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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카'까지 발동한 코스닥···예고된 악재에도 무너졌다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51.15포인트(2.56%) 하락한 1,946.98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51.15포인트(2.56%) 하락한 1,946.98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예고된 악재에도 국내 금융시장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원화가치는 하루 만에 달러당 17원 넘게 내렸고 코스닥 지수는 12년 만에 가장 많이 빠졌다. '약골'이 된 증시는 바닥을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7.3원 내린(환율은 오른) 달러당 1215.3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3거래일 동안에만 달러당 32.2원이나 떨어진 원화가치는 2016년 3월 9일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위안화 '포치'에 원화가치 동반 하락 

이날 원화가치는 '포치(破七·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 밑으로 떨어지는 것)'를 맞은 중국 위안화와 같이 움직였다.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1일부터 약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미중 무역 분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 컸다.
 
서정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재점화하고 나서 위안화가 가파르게 약세를 보였다"며 "위안화 시장은 중국 인민은행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되는 시장이기 때문에 글로벌 유동성이 위안화의 대안으로 우리나라 원화를 팔기 시작하면서 원화가치를 강하게 끌어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약세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봤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은 특성상 쏠림 현상이 있다"며 "지금 외국인들은 펀더멘탈보다 투자 심리 악화에 훨씬 더 많이 작용 받고 있기 때문에 원화가치가 단기적으로 달러당 1250원까지 갈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와 달러 지폐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5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와 달러 지폐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코스피 3년 1개월 만에 최저 

원화 자산인 국내 증시는 쑥대밭이 됐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56%(51.15포인트) 내린 1946.98에 마감했다. 2016년 6월 28일(종가 1936.22) 이후 3년 1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미국과 중국 무역 분쟁이 재점화한 데 더해 지난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하는 등 대외 악재가 시장을 동시에 덮친 영향이 가장 컸다. 외국인 투자자는 장 초반부터 순매도로 일관하며 3144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투자자들도 총 332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뒤를 따랐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여러 대외 악재를 반영해 매도에 나섰다면 개인은 투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이라는 게 학습효과라는 게 있어서 코스피가 지난해 10월, 올해 1월 기록했던 저점을 깨고 내려가자 개인투자자가 공포에 질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 자체가 외국인의 작은 수급에도 휘둘리는 '얇은 시장'으로 변했단 얘기도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단 몇백억이라도 사면 지수가 올라가고, 팔면 빠지는 등 시장 자체의 수급이 굉장히 얇아졌다는 게 문제"라며 "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도 신규 자금이 안 들어오면서 매수세를 못 보여주고 있고 연기금도 강하게 '사자'에 나서지 않으면서 외국인들에 의해 좌우되는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사이드카 발동한 코스닥 시장 

코스닥 지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46%(45.91포인트) 떨어진 569.79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2015년 1월 8일(종가 566.43) 이후 4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낙폭은 2007년 8월 16일 이후 약 12년 만에 가장 컸다.
 
코스피·코스닥 추이. [연합뉴스]

코스피·코스닥 추이. [연합뉴스]

 
대외 악재에 더해 바이오 중심의 시장 구조가 이런 참사를 불러왔다는 평가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선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 실패 소식이 알려진 신라젠이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바이오주가 줄줄이 하락했다.
 
서정훈 책임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은 시총 상위종목이 대부분 바이오라는 점에 있어서 실적 예상치나 PER 등 펀더멘탈 요인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금리나 환율 등 유동성 요인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다 기댈 수 있는 게 위험 선호 심리뿐이라 유독 과민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바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이경수 센터장은 "지수의 하단을 평가할 땐 PER(주가를 이익으로 나눈 값), PBR(주가를 자산가치로 나눈 값) 등의 지표를 쓰는데 지금 문제는 분자에 들어가는 주가보다는 분모에 들어가는 이익이나 자산가치가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이나 한일 수출 갈등으로 향후 이익을 추정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일반적인 밸류에이션 기준으로 주가의 바닥을 잡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9월에 미국이 정말로 중국에 10% 관세를 부과할지, 이달 28일에 일본이 정말 까다롭게 수출 심사를 할 것인지 등 상황 자체를 통해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을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아시아 주요 지수 중 하락폭 가장 커 

한국 증시만 흔들린 건 아니었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이날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이날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4%(366.87포인트) 내린 2만720.29에 거래를 마쳤다. 대만 가권 지수도 전날보다 1.19%(125.63포인트) 내렸다. 한국 증시는 아시아 주요 증시에서 가장 많이 빠졌다.
 
글로벌 악재가 쏟아지면서 돈은 금이나 채권시장에 몰렸다.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이 치솟고 있다.
 
5일 KRX금시장에서 금값은 개장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5일 KRX금시장에서 금값은 개장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금시장에서 금 1g은 전날보다 1800원(3.25%) 오른 5만7210원에 마감했다. 지난 2014년 3월 KRX금시장 개장 이후 역대 최고가다. 하루 금 거래량도 처음으로 200kg을 넘어선 약 206kg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하루 평균 거래량(약 30kg)의 7배 수준이다.
 
채권 금리도 속절없이 떨어졌다. 같은 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088%포인트 내린 1.172%, 10년물은 0.096%포인트 하락한 1.253%에 거래됐다. 역대 최저치다. 채권 금리가 떨어졌다는 것은 역으로 채권 몸값이 올랐다는 의미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국과 일본의 무역 갈등은 물론 미·중 무역 전쟁이 재점화되면서 세계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쏠리고 있다"며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연말까지 금이나 채권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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