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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날두형에게 부치는 편지

송우영 JTBC 법조팀 기자

송우영 JTBC 법조팀 기자

형! ‘날두형’이라는 호칭은 형에 대한 우리 축구팬들의 애정을 담고 있어. 축구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기고 몸도 훌륭한(?) 당대 최고의 스타라는 감탄의 뜻이자, 꼬마 아이들부터 중·고등학생들까지 많은 어린 팬들의 동경의 대상이라는 의미이기도 해. 방한하는 형이 경기에서 뛰는 모습을 보기 위해 비싼 입장료를 내고 기다린 6만여 명의 마음도 그만큼 간절했을 거야.
 
우리나라의 누리꾼들이 사용하는 줄임말 중에 ‘호진셋’이라는 단어가 있어. ‘호구와 진상은 세트’라는 말이야. 주로 연애 상담에 쓰이는데, ‘당신이 호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도 그런 진상을 부리는 겁니다. 당신들은 한 세트입니다’라는 식의 따끔한 충고로 사용돼. 예를 들어 “남자친구가 밤만 되면 술을 먹으러 간다며 연락이 안 되는데 이해해주고 있거든요. 괜찮을까요?”라는 고민 상담에 “원래 ‘호진셋’인 법입니다. 당신이 그렇게 호구 역할을 자처할수록 진상도 계속될 겁니다. 정신 차리세요”라고 말해주는 식이야.  
 
그런데 당황스러운 건 아무리 생각해도 형을 사랑하는 우리 팬들이 호구 역할을 자처한 적은 없는 것 같다는 거야. 간드러진 발놀림과 묵직한 무회전 프리킥에 매료돼 큰 응원을 보낸 것이 그렇게 보인 걸까?
 
더 이해가 안 되는 건 ‘호진셋’의 진상 캐릭터가 보통 보여주는 가식적인 제스처조차 없었다는 점이야. 한 해에 수천억 원을 번다는 형 입장에서는 위약금 정도가 고민거리는 아니었겠지. 하지만 형을 보기 위해 모인 수많은 사람 앞에서 “뛰고 싶었지만 연이은 비행과 빠듯한 일정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미안하다”는 간단한 SNS 사과, “다음 방한 때는 꼭 경기에 나와서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뻔한 팬서비스용 멘트조차 없었다는 건 솔직히 이해가 안 돼.  
 
귀국 후 “집에 돌아오니 좋다”며 러닝 머신에서 웃고 있는 형의 사진을 보니 우리의 이런 불만도 형에겐 대수가 아닐 것 같아. 하지만 덕분에 우리도 한 가지 분명히 깨달은 건 있어. ‘호진셋’인 법이니 진상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면 호구 역할을 자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송우영 JTBC 법조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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