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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짜리 축구장 조명 켜자…속초해수욕장 쓰레기 사라졌다

강원도 속초시 조양동 속초해수욕장에 대형 조명시설이 생기면서 야간 수영이 가능해지자 피서객들이 늦은 시간까지 물놀이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강원도 속초시 조양동 속초해수욕장에 대형 조명시설이 생기면서 야간 수영이 가능해지자 피서객들이 늦은 시간까지 물놀이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축구장에서 쓰는 대형 조명시설을 해변에 설치하니 피서철마다 모래사장을 뒤덮던 쓰레기가 싹 사라졌습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8시 강원도 속초시 조양동 속초해수욕장. 해가 저물고 주변이 어두워졌지만 수많은 피서객이 바다에 들어가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해변 앞을 지나는 유람선에서 쏘아 올린 폭죽이 터지자 곳곳에서 탄성이 나왔다.

조명 설치 이후 속초해수욕장 쓰레기 50% 감소
강릉 경포해수욕장 등은 올해로 쓰레기로 몸살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도 올해부터 야간 개장

 
해변에서 만난 박찬욱(44·서울 신길동)씨는 “해변을 환하게 비추는 조명 덕분에 늦은 시간까지 수영할 수 있어 좋다”며 “고성 화진포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던 중 오후 6시부터 바다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아이들이 아쉬워해 1시간을 달려 속초해수욕장에 왔다”고 말했다. 옆에서 물놀이하던 딸 박고은(11)양은 “낮에 수영하는 것도 즐거웠는데 밤 수영은 뜨겁지 않아 더 좋다”고 했다.
 
속초해수욕장이 야간 개장했다. 야간 개장은 강원 동해안 92개 해수욕장 가운데 처음이다. 운영 기간은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0일까지다. 야간 수영 가능 시간은 오후 9시다. 속초해수욕장에서 야간 수영이 가능해진 건 고성능 LED 조명시설 덕분이다. 속초시는 지난 5월 13개의 고성능 LED 조명이 설치된 조명탑 2기를 해변 중심부에 설치했다. 1기당 가격은 1억원으로 총 2억원의 예산이 들었다.
 
일각에선 넓은 바다에서 야간에 수영이 가능해진 만큼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속초시는 야간 수영 허용구역을 150m 구간으로 정했다. 모래사장에서 30m를 수영경계선으로 정하고 야광으로 된 안전 부표 설치와 함께 안전요원 50여명을 배치했다. 해양경찰 구조정 1대와 수상 오토바이도 피서객 안전을 위해 수영경계선 인근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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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속초시 조양동 속초해수욕장에서 야간 수영을 즐기는 피서객들이 유람선에서 쏘아 올린 폭죽을 감상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강원도 속초시 조양동 속초해수욕장에서 야간 수영을 즐기는 피서객들이 유람선에서 쏘아 올린 폭죽을 감상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오후 9시까지 물놀이 가능 안전사고 우려도

노성호 속초시 관광해양레저관광계장은 “축구장이나 야구장에서 야간 경기 때 쓰는 조명시설을 설치하면서 모래사장부터 바닷가까지 150m 구간이 환해졌고 안전요원도 곳곳에 배치해 현재까지 안전사고는 한건도 없었다”며 “해변이 밝아지니 쓰레기와 음주·흡연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동해안 해수욕장은 여름철마다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아왔다. 속초해수욕장 역시 지난해의 경우 45일간의 개장 기간에 155t의 쓰레기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3.4t에 달한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5일 개장 이후 지난 30일까지 26일간 쓰레기 발생량이 44t에 불과하다. 하루 평균 1.7t으로 지난해 절반 수준이다. 속초시는 조명을 새벽까지 켜놓은 것이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속초시는 해수욕장 개장 이후 오전 4시까지 조명을 껴놓고 있다. 자정까지는 각 13개씩 총 26개의 조명을, 오전 4시까지는 8개의 조명이 해변을 비추도록 했다.  
 
이런 이유로 자정이 가까운 시간 속초해수욕장에서는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피서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사진을 찍으며 즐겁게 지냈다. 모래사장에서 쓰레기를 보기도 어려웠다. 야간 개장 소식에 경남 거제시에서 가족과 함께 피서를 온 구현수(47)씨는 “밤에 바닷가에 나오면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조명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1일 새벽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에서 환경미화원이 백사장에서 수거해온 각종 쓰레기를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새벽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에서 환경미화원이 백사장에서 수거해온 각종 쓰레기를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 대천 10일, 부산 해운대 11일까지

8년가량 해변 청소를 하는 홍영복(67·여)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아침에 청소하러 나오면 해변이 쓰레기장 같았다. 소주병·맥주캔 등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올해는 소주병은 한두개 보이는 것이 전부다”라고 말했다.
 
반면 강릉 경포해수욕장은 올해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새벽이 되면 밤사이 피서객들이 버린 술병과 음료수병, 과자 봉지 등으로 모래사장은 쓰레기장으로 변한다. 강릉시 관계자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이기 하지만 올해도 여전히 쓰레기가 많은 상황”이라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선 피서객들의 의식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해수욕장 야간 개장을 도입하는 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은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10일까지 일부 구간을 야간 개장했다. 이 기간엔 오후 9시까지 물놀이가 가능하다. 이용구간은 대천해수욕장 머드광장 앞 해상의 200m 구간이다. 이 밖에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은 2016년부터 극성수기에 야간 개장을 해왔다. 올해는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11일까지 운영된다.  
 
속초=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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