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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 되면 또 휴직···조국 '폴리페서' 비판 발언 부메랑

‘여의도 인싸’는 국회 안(inside)에서 발생한 각종 이슈와 쏟아지는 법안들을 중앙일보 정치팀 2030 기자들의 시각으로 정리합니다. ‘여의도 인싸’와 함께 ‘정치 아싸’에서 탈출하세요.

“전 정치 체질이 아닙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2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임 수석 인선안 발표 당시 청와대를 떠나는 소회를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2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임 수석 인선안 발표 당시 청와대를 떠나는 소회를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저 말의 화자(話者)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이 전한 말입니다. 10여년 전부터 조 전 수석에게 정계 입문을 권유했지만, 그때마다 같은 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조 전 수석은 최근에도 ‘총선 출마설’이 떠오를 때마다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조 전 수석은 2009년부터 서울대 법대(현재는 법학전문대학원) 정교수 신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 그럼 조 전 수석이 “돌아가고 싶다”는 서울대로 시선을 돌려 볼까요? 서울대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SNU Life)’에 지난 26일 등장한 글 제목입니다. ‘조국 교수님 학교 너무 오래 비우시는 거 아닌가요?’ 
 
글 내용을 한 번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벌써 2년 2개월 비우셨는데… 법무부 장관 하시면 최소 1년은 더 비우실 거고…. 평소에 폴리페서(Polifessor·정치인과 교수의 합성어로 현실 정치에 적극 관여하는 교수를 의미) 그렇게 싫어하시던 분이 좀 너무 하시는 거 아닌가요… 전에 민정수석 되실 때는 ‘안식년이라 강의에 문제는 없다’고 하셨는데, 안식년이 3년 이상 갈 리도 없고 이미 안식년도 끝난 거 아닌가요? 민정수석 하시는 것도 좋고 뭐 다 좋은데 학교에 자리 오래 비우시면 그거 다 학생들한테 피해로 돌아가거든요…. (중략) 제발 하나만 하셨으면 합니다… 정부에서 일하고 싶으시면 일하시고… 학교에서 교수 하고 싶으시면 교수 하시고…”
 
해당 글에는 조 전 수석에 대해 ‘내로남불’이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습니다. ‘대표 내로남불의 대명사ㅎ’ ‘폴리페서들이 국회의원 나가서 4년 학교 비워서 주는 피해나, 조국 교수님이 3~4년씩 학교 비워서 학생들에게 주는 피해나. 뭐가 다른지 모르겠네요’ ‘적어도 한 직위를 외부에서 하다가 거기서 또 옮겨서 다른 직위까지 하는 시기에는 교수직에 대해서는 결단을 내려 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등입니다.
 
조 전 수석에 대한 학생들의 비판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조 전 수석은 서울대 법대 부교수였던 2004년 4월 서울대 대학신문에 ‘교수와 정치―지켜야 할 금도’라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이 글에서 그는 “출마한 교수가 당선되면 국회법상 임기가 시작되는 다음 달 30일 교수직이 자동 휴직 되고 4년 동안 대학을 떠나 있게 된다. 해당 교수가 사직하지 않으면 그 기간 새로이 교수를 충원할 수 없다. 낙선해 학교로 돌아오더라도 후유증은 남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전 수석은 차기 법무부 장관직을 사실상 예약한 인물인데요, 실제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게 되면 교단을 3년 이상 비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2년 12월 3일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서울시민과의 콘서트'에서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와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2년 12월 3일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서울시민과의 콘서트'에서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와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물론 서울대생 사이에서도 다른 견해가 있습니다. 한 학생은 “규정을 위반했다면 그에 따른 처분을 받으면 되는 거고, 대학본부가 그 처분을 안 내리고 있으면 대학본부에 책임을 물으면 되는 것”이라며 “도덕성이나 양심의 문제로 보는 건 좀 이상하다”고 댓글을 남겼습니다. 그럼 조 전 수석이 만약 3년 이상 학교를 비우는 게 실제 현행법과 규정에 어긋나는 건지 짚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진 않습니다.
 
서울대 관계자에 따르면 조 전 수석은 2017년 3월 안식년(연구년) 신청을 했습니다. 서울대 내규에 따르면 안식년은 6년 근속 시 최대 2학기(1년)까지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 전 수석은 같은 해 5월 청와대 민정수석에 발탁됐고, 바로 안식년을 취소한 뒤 휴직계를 냈습니다. 안식년 상태에서 청와대 근무를 한 게 아니라 휴직 중이었던 겁니다. 다만 지난달 민정수석에서 면직된 만큼 지금은 서울대 ‘복직’ 상태입니다.
 
교육공무원법 44조는 “대학에 재직 중인 교육공무원이 교육공무원 외의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휴직을 원하면…휴직 기간은 그 공무원으로 재임하는 기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조 전 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면 다시 휴직 절차를 밟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안식년을 택하든, 휴직하든 법률상·규정상 위반사항은 없습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일인 2018년 12월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2018 인권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일인 2018년 12월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2018 인권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조 전 수석은 2008년 당시 김연수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가 18대 총선에 도전하자 동료 교수 48명과 함께 “교수의 지역구 출마와 정무직 진출을 규제할 수 있는 규정을 제정해야 한다”며 학교 측에 관련 윤리규정을 마련하라고 건의한 적이 있습니다. 누구보다 ‘폴리페서’를 비판하는 데 앞장섰던 그가 막상 정무직을 맡은 이후 학교에 돌아오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자 학생들이 반발하는 데 이른 것입니다.
 
물론 조 전 수석은 임기가 정해진 선출직 공무원으로 교수가 진출하는 것에 대해 비판한 것이고, 여기에는 비선출직인 행정부·사법부 공무원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반론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선출직이냐 비선출직이냐’가 아니라 교수의 장기 휴직이 초래하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입니다.

 
민정수석 2년 2개월에,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얼마나 재임할지 모르지만, 3년 아니 4~5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대선후보 시절에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해야 한다”는 말을 한 적도 있습니다. 아직 도입하진 않았지만, 현재 서울대 내부에서 논의 중인 ‘특별연구년제’도 최대 3년까지만 신청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017년 5월 1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민정수석, 국민소통수석 등 추가 인선 발표를 했다. 임 실장과 신임 민정수석에 내정된 조국 서울대 교수가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017년 5월 1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민정수석, 국민소통수석 등 추가 인선 발표를 했다. 임 실장과 신임 민정수석에 내정된 조국 서울대 교수가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서울대 측은 “조 전 수석이 퇴임하지 않는 이상 형법 교수를 신규 채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조 전 수석에 대한 비판의 글에 조 전 수석과 함께 형법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들의 실명을 언급하면서 ‘○○○·○○○ 교수님만 X고생’이라는 댓글이 달린 이유입니다.

 
모든 서울대 교수들이 조 전 수석과 같았던 건 아닙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서울대 경제학과)는 2009년 총리 내정 직후 정년 2년을 남겨두고 사직서를 썼습니다. 이준식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도 2016년 임명 후 휴직계 대신 사직서를 냈습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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