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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열두발자국] 이민화 교수님을 떠나보내며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한국의 4차산업 혁명은 물거품이 되었다. 4차산업 혁명은 공유경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다 갈등에 대한 정부의 조치는 4차산업혁명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은 망국적 조치다. 데이터와 클라우드 규제에 이어, 공유경제 갈등해소 역량부족은 한국을 4차산업 혁명 경쟁에서 탈락하게 한다.”
 

“4차산업 혁명 요체는 규제혁신”
혁신의 시대, 큰 어른 잃었지만
철학·비전은 통찰의 등대될 것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이민화 교수님이 소셜미디어에 남긴 글이다. 제4차산업 혁명의 밑그림을 그리고 규제혁신을 위해 열정적으로 애써오신 분답게, 그의 마지막 글에는 애정 어린 비판이 서려 있다. 불과 며칠 전에도 잠시 만난 자리에서도 한국이 ‘4차산업 혁명의 갈라파고스’가 돼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하셨다. 삶을 마무리하기엔 이른 나이인 66세에 급작스럽게 돌아가셔서, 그 말씀이 마지막이 되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공유를 통하여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혁신을 촉발하여 사회적 가치창출과 가치분배를 선순환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 본질이다. 과거 오프라인 중심의 1,2차 산업혁명의 소유경제에서 공유지는 비극이었다.  
 
그러나 3차 산업혁명이 만든 온라인 세계에서 공유지는 희극이 되면서 공유경제가 부상했다. 그러나 온라인 공유 경제의 규모는 전세계 경제의 5%에 불과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하는 O2O경제의 급속한 확대로, 2030년이면 공유경제가 전세계 경제의 절반을 초과하게 된다. 공유경제가 경제의 변방에서 주류 영역으로 부상한다는 의미다.”
 
각별히 공유경제를 강조해 온 이 교수님은 우리 정부가 규제를 제대로 혁신하지 못해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지 못할 것을 크게 걱정하셨다. 기존 산업과 새로운 산업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이익집단들을 적당히 타협시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편에 서서 새로운 가치와 서비스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필자가 세종 스마트시티 국가시범 도시의 총괄기획 제안을 받았을 때도, 스마트시티 개발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규제혁신이며 스마트시티를 구현하는 과정이 곧 제4차산업 혁명을 올바르게 안착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격려해 주셨다. 당시에는 충분히 실감하지 못했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은 절실히 통감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성공의 8할은 이 교수님께서 그토록 강조하셨던 ‘규제혁신’이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그것이 시민들을 위한 서비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를 용납하고 심지어 시행착오를 귀하게 여기는 혁신정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험하면 안 된다’는 태도와 ‘전례가 없는 시도’에 대한 보수적인 규제가 스마트시티 진행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교수님 말씀처럼 스마트시티 성공의 8할은 ‘혁신은 시행착오와 이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온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깨닫는 것이다.
 
“산업의 창조적 파괴를 포용하는 국가는 발전하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몰락한다는 것이 지난 250년 산업혁명의 역사다. 기존 산업의 낡은 이권, 즉 지대(地代)를 보호하기 위하여 신규 산업을 가로막는 국가에 미래는 없다. 신규 산업과 기존 산업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량이 4차 산업혁명에서 필요한 국가의 역량이다. 이미 주요 국가에서 천명된 원칙은 국가는 신규 산업과 기존 산업 중 어느 편의 손을 들어주지 말고, 소비자의 손을 들어 주라는 것이다.”
 
10여년 전, 카이스트 영재기업인 프로그램을 도우면서 이 교수님과 인연을 맺었다. 청소년들을 위한 일종의 기업가정신 교육과정인데, 며칠 전 이 교수님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특허가 무려 3000건이 되며, 창업한 기업도 30개가 넘는다”고 자랑하셨다. 이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지식재산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정신을 가르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보람이라고 하셨다.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의 학생들을 지도할 때도 창업할 때 가져야할 마음가짐과 제4차산업 혁명으로 대표되는 ‘현대 산업의 지형도’를 명쾌하게 설명해주셨다.
 
이 교수님의 가르침은 지금은 귀에 쩡쩡하다. 그런 분이 먼저 세상을 떠나 황망하기 이를 데 없다. 의지하고 가르침을 받았던 후학이자 동료로서 길을 잃은 느낌이지만, 이 교수님의 말씀을 새기며 실천에 옮길 것을 다짐해 본다. 혁신과 기술의 시대, 우리는 큰 어른을 잃었지만, 그분의 철학과 비전은 두고두고 우리에게 통찰의 등대가 될 것이다.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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