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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헤어질 수 없는 이웃”…화이트리스트 배제 거둬라

일본 정부가 기어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할 태세다. 쏟아지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내달 2일 각료회의에서 ‘전략물자 수출령’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것은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다. 한국을 ‘안보상 믿을 수 없는 나라’로 규정하는 조치는 양국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파탄을 불러올지 모른다. 한국 내 강경 여론을 자극함으로써 한·일 관계가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 가능성도 크다. 수출규제는 일본으로서도 명분과 실익이 없다. 옹졸한 트집잡기일 뿐만 아니라 자국 경제에 타격을 입히는 어리석은 자해 행위다. 두 나라 경제에 손해를 끼치고 글로벌 가치 사슬을 흔드는 무모한 조치를 지금이라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감정 있어도 잘 삭여서 공존해야”
파국 막기 위한 외교 노력이 우선
최악 사태 대비한 산업 전략 절실

일단 우리 정부는 가능한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기간 중 대화를 통해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각료회의 결정을 연기하도록 일본을 설득하는 것이 급선무다. 어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한·일은 헤어질 수 없는 이웃이기에 감정이 있어도 잘 삭여서 공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나 도쿄 올림픽 불참 등 강경 일변도 여권 분위기에서 나온 합리적 목소리여서 더욱 반갑다. 일본 정부도 무모한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거둠으로써 근린 우호국으로서 관계 회복 실마리로 삼아야 한다.
 
한편에서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교적 노력과는 별도로 경제·산업적 측면에서 대응책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지면 8월 하순부터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출되는 1115개의 전략물자에 대해 일일이 일본 정부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도체 관련 핵심 소재 3종에 머무르는 현재 수출규제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장이 커진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수출규제를 통해 우리 핵심 산업의 목줄을 쥐려는 의도가 깔렸다. 수출규제 품목 상당수는 한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과 직결돼 있다. 당장 탄소섬유 수출규제를 통해 수소전기차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타깝지만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당장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이 마땅찮은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말로는 대일 의존 감소와 기술 자립을 외쳐 왔지만 제대로 실천에 옮기지 못한 탓이다. 기초산업의 지나친 일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내실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이 와중에 정부 일각에서 불거져 나오는 대기업 책임론은 경계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초소재 물질의) 국내 제조 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일본의 협력에 안주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반도체 대기업들이 국내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비용을 외면해 일본의 경제 보복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분업 구조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소재 물질의 미세한 품질 차이가 최종 제품의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정밀산업 분야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기업을 압박하는 대신 민관이 힘을 합쳐 기초산업의 경쟁력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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