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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너는 되는데 나는 왜 안 돼?

강홍준 사회 에디터

강홍준 사회 에디터

지난 주말은 상산고, 이번 주말은 서울지역 자사고(자율형 사립고)가 주요 검색어에 올랐다. 더불어 ‘김승환 아들·케임브리지’, ‘조희연 두 아들·외고’도 연관 검색어로 따라붙었다. 상산고와 서울지역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두 교육감이 정작 자기 아이들을 외국 유학과 외고로 보낸 행태를 두고는 지지자들조차 속으로 삭이고 이해해주긴 쉽진 않을 것 같다. 오죽했으면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에 “자사고 폐지를 공론화해달라”고 제안했을까. 국민 여론을 물어 한꺼번에 폐지하자는 발상이다. 자사고에 대해 여론 조사든 공론화 조사든 해보면 결과는 거의 같을 것으로 예상한다. 폐지 7, 유지 3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상산고는 자사고 폐지로 위치 상승
진보 교육감들 정신승리 이제 그만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진영은 자사고, 외고, 국제중 등을 귀족학교, 특권학교라고 비판해왔다. 귀족학교와 특권학교의 특징은 무엇인가. 극소수만 들어간다는 것이다. 졸업 후엔 좋은 대학 가고, 다시 사회 곳곳의 좋은 자리를 꿰찬다. 그러니 이런 학교가 있다는 건 대중을 화나게 한다. 외고·과학고 졸업생이 의대 가는 길을 제도적으로 막아놓으면서 반사이익을 누려온 자사고도 지난 10년 간 대중을 화나게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여론 조사를 해보자. 결과는 뻔하지 않을까. 나의 분신과 같은 자식이 그런 특권학교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상대적인 위치가 하락할 텐데 그런 학교를 그냥 놔둘 순 없다. 김 교육감이 국회에 나와 “상산고 졸업생 360명 중 275명이 의대로 가는 건 한참 잘못”이라고 주장했는데 그의 말은 팩트가 아닐지라도 우리 사회의 몹시 아픈 곳을 때렸다. 상산고는 이미 위치경쟁에 있어서 상위를 차지할 만큼 특권화되었으니 그대로 놔둬야 되겠느냐는 주장이자 일종의 선동이다.
 
외고와 상산고 그리고 의대는 위치재(positional goods)다. 위치재는 그걸 소비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남과 구별되는 재화와 서비스를 말한다. 상산고와 자사고, 의대 입학 경쟁은 남보다 우위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위치경쟁으로 볼 수 있다. 온갖 불편 무릅쓰고 강남 대치동 허름한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위치재와 위치경쟁으로 풀이할 수 있다.
 
위치재는 서열을 조장하는 것이어서 없앤다고 하자. 공직에 들어오기 전 교육을 잘 몰랐을 때(조희연) 지역 일반고·거점 국립대 거쳐 케임브리지 보낸 분(김승환)은 할 수 있어 했다고 하자.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됐나. 상산고와 같은 전국 단위 자사고는 그대로 건재한다. 속칭 상위권대에 진학하는 학생 비율은 전국 단위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한 서울 자사고보다 훨씬 높다. 전국 단위 자사고의 상대적 위치는 종전보다 더 올라갈 수도 있다. 자사고(광역 모집 단위)를 주저 앉혀 자사고(전국 모집 단위) 위치를 더 높게 해줬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수능으로 뽑는 정시모집 선발은 30%로 확대했다. 수시 축소·정시 확대가 진보교육감들이 보물로 여기는 혁신학교에 어떤 효과를 미칠지 생각하지 못했나. 혁신학교는 최소한 대학 입시에 있어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학부모들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손발이 맞아야 뭐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문재인 정부는 뭘 하려는 것인가. 이러니 “너희는 되는데 나는 왜 안 돼?”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됐다고 일반고 전성시대가 그냥 오지 않는다. 일반고 전성시대를 말하는 진보교육감들의 정신승리를 봐주기 참 힘들다. 일반고(인문계)는 본질적으로 대학 가기 위한 학교다. 일반고를 어떻게 살리겠다는 것인지 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강홍준 사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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