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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찬히 찰방진 전북 방언사전 "구다보면 가찹게 느껴진당게"

전북도가 1일 발간한 '전라북도 방언사전'. 김준희 기자

전북도가 1일 발간한 '전라북도 방언사전'. 김준희 기자

내 이름은 임상훈이여. 전북도 보도지원팀장(5급 사무관)으로 일한 지 2주째여. 지난해까지는 기자였당게(였다).

전북도, 지역 사투리 1만1086개 담아
솔찬하다(상당하다)·찰방지다(옹골지다)
구다보다(들여다보다)·가찹다(가깝다)
도청 홈페이지·네이버서도 검색 가능

 
매급시(맥없이) 공무원이 된 건 아녀. 13년간 기자가 천직인 줄 알았은게(으니까). 거짓꼴(거짓말) 안 보태고 볼그짝(궁둥이)이 붉으딕딕하게(불그스름하게) 일했당게.  

 
기자상도 여러 번 받고 '솔찬히(상당히) 똘방지다(총명하다)'는 소리도 들었지. 근디(그런데) 바깥 세상만 구다보다(들여다보다) 문득 나를 잊어번진(잃어버린) 느낌이 들드만(더만).  
 
'워트게(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일케(이러하게) 살아도 되는겨(가)' 같은 고민이 비앰(뱀)맹키로(처럼) 머릿속에 똬리를 틀고 안 떠나드랑개(더라니까). 이적지(이때껏) 장개(장가)도 못 간 내 처지도 안씨러워서(가여워서) 빼족한(뾰족한) 펜을 놔불었지(놔버렸지). 개안하드만(개운하더만).

 
백수 때는 턱쉬엄(턱수염)을 길렀당게. 난닝구(러닝) 차림에 머리도 어세부세(부스스) 했지. 걍(그냥) 귀찮아서 놔뒀는디(데) 꺼떡허면(까딱하면) '배우 고창석 비스무리하다(비슷하다)' '멧뒤지(멧돼지) 닮았다'는 얘기를 하드만. 아구똥한(당돌한) 후배들이 그려(그래). 날 벌로(잘 모르고 대충) 보고 허는(하는) 소리지.

 
전북도가 1일 발간한 '전라북도 방언사전'. 김준희 기자

전북도가 1일 발간한 '전라북도 방언사전'. 김준희 기자

울 엄니(어머니)는 여전히 "가(그 아이)가 엔간치(어지간히) 안 꾸며서 글지(그러하지) 때빼고 광 내면(한껏 멋을 내면) 잘생겼다"며 허벌나게(굉장히) 날 애끼셔(아끼셔). 긍게(그러니까) 맨만하다(만만하다)고 어먼(애먼) 사람 지천꾸레기(천덕꾸러기) 맨들지(만들지) 말랑게.  
 
좌우당간(좌우간) 1년 가찹게(가깝게) 국내외로 몇 바꾸(바퀴) 돌다 여그(여기) 온 거여. 보도시(간신히) 인생 2막의 주칫돌(주춧돌)을 놓은 셈이지. 아직은 쪼까(조금) 어색혀. 바른손잡이(오른손잡이)가 외약손(왼손)으로 저분(젓가락)질 허는(하는) 기분이랄까.              

 
글도(그래도) 숭내(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벡돌(벽돌) 한나(하나)씩 채곡채곡(차곡차곡) 쌓아 매꼬롬헌(매끈한) 지와집(기와집) 짓는 자세로 일하고 있당게. 당분간 실수혀도 지발(제발) 자우뚱하지(갸우뚱하지) 말고 지달려(기다려) 줘. 개구락지(개구리)도 올챙이 시절이 있잖여. 
 
임상훈 전북도 보도지원팀장. 김준희 기자

임상훈 전북도 보도지원팀장. 김준희 기자

내 외모가 숭악해(흉악해) 보여도 성격은 사글사글하다(연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당게. 하나를 갈치면(가르치면) 둘을 알고, 뭐가 줄거리(줄기)이고 잎새기(잎사귀)인지 알 만한 나이여. 
 
내가 새칠로(새로) 맡은 역할은 전북도와 언론 간 소통 창구여. 공보담당관실 문턱은 나찹다(낮다)니깨(니까) 이물없이(허물없이) 언제든 찾아줘. 나도 양복 바지가 볼그짝에 찡기는(끼는) 건 폭폭허도(답답해도) 사무실에 진듯이(진득이) 있기보다 도청 곳곳을 싸드락싸드락(시위적시위적) 댕기(다니)려고 혀. 째깐한(작은) 오해 땜시(때문에) 찌그락거리는(사이가 나빠 자주 싸우는) 일이 있으면 날 불러줘. 갈등 중재는 내가 첼로(가장) 잘하는 전매특허랑게.  
 
공직 분야에 인자(이제) 입문한 핏뎅이(핏덩이)로서 시간을 히피(아끼는 데가 없이 마구) 안 쓰려고 하는디 찰방지게(옹골지게) 잘하는지는 모르겄(겠)네. 조금만 지달리줘(기다려줘). 전북도에서 소곰(소금)맹키로 꼭 필요하고, 숭님(숭늉)맨치(만큼) 따순(따뜻한) 공복이 될랑게.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본 기사는 전북도가 2017~2018년 2년간 집필 끝에 1일 책자 형태로 발간한 『전라북도 방언사전』에 수록된 전북 지역 주요 사투리를 바탕으로 전북일보·CBS 기자 출신 임상훈(43) 전북도 보도지원팀장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사전에는 전북 지역 사투리 1만1086개가 담겼고, 표제어·원어·발음·품사·활용형·대응어(표준어)·뜻풀이·용례·관련어·해설로 이뤄졌습니다. 『전라북도 방언사전』은 도청 홈페이지와 네이버에서도 검색할 수 있습니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방언은 표준어를 기준으로 틀린 말이 아니라 다른 말"이라며 "『전라북도 방언사전』 편찬이 사투리라 불리는 방언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전북 방언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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