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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인사철학 안보였다"···환경부 수사 3인방 검찰 떠난다

환경부 수사를 담당했던 주진우 전 부장검사

환경부 수사를 담당했던 주진우 전 부장검사

현 정부 적폐를 겨눴던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지휘라인 검사들이 모두 검찰을 떠나게 됐다. 한찬식 전 동부지검장과 권순철 전 동부지검 차장 검사에 이어 1일 주진우 전 동부지검 형사6부장(연수원 31기)도 사의를 표명했다. 
 

김은경·신미숙 기소, 한찬식·권순철·주진우 모두 사의
수사팀 "文정부 산하기관 인사 적폐 취급했던 정부와 똑같아"

주 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환경부 수사 결과는 여러모로 부족했지만 검찰 지휘라인과 수사팀 모두가 동의하는 결론을 냈다"며 "정도를 걷고 원칙에 충실하면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란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 엷어졌고 공직관이 흔들려 검찰을 떠나게 됐다"고 썼다. 
 
주 부장검사는 전날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안동지청장으로 발령났다. 주 부장의 사법연수원 동기 검사는 "주진우가 현 정부를 겨눴다 좌천을 당했다는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청와대 공개압박, 주진우 부장 개인에 대한 공격도

동부지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팀은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와 여권의 공개적인 압력을 받았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 과거 정부의 사례와 비교해 균형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며 극히 이례적인 압력성 발언을 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환경부 수사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검찰과 법원에 압력성 발언을 했었다. [뉴스1]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환경부 수사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검찰과 법원에 압력성 발언을 했었다. [뉴스1]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과 함께 김 전 장관과 신미숙 당시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 대한 기소가 예상되자 정치권에선 "주진우 부장검사가 통제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주 부장검사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이력을 언급하며 여당과 일부 언론이 공격하기도 했다. 그가 청와대를 나온 뒤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수사관을 채용비리 관련 뇌물죄로 구속했다는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다. 
 
주 부장검사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은행 채용비리 중 가장 고난도 수사였다는 신한은행 수사를 맡아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을 기소했다. 세월호 특위 조사방해 사건의 공소유지도 담당해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1심에서 유죄(집행유예)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과거 정부 적폐 수사에서 수사 내용이 보도됐을 때는 침묵을 지켰으면서도 환경부 수사 당시엔 전 지검에 피의사실 공표에 주의를 기울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주 부장검사는 이날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일한 강도와 절차로 같은 기준에 따라 수사와 처분을 할 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지켜질 수 있다고 믿고 소신껏 수사했다"며 "피의사실 공표 등 인권침해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했다"고 썼다. 
 
실제 동부지검은 환경부 수사 과정에서 주요 피의자 측에서 먼저 밝히지 않는 이상 비공개 소환방침을 고수해 언론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동부지검에서 기소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받은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도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았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으로 수사를 받아 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3월 26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뉴스1]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으로 수사를 받아 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3월 26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뉴스1]

"文정부 인사철학 보이지 않아 안타까웠다" 

당시 수사 지휘부와 수사팀 관계자들은 환경부 수사를 진행하며 "문재인 정부의 인사 철학이 보이지 않아 실망했다"는 말을 주변에 했다고 한다. 
 
촛불 집회로 탄생한 정부는 다를 줄 알았지만 현 정부가 적폐로 취급한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권력 실세들이 측근을 산하기관에 앉히려 분주히 움직였다는 것이다. 
 
수사팀의 한 검사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철학이 도대체 무엇인지, 지금 정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환경부 수사 과정에서 정부의 비경제부처 인사를 담당했던 신미숙 전 비서관이 환경부 공무원에게 "또 청와대 추천 인사가 탈락할 시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반성문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권력 건드리면 똑같이 당할 것" 검사들에 대한 메시지 

이번 인사를 두고 법조계에선 다른 검사들에게도 "권력의 역린을 건드리면 똑같이 당할 것이란 메시지를 줬다"는 말이 나왔다. 
 
환경부 수사뿐 아니라 손혜원 의원을 기소했을 당시 지휘부에 있던 권익환 남부지검장(연수원 22기)도 사표를 냈고 김범기 남부지검 2차장(연수원 26기)도 검사장 인사에서 탈락했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이번 중간 간부 인사에서 영전한 검사를 보면 윤석열 검찰총장과 어떤 방식으로든 인연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식의 내 사람 챙기기 인사는 전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1일까지 사의를 표명한 중간간부급 인사만 16명에 달한다. 이중에는 연수원 동기 사이에 선두주자로 불리던 엘리트 검사도 다수 포함돼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주 부장검사와 함께 전날 사의를 표명한 권순철 차장검사도 이프로스에 "인사는 메시지라 생각한다"며 "난관이 많았지만 (한찬식) 검사장과 정도를 걸었다"고 썼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검찰에 대한 이런 식의 인사 메시지는 정권이 강조하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정권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김기정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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