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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늘어 "만세" 불렀던 아빠, 계약직 아들이 눈에 밟혔다

정년 연장의 복병 <하> 임금체계

김포교통 버스 기사로 근무하는 김영대씨는 올해 61세다. 서울 버스회사의 정년이 63세로 늘어나 2년 더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 임현동 기자

김포교통 버스 기사로 근무하는 김영대씨는 올해 61세다. 서울 버스회사의 정년이 63세로 늘어나 2년 더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 임현동 기자

“노사 협상 때 정년 연장이 확정됐다는 얘기를 듣고 동료들이랑 만세를 불렀죠. ‘이야! 우리 (정년) 늘어났다’라고요.”
 

소득절벽 메워주는 노후 일자리
젊은층·비정규직에 부메랑 우려
노노·세대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
“근로시간 줄여 새 일자리 늘려야”

지난달 서울 강서구 김포교통 차고지에서 만난 버스기사 김영대(61·서울 마곡동)씨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서울 버스는 지난 5월 노사 협상을 통해 근로자 정년을 61세에서 63세로 연장했다. 1959년 2월생부터 정년 연장 대상에 드는데, 김씨도 혜택을 보게 됐다.
 
버스 운전 31년 차인 김씨는 가장 높은 호봉인 9호봉(연 5000만원대)을 받고 있다. 만약 정년 연장이 안 됐으면 정년퇴직하고 내년 4월 계약직으로 재고용돼 연봉이 3000만원대로 줄어들 판이었다. 상여금도 절반으로 깎이고 학자금 지원도 끊긴다. 김씨는 “큰딸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고, 둘째는 중학생이다. 정년퇴직하면 퇴직금에다 국민연금이 나온다 해도 당장 수입이 줄어드니 갑갑할 노릇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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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지금 벌이로 2년을 더 받을 수 있고 퇴직금도 늘어나니 진짜 큰 도움이 된다. 가족도 엄청 좋아했다”며 웃었다. 그는 “안경을 쓰면 시력이 아직 1.2(좌), 1.5(우)다. 무사고 경력에 지각 한 번 한 적이 없다”며 “은퇴하고 집에 있을 생각하면 답답하고 금방 늙을 것 같더라”고 말했다.
 
충남 금산군 대동고려삼 15년 차 직원 송상임(65)씨는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남편 밥 챙기고 통근버스 타고 출근한다. 송씨는 “전기료와 각종 공과금 등을 내고 자식에게 손 안 벌리려면 직장을 다녀야 한다”며 “집에 있으면 쓸데없는 고민이 생기고 일 나오는 게 최고야. 행복이에요, 이렇게 일 하는 게”라고 말했다.  
 
이 회사 근로자 김현곤(64)씨는 한국타이어에 다니다 만 56세에 정년퇴직하고 2014년 입사해 5년째 일하고 있다. 그는 “벌이를 떠나 회사에 다닌다는 사실만으로 좋다”며 “이곳 일이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아 65세 넘어서도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 근로자의 가족도 반긴다. 김현곤씨의 아내 김금주(57)씨는 “젊은 시절 돈이 없어 힘든 때가 있었는데 나이 들고 남편이 정년 지나서까지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아오니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둘째 아들 김재철씨(30)도 아버지가 정년을 훌쩍 넘겨 회사에 다니는 게 자랑스럽다. 김씨는 “취직이 힘든 시대에 아버지가 회사에 오래 다니는 걸 보면 대단하다”며 “아버지 월급이 가계에 큰 보탬이 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 11%만 정년 연장 혜택
 
정년이 62세 이후로 연장되면 노후 소득 공백기간(크레바스)이 사라진다. 정년과 국민연금 수령 시기(62세)의 틈이 안 생긴다. 하지만 대다수 근로자는 법정 정년(60세)을 채워도 62세까지 소득절벽을 겪는다. 2023년에는 연금 수령시기가 63세,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늦춰지면서 크레바스가 더 커진다.
 
일각에서 “정년 연장이 젊은 세대의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태주 서울버스노조 사무부처장은 “일정 부분 공감한다”고 말한다. 이 부처장은 “사업자 측에서 기존 버스기사들의 근로시간을 47.5시간에서 45시간으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신규 일자리를 1100개 더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며 “아직 노조 차원에서 합의를 본 건 아니지만 정년 연장의 대안으로 근로시간을 줄여 임금을 조금 덜 받는 식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동고려삼(충남 금산군)의 정년은 65세다. 60세 넘은 근로자가 20명이다. 박명숙(63)씨가 인삼을 선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동고려삼(충남 금산군)의 정년은 65세다. 60세 넘은 근로자가 20명이다. 박명숙(63)씨가 인삼을 선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동고려삼 근로자 박명숙(63)씨는 “(청년 실업이) 걱정돼죠. 애들 키우는 거 보니까 돈도 많이 들고. 공부 많이 해서 작은 일이 성에 잘 안 차니 걱정 들 때가 있어요”라고 말한다. 박씨는 “이런 동네(대동고려삼)는 사람이 없어서 난리다. 일자리 찾기가 치열한 곳은 정년 연장 되면 아무래도 젊은애들 일자리 뺏을까봐 걱정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정년 연장이 세대 갈등, 노노(勞勞)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서울의 한 대기업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이모(34·경기도 성남시)씨는 “솔직히 회사에서 40대 중반, 차장 직급을 넘어가면 거의 하는 일 없이 월급만 많이 받는 것 같다”면서 “정년이 연장되면 일 안 하고 돈 많이 받는 사람이 늘어나 나 같은 계약직은 고용 불안이 더 심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청년 취업도 배려하는 고용대책 필요”
 
공기업 취준생 최모(27·경희대 경제학과)씨는 “정년이 연장되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부터 적용할 텐데, 그만큼 신규 채용을 줄이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이 병행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도 우려한다. 석재은·이기주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와 정년 연장 혜택의 귀착’ 논문에서 “베이비붐 세대 가운데 정년 연장된 사람이 11.4%에 불과하며, 고학력·남성·공공기관 종사자가 혜택 볼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의 고용 안정성이 강화되면서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규직이 아니라면 정년 연장 혜택을 볼 수 없다”며 “결국 비정규직·취준생 등 상대적으로 입지가 취약한 노동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금산=김태호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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