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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미국·중국·북한의 각자도생…동북아 안보 격랑

동북아 외교안보의 균형추가 근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2일 일본의 화이트국가 배제 결정으로 한·일 간에 본격적인 경제 전쟁에 돌입한데다, 미국은 중거리 핵전력 폐기 협정(INF) 탈퇴 직후 인 3일 아시아 동맹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뜻을 천명했다. '중국몽'을 위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중국의 군비 확장을 억제하겠다는 미국의 정면 승부수다. 일본은 미국과 손잡으면서도 미국이 요청한 호르무즈 해협에의 자위대 파견은 거부했다. 그런 가운데 북한은 3연속 미사일(방사포)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북한의 각자도생이다.   

미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 방침”에 중 반발
일본도 미국과 손잡지만 호르무즈 파견은 거부
"미국 중심 동북아 질서 무너져, 5국 각자 도생"

 
격랑의 세계 휩쓰는 외교, 안보 난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격랑의 세계 휩쓰는 외교, 안보 난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원인은 단순한 갈등을 넘어 국제 질서 재편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미국 중심으로 움직였던 국제질서의 규범과 규칙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지정학적으로 외교가 중요한 한국으로서는 첩첩산중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국가 이기주의가 우선인 상황에선 외부 환경에 민감한 한국의 취약성이 더욱 커진다”고 우려했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중국간 대결 분위기 속에서 현 정부의 안보 전략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① 미 vs 중, 무역전쟁 이어 군비 경쟁 2라운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6월 말 일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회동해 무역전쟁과 관련한 어떤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다. 사진은 2017년 11월 중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환영회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6월 말 일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회동해 무역전쟁과 관련한 어떤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다. 사진은 2017년 11월 중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환영회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심화하고 있는 미중 무역갈등 상황은 한국은 물론 전세계를 흔드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1일 자신의 트위터에 “9월 1일부터 3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약 10%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 무역협상 재개와 추가관세 보류에 합의한지 약 한달 만에 합의를 깨고 추가관세 부과를 발표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왔다. 그가 25%가 아닌 10% 관세를 꺼내든 것은, 일단 다음달로 예정된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은 지금 서로 물러날 수 없는 한 판을 벌이고 있다”며 “단순한 관세 전쟁이 아닌 새로운 세계 질서를 두고 준 전시 상태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 간 핵전력을 규제해 온 INF 조약에서 미국이 탈퇴한 뒤 나온 첫 공식 발언은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사거리 1000~5500km) 배치 의사였다. 현재 주일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오키나와에서 중국 베이징까지의 거리는 1840km에 불과하다. 중거리 미사일 배치가 현실화되면 중국으로선 가만있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수 있다.  
 
미 육군은 다영역 작전이 일환으로 2018년 하와이에서 지대함 미사일 발사 시험을 가졌다. [사진 미 육군]

미 육군은 다영역 작전이 일환으로 2018년 하와이에서 지대함 미사일 발사 시험을 가졌다. [사진 미 육군]

 
실제 미국은 중국이 INF 조약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했다고 보고 있다. 미 태평양사령관이었던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는 2017년 4월 미 의회에서 "중국이 배치한 탄도 및 순항 미사일의 95%가 INF 조약 가입국 위반사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중거리 미사일 배치가 중국 군사력 확장에 대한 견제 의도인 셈이다.  
 
중국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3일 "지난해 미국 싱크탱크 공개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의 핵탄두는 각각 6450개와 6490개를 보유했지만 중국은 280개 수준에 그친다"며 “미국의 목적은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 대사도 3일 “미국이 중국을 INF 탈퇴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후속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②한 vs 중 사드 갈등도 여전한데…미사일 배치는 ‘어불성설’ 

 
[주한미군 "평택기지서 '비활성화탄' 사드 발사대... 주한미군 "평택기지서 '비활성화탄' 사드 발사대 장착 훈련"   (서울=연합뉴스) 주한미군은 지난주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에서 '비활성화탄(inert)'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에 정착하는 훈련을 했다고 24일 밝혔다. 2019.4.24 [주한미군 제35방공포여단 페이스북]   photo@yna.co.kr/2019-04-24 07:25:58/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주한미군 "평택기지서 '비활성화탄' 사드 발사대... 주한미군 "평택기지서 '비활성화탄' 사드 발사대 장착 훈련" (서울=연합뉴스) 주한미군은 지난주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에서 '비활성화탄(inert)'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에 정착하는 훈련을 했다고 24일 밝혔다. 2019.4.24 [주한미군 제35방공포여단 페이스북] photo@yna.co.kr/2019-04-24 07:25:58/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미·중간 군사적 대립 구도가 심화될수록 한국은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17년 중국과의 외교갈등으로 번졌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 배치 문제다. 2년을 끌어온 사드 갈등에 대해 한국 정부는 봉인됐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한중관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ARF 회의에서 참석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사드 문제를  재차 거론하며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발표된 중국 국방백서에서도 사드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지난 6월 시진핑 주석도 G20 계기로 열린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다시 거론했다.  
 
 인사말 나누는 한중 외교장관   (방콕=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양자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며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2019.8.1   uwg806@yna.co.kr/2019-08-01 12:58:53/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인사말 나누는 한중 외교장관 (방콕=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양자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며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2019.8.1 uwg806@yna.co.kr/2019-08-01 12:58:53/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하려 할 경우 한중관계는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다만 미 정부 관계자들은 한국에 미사일 배치를 검토하느냐는 중앙일보의 질문에 “배치 국가가 어디가 될지 미래 가능성을 추측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③한 vs 일, 치고 받는 사이 손 놓은 미국은 방위비 청구서만  

 
한ㆍ일 관계를 두곤 2일 양국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말이 나왔다. 일본의 화이트국가 배제 조치 강행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생중계로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다음주 8ㆍ15 광복절에서도 이같은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이 기대했던 미국의 중재 역할은 '바램'으로 끝나가는 분위기다. 오히려 미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자기 몫을 챙기는 데 혈안이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을 위해 이동 중 '존 볼턴 방한 항의' 집회 참석자들을 향해 손 흔들고 있다. 변선구 기자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을 위해 이동 중 '존 볼턴 방한 항의' 집회 참석자들을 향해 손 흔들고 있다. 변선구 기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논의가 한국과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사일 배치에 따른 관리 비용 부담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④남 vs 북, 북한의 ‘한국 패싱’…발사체 3연타 도발  

  
지난 5월 4일 동해 해상에서 열린 화력타격훈련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 발사 모습. [연합뉴스]

지난 5월 4일 동해 해상에서 열린 화력타격훈련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 발사 모습. [연합뉴스]

남북관계도 고민거리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에 이어 31일엔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이달 2일엔 두 발의 단거리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쐈다. 한ㆍ미가 5일부터 진행하는 연합군사훈련 ‘19-2 동맹’ 전에 반발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이나, 훈련 기간 중 어떤 후속 대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지금 한국이 아니라 미국과 대화해야 하는 때라는 판단 하에 남북 관계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우려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이 핵능력 고도화에 조용히 박차를 가하고 있을 거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박인휘 교수는 “한ㆍ일 관계로 궁지에 몰린 한국 정부가 기댈 곳은 남북 관계뿐이라는 점을 북한은 십분 활용할 것”이라며 “한국을 더욱 애태우면서 자신들의 입지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수진·박성훈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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