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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성범죄 감형(減刑) 정보 커뮤니티의 두 얼굴

카페 정보가 성범죄자들에게 도망갈 구멍 만드는 ‘꿀팁’으로 전락 가능성
영리 목적으로 커뮤니티에 관여하는 법무법인 늘면서 실정법 위반 논란

현장취재
법률 정보 제공하다 범죄자 양성할라!

 
사진:getty images bank

사진:getty images bank

"수천만 원이 넘는 금액이 들더라도 합의하셔야 합니다.”
 
“그날 술에 취해 계셔서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다는 양형 자료와 합의 부분에서도 도와드리겠습니다.”
 
“모든 유선 상담은 무료입니다. 대화 가능하신가요?”
 
고려대학교 로스쿨에 재학 중인 S씨는 친한 친구로부터 성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이 모인다는 A 카페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호기심이 동한 그는 실상을 파악하고자 해당 카페에 직접 가입해 보았다. “회원이 되신 걸 환영합니다! 나의 사건 글쓰기에 사건 경위를 자세하게 쓰시면 중수 회원으로 등업 되십니다. 3일 이상 게시글 없는 회원분들은 자동 강등되니 유의해주세요.”
 
성범죄 관련 커뮤니티의 ‘대표’로 불리는 A 카페는 1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하루 수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성범죄 관련 정보를 얻고자 방문하는 곳이었다. 메시지를 받자마자, 그는 성범죄 피의자인 척하며 ‘나의 사건 글쓰기’에 가상의 글을 작성했다.
 
“술에 취해 직장 동료와 성관계 후 사진을 몰래 찍고 단톡방에 유포했는데 걸렸습니다. 현재 검찰에 송치 중입니다. 기소유예 가능성 있을까요?”
 
위와 같은 게시글을 올리자, 10분이 채 되지 않아 무료로 상담해주겠다는 법무법인 직원들의 이메일과 쪽지들이 빗발쳤다. 그는 게시물을 모두 익명으로 기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바로 연락이 오자 몹시 당황했다고 한다. “그저 어떤 곳인지 알고 싶어 글을 올려봤는데, 카톡 메신저로 변호사와 전화 연결을 즉시 도와주겠다고 해서 좀 놀랐어요.” “제 카톡을 어떻게 알았냐 물어보니 카페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네이버 아이디로 추적해서 연락했다고 했어요.” 취재에 응한 S씨는 A 카페에 관해 설명하면서 피의자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생긴 커뮤니티는 아닌 듯해 보였다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성범죄 카페’를 치면 어렵지 않게 해당 유형의 커뮤니티들을 접할 수 있다. 이곳에서 성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은 서로 선처 방법에 대해 고민하거나, 각자의 판례 등을 공유한다.
 
문제는 이런 카페 방문객들이 성범죄로 재판을 앞둔 가해자들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 카페가 입소문을 타자, 전문가들은 성범죄 커뮤니티를 두고 ‘동전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카페에 올라오는 지식이 성범죄자들에겐 도망갈 구멍을 만드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향후 범행이 발각됐을 경우 형벌을 줄이는 데 필요한 면죄부를 얻는 공간으로 인식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신도 성범죄 성공사례 주인공이 되실 수 있습니다.’
 
B 카페의 베스트 게시물 제목이다. 카페 회원들의 성범죄 사건을 기소유예나 증거불충분으로 끌어낸 경우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신뢰관계를 이용하여 잠을 자는 아르바이트 여학생에게 강제추행을 했지만, 자수를 통해 교육이수 조건부 기소유예를 이끌어낸 사례’ ‘지하철역에서 여러 차례 반바지나 치마를 입은 여성을 몰래 촬영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례’ 등이 그 실례다.
 

성범죄 대응 요령으로 ‘빼곡’한 커뮤니티 게시판

해당 유형의 커뮤니티를 두고 일각에선 커뮤니티 정보들이 피의자들에게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기 위한 ‘꼼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범죄는 대체로 증거가 없거나 입증 불가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성범죄 감형 정보 커뮤니티가 이런 점을 악용, 법망을 피해 가는 전략을 공유하는 가해자들의 모임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성년자 강간죄로 검찰에 송치 중인 피의자가 자신의 사건 경위를 올린 B 카페 게시글에는 “피해자가 13세 미만임을 절대 몰랐다고 주장하세요. 혼자 해결은 절대 불가능해 보입니다” “13세 미만이면, 합의된 관계 일지라도 무조건 처벌을 받습니다. 피해자 나이가 들어 보였다고 입증할만한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피해자 부모님과도 무조건 합의하세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아동청소년성매수로 검찰에 송치된 피의자가 쓴 글에는 ‘앱으로 연락했어도 직접 만나서 돈 주실 수 있었던 것 아니에요?” “직접 만나서 주시지… 계좌이체 및 연락처는 진정 독이 된다고 카페 변호사님께 들었어요”와 같은 정보가 유통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해당 유형의 커뮤니티들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가해자의 시각에서만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프레임이 재생산될 개연성이 다분한 것이다.
 
변혜정 전 여성인권진흥원장은 “카페 내에서 가해자들끼리 피해자를 폄훼하거나, 사건 경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재가공 후 공공연하게 공유하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가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실제 카페 관리자 중 대부분은 ‘피해자=가해자’ 프레임을 내세우며, “서로 고통스럽고 힘든 것은 모두 똑같다. 다만 차이점은 가해자는 벌이 두렵고 피해자는 상처가 무서운 것뿐이다”라며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으로 카페를 소개하고 있었다.
 
박진규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젠더 이슈와 관련해서 온라인 미디어가 갖는 양면성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로 정의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사회를 휩쓸었던 미투 운동의 흐름 속에서 온라인 공간은 성폭력 생존 여성들이 ‘나도 말한다(Me Too)’고 선언할 수 있는 존재로 재규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동시에 온라인 미디어는 성폭력 가해자들이 집단으로 성범죄를 은폐하고 왜곡하는 공간으로도 작동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성범죄 카페는 온라인 미디어가 백래시(backlash, 반발·반격)의 도구로서도 강력하게 활용된다는 점을 절실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성범죄 감형 정보 커뮤니티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법무법인들에 의해 개설되는 경우도 있다. 성범죄 가해자들이 범행 후 법적 조력을 받고자 이들 공간을 활용하는 건 탓할 바 아니다. 그러나 법무법인과 관련된 카페가 사건 수임의 통로로 기능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변호사 선임을 유도하는 미끼로 보이는 감형 ‘꿀팁’들”이 카페 내에 두루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조사해 본 결과, A 카페에서는 아직 경찰에 출석 전인 성범죄 ‘초보’ 회원들을 위한 성범죄 대응 매뉴얼을 단계별로 안내하고 있었다.
 
카페 관계자는 “경찰 출석 요청을 받았을 때, 무조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출석을 미루고 그 시간 동안 사건을 재구성하고, 경우에 따라 피해자와 합의를 보아야 한다”면서 ‘골든 타임을 버는 요령’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성범죄 초보 회원들은 경험이 부족해서 형사 앞에서 먹기 좋은 요리 신세가 되기 딱 좋습니다. 따라서 무조건 이 골든 타임 동안에 카페 제휴 변호사를 만나세요.” 등이 대표적이다.
 

카페 운영 관여하는 법무법인

성범죄 감형 정보 커뮤니티는 성범죄 초보 회원들을 위한 대응 메뉴얼을 단계별로 제시하고 있다. / 사진:네이버 카페 캡처

성범죄 감형 정보 커뮤니티는 성범죄 초보 회원들을 위한 대응 메뉴얼을 단계별로 제시하고 있다. / 사진:네이버 카페 캡처

A 카페 제휴 변호사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를 통해 “카페의 운영의 중요한 취지 중 하나가 진정 반성하고 사죄하는 회원들을 선처로 구제하는 것에 있다”고 동기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명감을 가지고 도와주는 것일 뿐이며, 카페 지식을 꼼수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변호사 입장에서 가려낼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며 반문했다.
 
다른 카페의 상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회원 수가 약 2000명 정도 되는 B 카페는 양형 자료가 될 수 있는 기본적인 반성문, 탄원서 외에 성범죄교육 이수 자료증, 봉사활동증명서, 기부내역서, 헌혈증, 장기기증서약서 등과 같은 실질적인 자료들을 구하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동시에 “양형 자료가 없어도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부터 만들면 됩니다” “친절하신 카페 변호사님께서 24시간 무료로 전화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니 언제든지 상담 신청하세요”라는 상담 제안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일부 카페는 변호사를 선임한 회원에게는 특전을 주기도 한다. 모 카페의 경우 회원이 ‘성범죄 초수/중수/고수/특별 회원’ 등의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변호사 선임을 통해 성공적으로 성범죄 사건을 해결한 회원은 자연스럽게 카페의 ‘특별회원’으로 승급한다. 또 이들이 카페에 자신의 판례나 사건을 통해 겪었던 갖은 지식을 공유하면 카페 관리자들로부터 금전적 혜택까지 얻을 수 있다. 카페를 관리하고, 카페 회원들과 카페 제휴 법무법인 변호사들을 연결해주는 업무를 주로 하는 카페 스텝들도 카페 운영에 대한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이런 현실과 관련해 대형 로펌에 근무 중인 변호사 K 씨는 “만약 변호사가 해당 유형의 사이트를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면서, 광고 행위, 수임 행위의 수단으로 삼는다면 변호사법 제23조(광고 관련)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법 23조 6조항에는 ‘부정한 방법을 제시하는 등 변호사의 품위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금하고 있다. K 변호사는 “단순히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 법률상담을 하거나 조언을 주고받는 것을 넘어, 법률가가 온라인으로 사람들을 모아 성범죄에 대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부분은 법적인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정법 위반 논란에 대응 나선 변협

이에 대해 대한변협 수석대변인 허윤 변호사는 ‘만약 카페 내에서 성범죄 가해 상황을 무마할 수 있는 꼼수들을 제시하면서 영업한다면 그 자체로 변호사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개인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인 이성희 변호사는 “해당 카페가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가해자들이 미리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해결책, 방법들을 습득하는 공간이 되면, 법무법인에 해당 범죄의 방조죄를 묻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형법상 방조 행위는 가해자(정범)가 범행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범행의 결의를 강화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정신적 방조까지 가능하기 때문이고, 죄를 범할 것인지 알지 못했다고 하여 형법상 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민사상 불법행위로서 과실 방조는 가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률구조공단의 관계자는 “로스쿨 제도 도입 후 변호사 수 증가로 법조시장이 포화로 가고 있다”며 “카페 운영을 통해 변호사 수임 경쟁을 펼치는 것도 새로운 법률 서비스 시장의 개척이 절실한 맥락에서 만들어진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성범죄 커뮤니티가 법조계의 논란거리로 대두하자 대한변협이 나섰다. 지난해 7월 2주에 걸쳐 해당 카페에서 운영진 등으로 활동하는 변호사들의 수임 행위가 변호사법 34조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했다. 결론은 ‘혐의없음’이었다. 변협 관계자는 “사건 수임이 아닌 광고 대가로 볼 수 있는 금품이라서 금지할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변협은 지난 4월 전국 회원에게 인터넷에서 변호사 업무광고 게시 시 광고 내용에 대한 유의사항을 다시 한번 안내했다. 변협은 “인터넷에서의 성폭력 범죄 사건에 대한 변호사 업무 광고 중 ‘변호사의 품위를 저해’하고 ‘객관적 사실을 과장’하거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광고와 ‘업무 수행 결과에 부당한 기대’를 가지도록 하는 광고가 게시되지 않도록 주의해 주길 바란다”다고 당부했다. 나아가 “성폭력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사회적 관심과 의식 전환을 위해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변협의 이런 설명이 법조인 지망생들에게 곧이곧대로 수용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고려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S씨는 “성범죄 커뮤니티에서 내가 본 것은 돈과 정보가 있으면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었다며 “법의 지배 앞에 누구나 공정한 판결이 내려질 수 있는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호수 월간중앙 인턴기자 lake8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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