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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담판도 빈손…한·일 파국 갈림길

일본이 2일 수출심사 우대국인 화이트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조치를 강행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일 관계가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배제할지에 대해 “현재로서는 그렇게 보는 게(한국 제외) 맞을 것 같다”고 답했다. 또 해당 결정을 내릴 일본 각의와 관련해 “(2일) 오전 10시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화이트국가 제외에 따른 국내 피해 품목에 대해선 “산업통상자원부가 2일 발표하겠지만 1200개보다는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산업부 중심으로 단기 대책과 중기 대책을 분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하는 임시 국무회의 소집을 검토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각의 결정이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이 화이트국가 배제를 강행하면 한·일은 경제 통상은 물론 안보 분야에서도 갈등이나 협력 중단이 잇따르며 1965년 한·일 국교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을 전망이다. 그간 동북아의 틀이었던 한·미·일 협력 체제에까지 심각한 영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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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태국 방콕에선 한·일 외교장관이 양자회담으로 55분간 만나 최종 담판에 나섰지만 입장 차이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 방콕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에 참석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을 만난 뒤 “그것(화이트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결정)이 만약에 내려진다면 양국 관계에 미칠 엄중한 파장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 측은 그에 대해 특별히 반응이 없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강력하게 수출규제 조치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특히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방안 고려를 중단하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일본 반응은 기존 입장에서 큰 변화가 있지는 않았고, 양측 간 간극이 아직 상당하다”고 말했다. “보도에 나온 미국 측의 한·일 중재안과 관련해 특별한 논의는 없었다”고도 밝혀 일본 측이 중재안을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고노 외상은 수출규제 조치가 강제징용 문제 때문이 아니라 자국 안보를 위한 결정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을 거듭 문제 삼았다.  
  
강경화, 지소미아 파기 가능성 시사
 
이날 회담장에서 만난 강 장관과 고노 장관은 자리에 앉아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13초 동안 인사는커녕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무위로 돌아감에 따라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포함해 모든 옵션을 열어놓고 추가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강 장관은 “각의 결정이 나온다면 우리로서도 필요한 대응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원인이 안보상의 이유라는 것이었는데, 우리도 여러 가지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질문받고는 “한·일 안보협력의 틀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며 지소미아 파기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미국을 향해 마지막까지 중재에 나서라고 우회 촉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이날 저녁 아세안(ASEAN) 의장국인 태국이 주최한 환영 갈라 만찬에선 한·미·일 외교장관이 함께 만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들과 긴급 상황점검 회의를 열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오전 10시30분부터 낮 12시45분까지 2시간15분 동안 청와대에서 관계부처 장관들로부터 일본 수출규제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상황점검 회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통상 청와대 회의가 1시간~1시간30분가량 진행되는 것에 비해 이날 회의는 이례적으로 길게 진행됐다.
 
일본이 2일 오전 각의 결정을 강행할 경우 2일 오후 대일(對日)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직접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거나, 5일 열리는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메시지를 내는 방안이 검토 대상이라고 한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방콕=유지혜 기자
권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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