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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대타협 실패 후 국회로 넘어온 ILO 비준 법안, 핵심 쟁점은

박화진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이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브리핑실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박화진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이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브리핑실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첨예한 노동 이슈가 국회로 넘어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0일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안 3개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달 31일부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등 3개 법안에 대해 입법 예고하고 의견수렴을 거쳐 법안을 확정한 후 9월 정기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이번에 비준을 추진하는 조항은 3개다. ILO 핵심협약 8개 중 한국은 아직 4개를 더 비준해야 하는데 이 중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 98호와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 등 3개를 이번에 비준하려 하고 있다. 1991년 ILO에 가입한 뒤 29년째 미뤄온 비준이다.  
 
핵심협약을 비준하려면 관련 기준을 반영한 법 개정을 수반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 급여 금지 규정 삭제 ▶퇴직 공무원·소방 공무원·대학교원·5급 이상 공무원 노조 가입 허용 등을 추진 중이다. 지난 4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공익위원 안이 기본 바탕이다. 하지만 이는 노사정 대타협이 무산된 후 발표한 반쪽짜리 대안이라 국회에서 노사 대립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ILO 협약 비준 맞춘 노동관계법 개정안 주요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ILO 협약 비준 맞춘 노동관계법 개정안 주요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여당은 이미 정부와 교감하고 있고 야당도 큰 틀에서 법 개정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셈법이 복잡해진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통화에서 “법률을 보완한 후 비준해야 하는데 비준부터 해달라는 건 문제가 있다”며 “파업 시 직장 내 점거 금지,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노사 균형을 고려해 법을 다뤄야 하는데 ILO 핵심 협약만 통과시키면 누가 한국에서 기업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가장 큰 쟁점은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문제다. 지금까지는 개별 기업을 초월해 산업·업종·지역 단위로 설립된 노조만 가입할 수 있었는데 이 규정이 근로자의 단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ILO 협약에 위배된다고 봤다. 경영계에서는 정당하게 해고된 자나 시민단체 회원 등이 대거 노조에 가입하면서 투쟁 일변도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 합법화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현재 정부는 해직 교원을 조합원, 간부로 뒀다는 이유에서 전교조(전국교직원노조)를 합법노조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노조 전임자의 급여 지급 금지 조항이 삭제되면 앞으로는 노사 간 협의로 급여를 결정하게 된다. 지금은 임금 손실 없이 노조 활동을 보장받는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한도)’를 적용받고 있다. 경영계는 회삿돈을 받는 노조 전임자가 급증할 수 있고,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타임오프제를 유지하는 한 과도한 급여 지급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ILO 핵심협약 관련 법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ILO 핵심협약 관련 법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정부안이 ILO 핵심협약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헌법으로 이미 보장하고 있는 노동 3권을 축소하고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핑계로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요구를 끼워 넣은 의견을 ‘균형 잡힌 대안’이라며 법 개정안에 포함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정부 입법안은 ILO 핵심협약에 한참 미달하는 매우 실망스러운 내용”이라며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면서 ‘사용자 대항권’을 강화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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