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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속을 걸었다, 옷은 젖지 않았다

기술의 진보는 우리에게 어떤 세계를 열어주고 있는가. 아티스트 그룹 랜덤 인터내셔널 이 던지는 질문이다. 201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LACMA 전시 당시의 ‘레인룸’(Rain Room). [사진 부산현대미술관]

기술의 진보는 우리에게 어떤 세계를 열어주고 있는가. 아티스트 그룹 랜덤 인터내셔널 이 던지는 질문이다. 201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LACMA 전시 당시의 ‘레인룸’(Rain Room). [사진 부산현대미술관]

지난 2월 말, 중국 상하이의 유즈 미술관.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통로로 들어서자 세차게 쏟아지는 물소리가 귀를 때렸다. 요즘 같은 장마철에나 들을 수 있는 장대비 소리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전시장 가운데 공간에 비가 세차게 퍼붓고 있다. 실내에서 ‘폭우’를 만났다.
 

세계적 설치 작품 ‘레인룸’
15일 부산현대미술관 전시 개막
센서가 인체 감지, 빗방울 멈춰
자연과 기술, 인간의 정체성 질문

막 들어온 관람객들은 전시장 벽에 등을 대고 선 채 빗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빗속으로 들어갈지 말지 망설였다. 갑자기 한 사람이 빗줄기 안으로 발을 내딛자 그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정말 괜찮을까?”하는 웅성거림을 뒤로 하고, 그 사람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빗속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그 한가운데서 마치 연극 무대 위의 주인공처럼 팔을 활짝 벌리고 서 있었다.
 
이어 관람객들이 하나둘 빗속으로 들어가며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세상에나,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분명히 빗속에 서 있는데 옷이 젖지 않네….” 첨단 기술이 부린 마법 한가운데 사람들은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런던·뉴욕·LA·상하이서 인기=그것은 아티스트 그룹 랜덤 인터내셔널(Random International)의 설치작 ‘레인룸’(Rain Room·2012)이었다. 인체를 감지하는 센서를 활용해 비가 쏟아지는 방안에서 관람객들이 젖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게 한 작품이다. 이 ‘레인룸’ 전시를 조만간 국내 관람객들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됐다. 부산현대미술관은 15일부터 관객참여형 뉴미디어 전시인 ‘레인룸’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2012년 영국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처음 전시된 레인 룸은 이후 뉴욕 현대미술관(MoMA·2013), 상하이 유즈 미술관(2015, 2018~2019), 미국 로스앤젤레스 LACMA(LA카운티미술관) 등지에서 소개되며 인기를 끌었다. 2013년 뉴욕 현대미술관에 선보였을 당시 관람객들은 몇 시간을 기다려 입장했을 정도다.
 
김성연 부산현대미술관 관장은 "지난해 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2017년부터 작가들과 접촉하며 이 전시를 추진해왔다”며 "환경·인간·기술 등과 같은 현시대의 이슈와 고민을 동시대 미술과 결합해 보여주고자 하는 미술관 취지에 부합해 올해 꼭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3년 MoMA의 전시. [사진 부산현대미술관]

2013년 MoMA의 전시. [사진 부산현대미술관]

◆예술이 된 기술=레인룸은 관객들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작품이다. 100㎡의 공간에 비가 계속 내리도록 설정해 놓은 것. 일단 관람객들은 비의 소리에 압도되고, 그다음엔 조명을 통해 보이는 빗줄기의 시각적 이미지에 놀란다. 그 안에 서 있는 관람객들의 움직임은 무언의 ‘공연’ 같기도 하고, 또 신비한 영상 작품처럼 보인다.
 
가장 놀라운 것은 그 안의 사람들이 젖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첨단 센서가 사람을 감지해 빗방울을 멈추도록 설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람객들은 빗속에 있으면서, 실제로는 젖지 않는 것 즉 촉감의 경험만 배제되는 독특한 상황을 경험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정교한 카메라와 센서 추적 시스템이 수천 개의 물 밸브를 여닫으며 움직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작품을 만든 랜덤 인터내셔널은 독일 출신의 플로리안 오트크라스(44)와한네스 코흐(44)가 2005년 런던에서 설립한 아티스트 그룹이다. 영국 브루넬대·왕립예술학교(RCA)를 졸업한 이들은 포스트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정체성과 자율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2008년 첫 설치작품 ‘관객’(Audience)을 시작으로 2010년 ‘스왐’(Swarm), 2012년 ‘퓨쳐 셀프’(Future Self) 등이 대표작이다.
 
◆관객참여형 작품=류소영 부산현대미술관 큐레이터는 "레인룸은 비가 내리는 유사자연의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비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이질적 경험을 관람객에게 선사한다”며 "예술과 첨단 테크놀로지의 결합을 통해 관객들은 더욱 확장된 예술의 영역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 큐레이터는 이어 "레인룸은 인간의 신체적 감각과 데이터·알고리듬의 작용을 탐구하며 인간이 환경을 얼마나 통제하고 있는지, 또 환경에 의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것을 통제당하고 있는지 질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선 랜덤 인터내셔널 전시와 더불어 현대의 혁신적인 기술 변화와 작동원리를 주제로 한 기획전 ‘완벽한 기술’도 열린다. 이 미술관은 부산시가 건립한 공공미술관으로 지난해 6월 개관했다. 레인룸 전시는 내년 1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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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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