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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대응 카드 있나] 지소미아 파기하나…남은 시간은 3주

청와대, 지소미아 파기 검토 공식화

지난 2016년 11월 23일 서울 국방부에서 한ㆍ일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에 서명하기 위해 입장하는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 주위로 사진기자들이 카메라를 내려놓고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이날 국방부는 일정보보호협정 취재 공개를 요구하는 사진기자들에게 협정을 공개할 수 없으며, 국방부 측이 찍은 협정 사진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사진기자들은 비공개를 인정하지 않겠다며 취재거부를 결정했다. 이처럼 지소미아는 체결부터 논란이 따른 협정이었다. [중앙포토]

지난 2016년 11월 23일 서울 국방부에서 한ㆍ일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에 서명하기 위해 입장하는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 주위로 사진기자들이 카메라를 내려놓고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이날 국방부는 일정보보호협정 취재 공개를 요구하는 사진기자들에게 협정을 공개할 수 없으며, 국방부 측이 찍은 협정 사진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사진기자들은 비공개를 인정하지 않겠다며 취재거부를 결정했다. 이처럼 지소미아는 체결부터 논란이 따른 협정이었다. [중앙포토]

일본이 2일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키로 하면서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카드를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일본에 대항할 수 있는 외교 카드로 지소미아 파기가 유일하다시피 한 현실 때문이다. 
 

8월 24일 지나면 자동연기
지소미아 파기 카드 내비친 정부
아베 도전과 미국 우려 속 고민

청와대도 지소미아 파기 검토를 공식화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2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정부는 우리에 대한 신뢰 결여와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와 과연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포함해 앞으로 종합적인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직접 지소미아 연장 거부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일 춘추관에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의결한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일 춘추관에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의결한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일 지소미아는 양국이 해마다 기한 90일 전에 폐기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자동 연장된다. 상대국에 폐기 의사를 통보하는 만기일은 오는 8월 24일이다. 약 3주 동안 지소미아 파기를 둘러싼 국내 찬반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정부 내에선 지소미아 파기 여론이 무르익었다. 지소미아 ‘재검토’ 수준의 카드로 일본을 압박하는 1차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만큼 실제 행동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강경화 장관 역시 1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회담에서 “우리로서도 필요한 대응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의 수출규제가 안보상의 이유로 취해진 것이었는데 우리도 여러 가지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제 갈등을 안보 영역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사실상 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을 알린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일 "지소미아는 양국 간 민감한 군사 정보를 교환하는 협정"이라며 "일본이 우리에 대한 신뢰가 없고 안전 보장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민감한 군사 정보 공유를 우리와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일본도 신중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도 지소미아 파기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소미아 논의에 불을 지핀 곳이 바로 청와대였다. 지난달 1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금은 (지소미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포문을 열었고, 이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민주당 심재권·송영길, 민주평화당 천정배, 정의당 김종대 의원 등이 지소미아 연장 불가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소미아 유지 필요성을 강조하던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 시 가장 높은 수준의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지소미아 파기 여론이 유지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30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5을 발사하고 있다. 지소미아는 이 같은 북한의 중ㆍ장거리 미사일에 대해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이득인 협정이라는 평가가 있다. 지구가 둥글어 레이더 전파가 아주 멀리 나갈 수 없기 때문에 북한과 가까운 한국은 발사 지점에 대한 정보를, 일본은 탄착 지점에 대한 정보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었다. 한ㆍ일은 상대의 미사일 정보를 지소미아를 통해 교환했다. [연합뉴스]

지난 2017년 11월 30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5을 발사하고 있다. 지소미아는 이 같은 북한의 중ㆍ장거리 미사일에 대해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이득인 협정이라는 평가가 있다. 지구가 둥글어 레이더 전파가 아주 멀리 나갈 수 없기 때문에 북한과 가까운 한국은 발사 지점에 대한 정보를, 일본은 탄착 지점에 대한 정보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었다. 한ㆍ일은 상대의 미사일 정보를 지소미아를 통해 교환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실익을 따지기 시작하면 지소미아 파기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반발이라는 후폭풍이 특히 문제다. 미국은 지소미아를 한·미·일 안보협력의 핵심으로 보고 동북아시아 국제 질서를 한·미·일 3국 공조 중심으로 풀어가려 한다. 실제 한·일 지소미아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11월 최종 체결되는 데도 미국의 역할이 컸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돼 2012년 체결 직전까지 갔지만, 밀실협정이라는 당시 야권의 반발로 무산됐고, 이후 2014년 미국의 주도로 다시 체결이 추진됐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학과 교수는 “한·일 지소미아는 미국이 1970년대부터 추진하려 했던 것”이라며 “북한 위협에 대응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한·일의 안보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징적 의미를 갖는 지소미아를 한국이 깬다면 한·미·일 3국 협력 구도에서 한국이 배제될 수 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도 “미국이 지소미아를 협상 카드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는 동맹 정신에 반하는 행동이고, 한국에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 내부에선 정보 획득 면에서 지소미아 파기가 도움이 안 된다는 데 무게가 쏠린다. 한·일 지소미아가 활용되는 분야는 북한 핵과 미사일이다. 한국은 일본이 가진 정보수집 위성 5기, 지상 레이더 4기, 이지스함 6척, 조기경보기 17대 등 고급 자산을 통해 대북 정보를 공유한다. 일본은 반대급부로 한국에 온 탈북자 등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휴민트·HUMINT)를 주로 얻고 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북한과 가까운 한국은 발사와 상승 지점을 포착하는 데, 미사일이 떨어지는 영해를 집중 감시하는 일본은 하강과 탄착 지점을 식별하는 데 각각 유리하다”며 “지소미아는 이런 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곤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2017년과 2018년 무난하게 협정이 연장됐다. 한·일 양국은 지소미아를 통해 2016년 1건, 2017년 19건, 2018년 2건 등 모두 22건의 정보를 공유했다.  
 
반면 일본뿐 아니라 미국의 전향적 움직임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오히려 지소미아 파기를 검토해 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일 갈등을 관망하던 미국은 청와대가 지소미아 재연장 검토 의사를 내세운 것과 맞물려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 국무부는 정의용 실장 발언 직후인 지난달 18일 “미국은 한·일 지소미아를 전폭 지지한다”고 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소미아를 지렛대로 미국의 적극적 중재를 기대하는 진영에선 한·일 경제 영역의 갈등 불씨가 안보 영역으로 번지는 데 지소미아를 일종의 ‘방화벽’으로 삼고 있는 미국 입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지소미아 연장 의사 만기일인 오는 24일까지 더욱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지소미아를 한 번 파기하면 다시 복원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남북 관계가 앞으로 또 어떤 식으로 변할지 모르기에 현 상황을 감정적으로 보고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근평·이승호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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