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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만난 뒤 달라진 폼페이오, 日 중재 거부 알고 힘 뺐나

폼페이오, 한·일 중재 회동 日 백색국가 제외 이후로 잡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일 태국 방콕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상(가운데),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왼쪽)과 3자 회담에서 만났다. 그는 "고노 외상과 몇분 동안 만났다. 2일 한국 및 일본과 각각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일 태국 방콕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상(가운데),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왼쪽)과 3자 회담에서 만났다. 그는 "고노 외상과 몇분 동안 만났다. 2일 한국 및 일본과 각각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AP=연합뉴스]

“두 나라 스스로 앞으로 나아갈 길과 긴장 완화 방안을 찾기를 바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일 태국 방콕에서 미ㆍ일ㆍ호주 외교장관 회담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을 잠시 만난 뒤 한 말이다. 전날 전용기에서 “우리는 두 나라가 사태의 해법을 찾도록 촉구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했던 데서 확연히 톤이 달라졌다. 폼페이오 장관의 한·미·일 3자 회담도 2일 백색 국가(white list) 한국 제외를 결정한 일본 각료회의 이후로 잡혔다. 일본이 중재를 거부할 것임을 이미 알고 힘을 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 관리 "韓 정치적 효과노려 반일 감정 조장" 비판
한·미·일 안보틀 유지, 韓 지소미아 탈퇴 방지 포석
"한·일 사태 해법 찾도록 지원"→"양국 스스로 해결"

워싱턴에서도 1일 미국 고위 관리가 일본의 2일 백색 국가 제외를 기정사실로 하면서 한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반일 감정을 조장한다며 갈등의 일차적 책임을 한국에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관리는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서울(한국 정부)이 한·일 양국 간 신뢰를 훼손하고 반일 감정을 조장하는 조처를 할 의사를 보이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서울의 조치들은 정치적 효과를 목표로 하거나, 심지어 효과를 계산해 한국 내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행동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이 1910~1945년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보상을 하기 위해 압류한 일본 기업의 자산을 매각할 경우 상황은 악화될 것"이라고도 했다.
 
물론 일본을 향해서도 "일본이 첨단기술 소재 무역에서 최소한의 규제를 받는 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는 위협을 실행에 옮기는 것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일 무역관계의 악화는 상호 보복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경우 양국 경제를 넘어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양국의 싸움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외교정책 과제인 북한 비핵화 합의 도출에 필요한 한·일 공조도 훼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관심이 한·미·일 안보협력에 있음을 밝힌 셈이다.
 
이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이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을 포함한 미국의 막판 중재 시도는 한국에 대한 성의 표시와 함께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탈퇴 등 이후 대일 보복 조치를 예방할 목적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휴전이란 중재 카드를 공개한 시점부터 일본의 백색 국가 제외 결정 불과 이틀 전이었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매슈 포틴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의 22~24일 방문 당시 일본의 중재 거부 의사를 확인하고 미국이 노력한 근거를 남기려 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에 정통한 워싱턴 소식통은 “일본은 이미 미국의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했다”며 "한국의 보복 카드가 지소미아 탈퇴가 유일하기 때문에 미국의 중재 메시지는 한국에 대한 압박으로 더 들린다"고 말했다. 이틀 전 휴전 제안 사실을 공개한 미 고위 당국자도 “미국은 24일이 자동연장 시한인 지소미아를 양국이 연장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8ㆍ15 경축사 메시지를 주목할 것”이라고도 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동북아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한ㆍ미, 미ㆍ일 군사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에 선택을 요청하는 게 아니다. 한국은 이미 선택을 했다”며 “한국은 미국과 동맹이고 미국은 한국 방어에 전념했지만, 중국은 북한을 방어하는 데 전념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도 마크 내퍼 한·일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를 도쿄에 파견해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막으려고 마지막까지 설득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이 휴전 중재안을 공개하고 상황 악화에 대해 거듭 우려를 표명한 건 한·일 모두에 대한 압박이자 경고일 수 있다는 뜻이다. 국무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내퍼 부차관보는 일본 외무성 당국자들과 조율을 계속하기 위해 도쿄를 방문 중"이라며 "비공개 외교 대화의 세부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어느 한 나라라도 추가 조치를 할 경우 미국의 분노를 살 것"이라며 "양국에 분명히 메시지를 전한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미국의 안보이익을 훼손한 결과를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경제와 안보이익을 훼손됐을 경우 한·일 양국에 취할 조치들은 많다"라고 경고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국민 인기를 잃고, 정치적 이익도 없는 휴전을 수용하느냐는 결국 정치적 의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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