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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00억 줄어도 1500번 도전···日에 '소재독립'한 중소기업

일본 의존도는 일본이 3대 품목 수출 규제를 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만 높은 것이 아니다. 일반 산업용 소재에도 그런 분야들이 많다. 일본에서 전량 들여오던 원료용 소재를 자체 개발해 '소재 독립'을 코앞에 두고 있는 중소기업이 있다. 
 
국내 즉석밥 용기 시장의 55%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인 SR테크노팩이 그 주인공이다. SR테크노팩은 국내 포장용기 1위이지만, 주요 소재를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다 보니 생각보다 이익은 많지 않았다. 지난해엔 472억원 매출에 14억원가량의 적자를 봤다.
 
이 회사 조홍로(44·사진) 대표는 30일 "사실상 일본 소재가 시장을 독점한 상태여서 비용 절감과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다"며 "신소재 개발은 우리로선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라고 말했다.  
 
SR테크노팩의 조홍로 대표. [사진 SR테크노팩]

SR테크노팩의 조홍로 대표. [사진 SR테크노팩]

 

화재로 한해 매출 100억원 줄어도 'Go' 

신소재 개발은 2015년 10월 시작됐다. 이 회사 연구진이 몽땅 뛰어들었다. 하지만 마음처럼 되진 않았다. 식품 포장용기에 쓰이는 일본산 '에틸렌비닐알콜(EVOH)'의 성능을 뛰어넘는 제품을 만들기 쉽지 않았다. 소재를 개발하는 중간 이 회사 공장 중 일부가 화재로 소실되는 어려움도 겪었다. 이로 인해 한때 연 600억원을 넘겼던 매출은 100억원 넘게 줄었다. "신제품 개발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나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핵심 소재를 자체 개발하지 않고는 회사의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이 원동력이 됐다. 결국 SR테크노팩은 2년 8개월여의 시간과 중소기업으론 적지 않은 돈인 30억원을 투자해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간에 1500번이 넘는 실험이 이뤄졌다. 
 

일본산 소재보다 적용 범위 더 넓어

이렇게 개발된 신소재는 'GB-8'이라 명명됐다. 산소차단 성능이 뛰어난 '폴리비닐알콜(PVOH)'에 SR테크노팩이 과거 개발해 뒀던 방오(오염방지) 코팅기술 등을 더해 만들었다. 폴리비닐알콜은 원래 열과 수분에 약하지만, 방오코팅 덕에 이런 단점을 커버할 수 있었다. 신소재는 일본산 소재의 성능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고체형이 아닌 액체형이어서 일본산 소재보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었다. 
 
이 소재는 현재 제품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실제 국내 대형 식품업계들과 제품 적용 테스트가 한창이다. 조 대표는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 모두 우리 제품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어서 즉석밥이나 커피류 등의 포장재에 신소재가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망도 밝다.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유럽 등 선진국에서 과자류를 비롯한 각종 식품류 포장에서 기존 알루미늄 소재를 제외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SR테크노팩 직원이 이 회사의 고차단 필름을 살펴보고 있다. 이 필름은 즉석밥 등 식품용 포장용기에 쓰인다. 그간 전량 일본산 소재에 의존하던 것을 최근 국산화에 성공했다. [사진 SR테크노팩]

SR테크노팩 직원이 이 회사의 고차단 필름을 살펴보고 있다. 이 필름은 즉석밥 등 식품용 포장용기에 쓰인다. 그간 전량 일본산 소재에 의존하던 것을 최근 국산화에 성공했다. [사진 SR테크노팩]

 

“정부는 신제품 개발 이후를 챙겨달라”

SR테크노팩의 신소재 개발은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자신의 노하우를 토대로 일본으로부터 '소재 독립'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조 대표는 "여전히 일본과 협력이 필요한 부분은 많지만, 핵심이 되는 소재들은 꾸준히 국산화를 이뤄갈 생각이고 우리의 작은 성공이 다른 기업에도 '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담보해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제품 개발 성공과 제품 상용화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와 관련 조 대표는 신소재 개발에 성공한 중소기업인으로서 바라는 점을 담담히 말했다.
 

“주변에 보면 신제품이나 소재 개발엔 성공해도 결국 양산이나 상품화라는 고개를 넘지 못하고 넘어지는 기업이 많다. 대기업에 신제품을 무조건 사달라는 것도 아니고, 정부나 공공기관이 무조건 도와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단, 신제품 개발 이후 상품화에 필요한 여러 가지 객관적인 검증이나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어려움을 막아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갖춰져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움직일 수 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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