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화이트국 파장]아베, 한국과 결별 택했다…韓 콕집어 안보우방 제외

 "지금까지 경험했던 한ㆍ일관계의 ‘최저점’과는 질적으로 다른 '최저점'이다.", "한·미동맹과 함께 전후 한국을 지탱해온 보조축, 안보와 경제측면의 한ㆍ일 파트너십이 궤도를 이탈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과거의 분쟁과는 질적으로 다른 최저점"
축적된 불신의 표출 "한국은 적"인식 확산
한일간 안보협력은 한미일 영역으로 축소
개헌과 맞물린 강경론,대립 장기화할 듯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2일 일본 정부가 각의(우리의 국무회의)에서 화이트국가 관련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한 직후 이렇게 논평했다.
 
이 시행령은 무역관계에서 우대조치를 제공하는 안보우호국(화이트국가)에서 한국을 빼는 조치다.
일본이 한번 지정한 화이트국가(한국포함 27개국)를 리스트에서 빼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적어도 수출관련 절차와 관련된 시행령속에선 ‘일본의 안보우호국’, 즉 우방국으로부터 한국의 이탈이 공식화된 것이다. 불가리아와 아르헨티나,그리스,헝가리 보다 못한 처우다. 
 
이는 양국의 갈등이 위안부 합의와 징용 문제 등 역사문제의 범위를 벗어나 안보의 영역으로 확대된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4일 시행된 불화수소를 비롯한 3개 품목 수출 규제 강화때만 해도 '수출 관리의 적정성' 문제로 볼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한국’이란 국가를 콕 집어 화이트국가에서 빼는 것은 지난번과는 차원이 다른 조치라는 지적이다.
 
물론 양국 정치권등에선 "이번 조치를 그렇게 무겁게 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0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0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

 
일본측 의원들은 최근 도쿄를 찾았던 한국 의원들에게 “신뢰관계가 회복되면 다시 화이트국가로 복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단의 일원이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도 “한국은 이번 조치에 큰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지만, 일본은 ‘제3국에 문제있는 물자를 보내지 않는다'는 증명이 되면 풀어주겠다는 가벼운 태도"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런 일부 지한파 일본 정치인들의 인식은 아베 정권을 움직이는 핵심 인사들의 사고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아베 정권이 한국을 우방국으로 보지 않는다는 얘기는 수출 규제 조치가 발효되기 훨씬전부터 총리관저를 중심으로 동심원처럼 일본사회에 퍼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ㆍ일관계에 밝은 일본측 소식통은 “지난해 12월 이후 레이더 조준 논란이 발생하고, 징용 갈등의 피로감이 길어지면서 한국을 중국과 북한수준의 ‘적’으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총리관저와 관료사회에 전파됐다”고 했다.
 
이런 인식은 이제 외교안보 이슈를 다루는 학자들로까지 번졌다. 
 
 7월 중순 도쿄에서 비공개로 열린 심포지엄에선 북한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 패널이 "이제 일본은 한국을 안보우호국으로 보지 않으니, 향후 한반도 전략이나 한·일관계는 그런 인식을 전제에 깔고 연구해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해 한국측 참석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해 12월 20일 동해상에서 발생한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P-1 초계기의 레이더 겨냥 논란과 관련해 P-1 초계기가 촬영한 동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28일 공개했다. [일본 방위성 유튜브 캡처]

일본 방위성은 지난해 12월 20일 동해상에서 발생한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P-1 초계기의 레이더 겨냥 논란과 관련해 P-1 초계기가 촬영한 동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28일 공개했다. [일본 방위성 유튜브 캡처]

 
이렇게 물밑에서 확산돼온 움직임을 아베 총리가 이번 화이트국가 관련 조치를 통해 '법제화'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후 냉전시대를 거치며 동북아 안보를 담당해온 한ㆍ미ㆍ일 협력의 축이 실제로 갸우뚱대기 시작했고, 향후 아베 총리의 구체적인 행동으로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이와관련, 일본내 한국 전문가들 사이엔 "아베 총리로선 문재인 정권 출범이후 위안부 합의가 파기되는 과정에서 억눌러온 악감정을 폭발시켰기 때문에 향후에 징용문제 등에 부분적 진전이 있다고 해도 한국에 대한 그의 접근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특히 “한국과의 안보적인 협력은 미국이 함께 엮이는 범위내에서만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공조, 한ㆍ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등 미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한ㆍ일공조를 모색하리라는 뜻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한국을 뺀 채 "미국과 연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기내 개헌에 집착하는 아베 총리로선 보수층의 눈치를 봐야 하는 사정도 있다. 
 
한국에 약한 모습을 보이기 어려운 상황적 요인 때문에라도 한국과의 대립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