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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후기는 다 티 나요.” 2030 여성 60%가 사용하는 이 앱이 사는 법

 흔히 한국은 전 세계 화장품 브랜드의 테스트 시장으로 불린다. 트렌드가 빠르고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많은 데다 까다롭게 고르는 소비자들이 많아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화해 이웅 대표 인터뷰

이런 한국의 화장품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고, 머무는 화장품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있다. 지난 2013년 7월 시작해 현재 다운로드 780만 건, 유저 700만 명, 월간 활성화 유저 수 130만 명을 기록하고 있는 화장품 정보 플랫폼 ‘화해’다. 주요 화장품 소비층인 이삼십대 여성의 경우 무려 60%가 이 앱의 회원이다. 이 정도면 ‘국민 앱’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지난 7월 31일 서울 마포구에서 국민 뷰티 앱 '화해'를 만든 이웅 대표를 만났다. [사진 버드뷰]

지난 7월 31일 서울 마포구에서 국민 뷰티 앱 '화해'를 만든 이웅 대표를 만났다. [사진 버드뷰]

 

어려운 성분 정보, 쉽고 의미있게 

‘화장품을 해석하다’의 약자인 ‘화해’는 까다로운 한국 뷰티 소비자들의 능력치를 한 뼘 더 올려주는 앱이다. 구매하려고 하는 화장품의 이름을 검색하면 해당 화장품 뒷면에 쓰여 있는 전 성분목록을 분석해 주의 성분은 없는지, 알레르기 유발 성분은 없는지 알려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알레르기 유발 주의 성분과 기능성 성분,  책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에서 참고한 20가지 주의성분,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에서 운영하는 스킨딥(SKINDEEP)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 등급 등을 참고해 제시한다.  
 
화해가 처음 만들어졌던 2013년만 해도 화장품의 성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야 케미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가 확산하면서 자신이 먹고 바르는 제품이 어떤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났다. 화해를 만든 이웅 버드뷰 대표(31)는 “처음에는 남자들을 위한 화장품 추천 앱을 구상했다”며 “남자들이 화장품을 살 때 어려워하는데 마치 전자제품의 스펙을 제시하듯 성분 정보를 제공해주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성분 정보를 제공하는 앱을 만들기 위해 공부를 하다 보니 남성뿐 아니라 화장품 소비자 전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화장품마다 전 성분목록이빼곡히 적혀있지만 무슨 말인지, 무슨 성분인지 알 수 없는 이름들을 쉽고 의미 있게 전달해준다면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겪는 필연적인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특정 제품을 검색하면 성분 정보가 보기 쉽고 알기 쉽게 제공된다. [사진 중앙포토]

특정 제품을 검색하면 성분 정보가 보기 쉽고 알기 쉽게 제공된다. [사진 중앙포토]

 
문과 출신 공동창업자 셋이 코딩과 포토샵을 배워가며 약 4개월간 고군분투한 앱이 론칭된 후 하루 12시간씩 손수 제품을 등록했다. 한 달만해도 쏟아지는 화장품 신제품은 수백 개. 포털 사이트 쇼핑 페이지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화장품들을 중심으로 처음 3천개 정도로 시작한 제품 성분 정보는 약 5개월 후 1만개까지 쌓였다. 5개월간 업데이트도 30번 넘게 했다. 초기 버전의 화해 앱에는 ‘문의하기’ 버튼이 정면에 크게 있었다. 이용자의 목소리를 듣고 기능 수정사항과 이용자들이 원하는 제품 정보를 최우선으로 반영했다.  
 

솔직한 화장품 후기, 쌓이니 강력한 콘텐트

이후 이용자들이 순조롭게 늘어났다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이용자들이 성분만 검색하고 바로 빠져나가 앱에 머무는 시간이 1분도 안 됐다. 회원 수는 늘어나는데 활성 이용자들이 적었다. 성분 정보 이외에 화장품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떠올렸다. 바로 화장품 사용 후기다. 당시 소수의 블로거 위주로 업로드되던 화장품 사용 후기는 제품 협찬을 받아 작성되는 광고 성격의 후기가 많았다. 제품의 단점도 말할 수 있는 솔직한 다수의 후기가 필요했다. 또한 단순 나열식 제품 정보보다는 후기 작성자에 대한 정보(피부 타입, 연령 등)가 있어야 읽는 사람에게 가치 있는 정보가 될 것 같았다. 성분 정보 외에도 제품 사용 후기를 적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른 사람의 화장품 후기를 보고 싶으면 내가 사용했던 화장품의 후기를 하나 적도록 했다. 두 번째 전환점이었다. 성분 정보보다 강력한 콘텐츠가 쌓이기 시작했다. 현재 화해에 누적된 이용자들의 사용 후기는 420만개다.
  
성분 정보보다 실제 이용자들의 솔직한 후기가 화해의 진짜 무기다. '내 피부 맞춤' 탭을 활성화시키면 비슷한 피부타입과 연령대의 이용자가 쓴 후기가 가장 먼저 보인다. [사진 화해 앱 캡춰]

성분 정보보다 실제 이용자들의 솔직한 후기가 화해의 진짜 무기다. '내 피부 맞춤' 탭을 활성화시키면 비슷한 피부타입과 연령대의 이용자가 쓴 후기가 가장 먼저 보인다. [사진 화해 앱 캡춰]

 
물론 전제가 있다. 광고성 후기가 아닌 믿을 수 있는 후기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웅 대표는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후기가 화해의 핵심 콘텐트”라며 “처음 후기 작성을 시작했을 때부터 모든 후기를 일일이 검수했다”고 했다. 실제 화해에서 제품 후기를 적으면 곧바로 등록되지 않고 ‘확인 중인 리뷰’라는 표시가 뜬다. 처음에는 이를 걸러낼 기술이 없어 모든 리뷰를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확인했다. 후기를 관리하는 정보 관리팀을 두고 광고성 후기인 것 같으면 블라인드 처리를 해 보이지 않도록 했다. 처음에는 자의적으로 판단했지만, 차츰 패턴이 보였다. 의심이 가는 후기들은 알아보니 업체 이벤트로 작성하는 경우도 있었다. 데이터가 축적되니 거짓 후기를 잡아내는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었다. 지금은 어뷰징 리뷰(abusing review ·조작 후기)를 탐지하고 식별할 수 있는 자체 모델을 갖고 있다. 현재 화해에서 블라인드 처리되는 리뷰는 전체의 약 2%다. 올해부터는 이용자에게 맞는 후기를 추천하는 개인화 작업도 하고 있다.  
 
화해가 속한 버드뷰는 직원들의 성장을 돕는 회사로도 알려져 있다. 이웅 대표는 “사업 경험이 없었지만 매 순간 성장했기 때문에 회사가 망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직원들이 성장하면 회사의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에 직원이 성장할 수 있도록 회사가 판을 깔아주고 지원하고 싶다”고 했다. 버드뷰 60명 직원은 도서 구입비 교육비 무제한, 식비 무제한, 건강검진비, 운동비, 화장품 구입비 등 성장 지원 복지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 성과 평가가 아니라 성장 진단을 하고 인사팀을 성장관리팀으로 부른다. 버드뷰가 조직의 정체성을 자율적 성장 플랫폼으로 정의하는 이유다.  
 
'자율적 성장 플랫폼'을 꿈꾸는 버드뷰. 직원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라고 믿는다. [사진 버드뷰]

'자율적 성장 플랫폼'을 꿈꾸는 버드뷰. 직원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라고 믿는다. [사진 버드뷰]

 

아마존처럼, 오프라인 매장 낼 것

성분 정보뿐 아니라 후기, 랭킹, 각종 뷰티 콘텐츠, 전자 상거래까지 현재 화해는 화장품 이용자들이 모여드는 정보 플랫폼이 됐다. 이 대표는 “전체 한국 화장품 시장이 15조 원 정도 되는데 화해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아직은 작다”며 “현재 화해의 활성화 유저 130만, 이용자 780만의 규모는 앞으로 최소 3배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남녀노소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전체 시장이 모바일로 움직이고 있다는 데에서 기회를 봤다. 향후에는 오프라인 매장도 낼 계획이다. 화해가 처음 문제 인식을 했던 ‘정보 비대칭’ 문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정보를 얻으면서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는 매장을 구상 중이다. 이웅 대표는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북스를 만들었듯 새롭게 정의된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화해가 가진 데이터와 콘텐츠, 거대한 이용자 규모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톡톡 튀는 제품으로 아시아를 호령했던 K-뷰티의 기세가 요즘 한풀 꺾였다. 최근에는 K-뷰티 대신 J-뷰티(일본), C-뷰티(중국)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이웅 대표는 K-뷰티의 부진을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경쟁력 부재로 본다. 그동안 한류 등 한국 문화 콘텐츠가 결합하여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지만, 이 시기가 끝나고 K-뷰티 자체 매력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시기가 오자 중국 브랜드에도 밀리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모든 한국 화장품은 화해 이용자들의 평가를 받는다”며 “결국 본질적 경쟁력을 높이려면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있어야 하는데, 화해가 그에 일조할 것”이라고 했다. 플랫폼을 통해 주체적인 화장품 소비자를 늘리고 소비자 중심의 시장이 만들어지면 이에 맞춰 브랜드도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노력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한국 뷰티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꿈꾼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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