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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교육에 시장원리 도입’ 실험 10년 만에 흐지부지

교육부가 서울지역 자사고(자율형 사립고, 광역 단위 모집) 9곳과 부산 해운대고에 대해 일반고로 전환하는 데 동의하면서 자사고 운영 10년에 마침표를 찍었다. 자사고는 2009년 이명박(MB)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가 25개를 처음 지정한 뒤 한때 51개(서울 26개)까지 늘어났으나 이 가운데 8개(서울 4개)는 2015년 일반고로 자진 전환했다. 하지만 교육청 평가와 교육부 동의 절차를 거쳐 자사고가 일반고로 무더기로 전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부산 자사고, 모두 일반고 전환
학교 간 경쟁, 선택권 보장 등 명분
2009년 첫 지정, 한때 서울만 26개

경쟁 → 교육의 질 향상 입증 못 해
전교조 “불평등 키우는 신자유주의”

“강북지역 자사고 대거 전환하면
강남학교·사교육 시장으로 몰릴 것”

자사고 시대의 개막을 알린 것도, 10년 뒤 퇴장을 허용한 것도 교육부다. 이명박 전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는 2008년 12월 30일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제도 도입 등을 위한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일부개정령안 등 입법예고 실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학생의 학교선택권이 대폭 확대되고, 학교 간 건전한 경쟁이 촉진된다”라고 발표했다. 자사고가 도입되면서 일반고(사립·공립)와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특성화고(옛 실업계고), 자율고 등으로 학교 체제가 다양해졌다는 걸 알렸다.
  
DJ 때 민사고·상산고 등 자립형 도입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학교 선택은 1995년 김영삼 정부에서 발표된 ‘5·31 교육개혁안(1차 개혁안)’의 ‘학습자의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는 초·중등교육 운영’ 항목에 포함돼 있다. 자립형 사립고(현행 전국 단위 자사고)란 용어도 이때 처음 나왔다. 자립형 사립고는 평준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학교체제의 다양화,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기회 확대 등을 근거로 추진한다고 설명됐다. 자립형 사립고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10월과 2002년 6개교(민족사관고·광양제철고·포항제철고·해운대고·현대청운고·상산고)가 지정돼 시범 운영됐으며, 이명박 정부가 자사고의 틀 안에 편입했다.
 
안병영 전 교육부장관(연세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5·31 교육개혁 그리고 20년』이란 책에서 “5·31 교육개혁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세력은 전교조, 민교협, 교수노조, 범국민교육연대였다. 이들은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로 요약해 비판했다”라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 교육에 대해 여러 학자들은 “교육체제의 질 개선을 위해 학생·교사·학교 간 경쟁을 허용하고, 교육 수요자인 학생·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해주며, 획일화된 학교 형태를 다양화하려는 노력”으로 정의한다. 학교와 교사는 교육을 공급하는 공급자이고, 학생과 학부모는 소비자로 보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공교육 기관이 노력하면 자연스레 질 개선이 된다는 게 핵심 논리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선거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인규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대표(1999년 전교조 참교육실천위원장)는 “학생의 선택권 강화와 학교 간 경쟁은 교육에 시장 원리를 도입한다는 명목으로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를 재생산해 반대한다는 게 진보 진영의 일관된 반대 논리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 진영은 5·31 교육개혁안에 담긴 자립형 사립고에 대해 귀족학교로 일찍부터 규정했으며, 선택중심 교육과정·수준별 이동 수업·교원평가 등도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간주해 반대했다. 이인규 대표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반대는 전교조내 PD(People’s Democracy, 민중민주) 계열이 주도했으며, 교사들을 묶는 프레임으로 활용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사고가 10년 운영되면서 누구 말이 맞았을까.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자사고 등장 이후 일반고는 학생·학부모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다. 일반고에 들어간 학생들의 박탈감도 심했다. 자사고 정책은 전반적으로 보면 득보다 실이 컸다”고 평가했다. 김이경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도 “교육의 질 경쟁이 아니라 좋은 학생을 받는다는 선발 경쟁을 촉발했으며, 외고에 이어 자사고를 나온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을 거쳐 사회로 진출해 그들만의 카르텔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셸 리 교육감도 공교육 개혁 실패
 
이런 측면에서 자사고의 퇴장은 우파 교육논리의 패배를 상징한다. 경쟁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그들의 전제를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부터 로널드 레이건·조지 W 부시 등 공화당 정부는 학교 선택제(School Choice)를 강화했다. 공립학교이지만 자율권을 대폭 부여한 차터 스쿨(Charter School, 계약학교)을 대폭 늘려 공립학교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선택권을 강화했다. 2001년 아동낙오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NCLB)을 만들어 학교 평가를 통해 학업성취도 향상을 이끌어내지 못한 학교는 학교 문을 닫게 하는 등 공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경쟁 원리를 활용했다.  
 
김이경 중앙대 교수는 “미국 워싱턴 DC 교육개혁을 주도한 한국계 미셸 리 교육감이 학업성취도 결과가 좋지 못한 학교 문을 닫고, 무능한 교장을 몰아내는 등 공교육 개혁에 나섰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노조의 반발만 산 채 물러난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사고 정책을 추진한 당사자들은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자사고 지정 때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는 “강북 지역에도 학생들이 가고 싶은 좋은 학교를 키워 강남북 간 격차를 줄이려 했던 게 자사고 정책”이라며 “강북지역 자사고가 대거 일반고로 전환하면 강남 학교나 사교육 시장으로 몰리는 부작용 발생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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