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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실패하자 폼페이오 나섰다···'한일 휴전 카드' 이례적 공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30일(현지시간) 아세안 지역포럼(ARF)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 방콕으로 가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한일 양국에 해법을 찾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국무장관 트위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30일(현지시간) 아세안 지역포럼(ARF)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 방콕으로 가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한일 양국에 해법을 찾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국무장관 트위터]

미국 정부 고위 관리가 30일(현지시간) 한ㆍ일 양국이 추가 보복을 중단하는 휴전협정(standstill agreement)을 제안했다고 공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방콕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ㆍ일 외교장관과 만나 해법을 찾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중재안 추진을 확인했다. “한쪽 편에 서서 개입하거나, 중재할 수 없다”고 했던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콕행에 맞춰 휴전 중재안을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미 정부 고위 관리 "양국 추가 조치 중단 휴전 제안"
볼턴 22~24일 순방 제안, 폼페이오 방콕행 때 공개
美 일주일 물밑 설득 노력, 어느 정도 양해 가능성
일각선 "볼턴 양국 설득에 실패해 최종 압박용 공개"

미국의 휴전 제안은 일단 한ㆍ일이 일정 기간 추가 조치를 중단해 양국 갈등을 진정시켜 협상할 여지를 만든 다음, 그사이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는 방안이다. 고위 관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휴전이 양국의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지만, 회담이 성사될 때까지 추가 조치로 사태가 악화하는 건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국이 중단할 추가 조치와 관련 일본의 화이트 국가 리스트 제외, 한국의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탈퇴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일본이 이르면 2일 한국을 최소한의 무역규제를 받는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할 수 있다”며 “미국은 24일이 자동연장 시한인 지소미아를 양국이 연장하는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22~24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매슈 포틴저 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의 한ㆍ일 순방 때 양측에 휴전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를 일주일 만에 폼페이오 장관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앞두고 공개한 걸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단 물밑에서 한일 양국에 어느 정도까진 양해를 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재안이 공개된 직후 방콕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지난 수주 간 한ㆍ일 갈등을 중재할 방안을 구상했느냐”는 질문에 “그래서 방콕에서 한국의 강경화 장관을 만나고,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을 만난 뒤 다음 두 사람을 같이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 
 
반면 지난주 볼턴 순방 때 양국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아예 수면 위로 공개해 양국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양국 간 중재에 정통한 소식통은 “볼턴 방일 뒤 아베 신조 총리를 포함해 일본이 화이트 국가 제외를 계속 추진하는 등 분위기가 전혀 바뀐 게 없다"며 "아베 총리로선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휴전을 수용하기엔 정치적 타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역시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 화이트 국가 제외 방침 철회를 약속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만 휴전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최소한 화이트 국가 제외는 철회돼야 휴전이지, 상대가 계속 공격하는 데 우리만 대응을 포기하는 게 말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미국 입장에선 일본의 2일 화이트 국가 제외 조치→24일 한국의 지소미아 탈퇴는 한ㆍ미ㆍ일 안보협력 중단 사태로 이어지는 만큼 피해야 할 최악의 상황이다. 폼페이오 장관을 중재자로 내세운 것도 한ㆍ미, 미ㆍ일 양자 설득과 한·미·일 3자 중재로 압박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폼페이오 장관은 “두 나라는 우리의 훌륭한 동반자이며 북한 비핵화에도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가 양국이 각자에게 좋은 지점을 찾도록 돕는다면, 양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중요한 일임을 확실히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는 블룸버그 통신에 "미국이 마침내 개입에 나선 건 고무적인 일"이라며 "현 상황 그대로 정전을 하는 것은 긴장을 완화하는 유용한 첫 단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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