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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사고 폐지가 부당한 세 가지 이유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계에 ‘자사고 폐지’라는 일진광풍이 일고 있다. 발단은 최근 서울과 전북에 소재한 다수의 자사고가 해당 교육청에 의해 지정 취소 판정을 받은 데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큰 시혜나 베풀 듯이 유일하게 전북의 상산고에 대해서만 전북 교육청의 지정 취소를 번복했다. 하지만 나머지 학교들은 전혀 재고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상산고의 경우 집권당의 지역구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한 극렬한 저항을 무시하기에는 교육부의 정치적 부담이 컸던 모양이다.
 

대입 성과 좋다고 자사고 죽이기
학생의 교육 선택권 부정 말아야

도대체 자사고가 무엇이길래 일부 좌파 교육감과 집권세력은 자사고를 이렇게 집요하게 공격하는 것일까. 자사고의 기원은 2002년 김대중 정부에 있다. 당시 고교 평준화에 대한 보완책으로 도입된 자사고는 그동안 일반고와는 달리 신입생들을 선발해 왔다.
 
문재인 정권의 자사고 폐지 1단계 조치는 2017년 교육부에 의한 자사고와 일반고의 모집 시기 일원화, 그리고 자사고 지원자의 일반고 중복 지원 금지였다. 몇 달 전 헌법재판소에서 전자는 합헌으로, 후자는 위헌으로 판정됐다.
 
다음 단계의 조치는 시·도 교육청 주관으로 실시하는 자사고 평가를 통한 재지정 탈락이다. 얼마 전 다수의 자사고가 해당 교육청에 의해 지정 취소, 즉 자사고 폐지를 선고받은 바로 그것이다.좌파 교육감들과 문재인 정권은 자사고가 일반고보다 대학진학 성적이 좋다는 사실을 문제 삼고 있다. 자사고가 평등교육에 저해되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렇다면 자사고 폐지 주장은 왜 부당한가. 첫째 이유는 자사고가 폐지되더라도 교육 불평등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 고등학교의 평준화가 확대됐을 때 나타난 신조어가 ‘강남 8학군’이었다. 이런 엄연한 역사적 경험을 벌써 잊었는가. 더욱이 가계에 큰 부담이 되는 사교육비는 평준화와 비례해 증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집단은 현재 집권세력이 그토록 옹호한다고 강조하는 저소득 서민과 빈곤계층이다. 게다가 이번에 서울시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자사고들은 역설적으로 강북 지역에 집중해 있다. 이러고도 자신들의 정책이 평등교육을 지향한다고 할 수 있는가.
 
둘째, 자사고 폐지는 교육선택권의 부정을 의미한다. 자사고 폐지를 강행하는 좌파 교육감들과 현 집권세력은 학부모와 학생의 자유로운 학교선택이 불평등을 조장한다고 맹신한다. 이러한 인식의 이면에는 자신들은 정의와 선을 대변하고, 자신들과 다른 입장은 불의와 악이라는 착각이 전제돼 있다.한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집단의 사고방식이 이 같은 흑백논리에 지배된다면 이런 사회는 전체주의의 나락으로 빠질 위험이 크다. 자사고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폭력이다.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 중에 학부모와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부정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 좌파 교육감들이 이상향(Utopia)으로 꼽는 스웨덴과 핀란드 같은 나라에도 학부모와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사립학교들은 존재한다.
 
끝으로 자사고 폐지를 집요하게 추진하는 교육감들과 집권세력의 도덕적 지도력(Moral leadership)도 문제다. 서울시와 전북 교육감의 자녀들은 각각 외고와 선진국의 명문 학교에서 수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나아가 이 정권의 일부 핵심 공직자들, 여당 국회의원, 장관 등의 자녀들도 엘리트 교육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이 평등의 구현을 위해 자사고를 폐지한다는데 이 정도면 명백한 위선 아닌가.이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육감들과 현 정권이 자사고 폐지를 고집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교육사의 폭거’로 기록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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