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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입히니 생생해진 근현대사 200장면

역사의 색

역사의 색

역사의 색
댄 존스, 마리나 아마랄 지음

“빛바랜 세계에 제빛 찾아주기”
흑백사진 디지털기술로 컬러화
1850~1960년대 인물·사건들
맥짚는 설명 붙인 보는 세계사

김지혜 옮김
윌북
 
자주색 원삼(한복 예복)에 황금색 대대(가슴 부분에 묶은 끈) 차림을 한 명성황후의 사진을 본 적이 있는가. 원래 흑백이었던 사진에 컬러를 입혀 새로 가공한 사진이 선보였다. 댄 존스와 마리나 아마랄이 지은 『역사의 색(The Colour of Time)』에서다.
 
물론 이 사진의 주인공이 명성황후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황후의 안전을 위해 궁녀들이 명성황후처럼 차려입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조선 왕실의 궁녀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원래 조선 시대 중전이 입는 원삼은 자주색이 아닌 홍색이었다. 어차피 채색한 사진이 임의로 제작된 것이라 색깔이 자주색이건 홍색이건 큰 의미는 없다. 다만 컬러풀한 사진이라 빛바랜 흑백사진보다 우리와 가까운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역사의 색』에는 명성황후뿐 아니라 세계 근현대사 주요 장면 200장이 실려 있다. 제국의 시대였던 1850년대부터 미·소 양대 초강대국 시대인 1960년대까지의 흑백사진을 현대적 디지털기술을 이용해 컬러사진으로 바꿔 놓았다. 책 저자들이 1만 장 넘는 사진 중 엄선한 것들이다.
 
『역사의 색』에 실린 명성황후 사진. 왼쪽 흑백사진에 컬러를 입혔다. 사진의 주인공이 실제 명성황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 윌북]

『역사의 색』에 실린 명성황후 사진. 왼쪽 흑백사진에 컬러를 입혔다. 사진의 주인공이 실제 명성황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 윌북]

흑백사진은 그 나름대로 묘미가 있다고 한다. 색을 배제함으로써 추상성이 강해지고 은유적이며 사진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컬러사진보다 현장성이 떨어지고 낯설어 보이기는 한다.
 
이는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역사에 색을 입힘으로써 지구 표면적의 5분의 1가량을 통치했던 영국 빅토리아 여왕과 프랑스 나폴레옹 1세의 조카이자 계승자인 나폴레옹 3세 등 170년 전 전성기를 구가했던 제왕들이 우리와 동떨어진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이 아니라는 느낌을 주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저자들은 “이 책의 의도는 빛바랜 세계에 제빛을 찾아주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엔 새로 발굴된 사진은 없는 셈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사진들도 다수 있다.
 
뭐니뭐니해도 역사적 인물의 컬러 사진이 가장 눈길을 끈다. 1871년 이탈리아 통일을 이룩한 영웅 주세페 가리발디에겐 그의 상징인 붉은 셔츠를 입혔다. 독일 첫 통일을 이룩한 철의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노년기, 청나라 말기의 실력자 서태후의 화려한 모습도 볼 수 있다.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을 배후 지휘한 블라디미르 레닌과 그를 승계한 무자비한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1922년 고리키의 별장에서 함께 찍은 사진도 새롭다. 나치 총통 아돌프 히틀러가 도르트문트에서 군대를 향해 연설하는 장면과 로마제국 부활을 꿈꿨던 이탈리아 파시즘 ‘일 두체(수령)’ 베니토 무솔리니의 끔찍한 최후의 모습도 채색됐다.
 
『종의 기원』 저자 찰스 다윈이 20년 넘게 기른 근사한 수염을 단 말년의 모습, 젊은 시절부터 길렀던 콧수염과 빗질하지 않은 헝클어진 머리칼을 자랑했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꿈꿨던 카를 마르크스가 런던의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도 흥미롭다.
 
도쿠가와 요시노부 쇼군에 대항했던 메이지유신의 주역인 사쓰마 번 사무라이들도 색을 입었다. 독일인에게 군사기밀을 팔아넘겼다는 반역 음모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가 결국 무죄로 복권된 프랑스 유대인 육군 대위 드레퓌스의 옆면과 앞면 사진, 보석이 박힌 머리 장식을 하고 몸매가 훤히 비치는 옷을 걸친 채 남성들을 매료시킨 관능적인 무희 마타 하리의 컬러사진도 이채롭다.
 
크림전쟁, 아편전쟁 등 전장의 참혹한 사진은 색깔을 입어 비극의 깊이를 더했다. 한국에서의 청일전쟁(철갑순양함 히에이호에 승선한 일본 수병들)과 6·25전쟁(포항전투에서 북한군 부상병을 포로로 잡은 남한군 병사들의 모습) 관련 컬러사진도 실렸다. 책 표지 컬러사진은 쿠바혁명을 이끈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장식했다.
 
저자는 사진마다 배경이 되는 시대의 간략하면서도 맥을 짚는 설명을 달아 이해를 쉽게 했다. 한장의 사진에 색 입히는 데 한 달 이상 걸리기도 했다고 한다.
 
2년여에 걸친 방대한 작업의 결과물은 ‘사진으로 보는 근현대 세계사’ 교양서로도 훌륭한 가치를 가진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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