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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나경원이 “미루자”, 이인영이 “환영한다”…간만에 손발 맞은 국회

제안은 신속했고, 화답도 빨랐다. 지난달 31일 새벽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 속보에 이날 예정됐던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여야 합의로 긴급 연기됐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9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9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당일 새벽, 북한이 단거리 탄도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지난 25일 미사일 발사 이후 엿새 만이며, 올해만 네 번째 미사일 발사다. 이에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측에 “오늘 열리기로 했던 운영위 전체회의는 미루자”고 제안했다.

 
당초 야당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운영위를 벼르고 있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3실장’이 출석하는 청와대 현안보고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야당은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 북한 미사일 발사와 러시아 군용기 영공 침범 등 경제‧안보 이슈에 대해 강한 질타를 예고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날 국회는 공방 대신 ‘협업’을 선택했다. 나 원내대표는 오전 9시 긴급 브리핑에서 “북한이 또다시 중대한 안보 도발을 해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므로 운영위를 연기하자”고 제안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30분 뒤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 원내대표가 안보 상황 대처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취지로 청와대가 참석하는 운영위 개최 연기를 결정한 것은 잘한 결정이며,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연기된 운영위 전체회의는 다음 달 7일 열린다.
 
최근 몇 달째 서로를 향해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식물국회를 보여줬던 여야가 오랜만에 합심한 건, 안보 위기에는 여야가 없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판단 때문으로 읽힌다. 북한이 잇따라 추가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청와대 주요 참모진이 국회에 나와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 국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불과 3달 전 ‘강원도 고성 산불 사태’도 교훈이 됐다. 지난 4월 4일 저녁 7시쯤 고성에 큰 산불이 발생했지만, 정작 책임자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밤 10시 38분쯤에야 해당 사안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당일 열리고 있었던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밤늦게야 이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홍영표 운영위원장(민주당)이 정 실장의 이석을 요청했지만, 한국당은 야당 질의를 끝마칠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야당이 재난 사태에 안보실장을 잡고 안 보내줬다”며 비판을 쏟아냈고, 한국당도 “산불 때문에 이석한다고 양해를 구한 적이 없다”고 맞서면서 기 싸움이 반복됐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가운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지난 4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가운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지난 4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국회는 최근까지도 추경‧국정조사‧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등을 놓고 건건이 충돌했다. 최근 잇따른 북한 미사일 도발에도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하라”(황교안)는 한국당의 주장에 민주당이 “전쟁하자는 거냐”(정춘숙)고 반발하는 등 서로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감정의 골만 깊어진 상태였다. 북한의 네 번째 미사일 도발에서야 오랜만에 뜻이 맞았다.

 
이날 국회의 신속한 결정으로 발이 풀린 정 실장은 오전 11시 열린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긴급 상임위원회를 주재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여야도 각자 긴급회의 등을 소집하면서 메시지를 신속하게 내놓을 수 있었다. 북한 도발에 이어 일본의 한국 화이트 리스트 배제가 기정사실화하고 중국‧러시아의 영공 침범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여야가 싸울 일보다는 합심해야 할 일이 더 많다.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 혹여 알겠나. 협업의 경험이 쌓이다 보면 협업이 일상이 되는 날이 올지.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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