점화된 데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시장 지수 비중 조정에 따른 외국인 수급까지 안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어느 곳 하나 기댈 구석을 찾기도 어렵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역대 최저 수준인 0.83배까지 떨어지고 난공불락으로 보였던 코스피 1950선도 너무 쉽게 깨졌다”며 “반등의 빌미는 반도체에서 나와야하지만 개선될 수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안 보인다”고 말했다.
 
 미ㆍ중 무역분쟁과 한ㆍ일 무역 갈등은 시장의 악재로 불확실성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말에나 결론이 날만큼 그때까지는 악재로 시장을 흔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의 바닥을 확인하려면 다음달 미국의 실제 관세 부과 여부와 오는 28일에 일본이 정말 까다롭게 수출 심사를 할 것인지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그때까지 주가가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환율 리스크도 이번에는 시장을 주저앉힐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17.3원 내린 1215.3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6년 3월 9일 이후 3년 5개월만의 최저치다. 원화가치와의 연동성이 큰 중국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 아래로 떨어지며 원화가치 하락은 더욱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적으로 통화가치 절하 문제가 나타났는데 위안화가 지지선이 되기보단 (통화가치를) 같이 끌어내리고 있어서 걱정된다”며 “신흥국 통화가 전반적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게 좋은 신호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이 살아나기 위한 투자 수요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관투자가는 신규 자금 유입 부족으로 주식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연기금도 적극적으로 ‘사자’에 가세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외국인에 휘둘리는 시장이 됐지만 이들이 한국 주식을 사들일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 고태봉 센터장은 “외국인 입장에선 원화 가치의 급락이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매수나 매도에 나서지 않고 기다릴 것”이라며 “그동안 국내 주식을 사지 않았던 연기금이 지난 이틀 동안 약 1조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주가를 끌어올릴 동력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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