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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늘린 61곳 임금피크제 0…“추가 인건비 111억”

정년 연장의 복병 <하> 임금체계 

서울의 61곳 버스회사 노사는 지난 5월 임금·단체 협상에서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만 61세→63세)에 합의했다. 당시 협상에 임한 버스회사 대표들은 “임금을 좀 내주더라도 정년 연장은 끝까지 방어하려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회사 운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고용 계약과 달리 호봉 높여줘야
버스회사들 “지출 늘어 경영 부담”
신규채용 중단 등 고용축소 우려
“성과급 등 새로운 임금체계 필요”

버스회사들이 정년 연장을 막으려 한 이유는 임금 부담 때문이다. 정년이 연장되면 호봉이 올라가면서 임금이 따라 오른다. 임금피크제 같은 것을 도입하지 않았다. 버스회사는 1호봉(월 426만원)~9호봉(월 528만원)으로 돼 있다. 상여금은 신입은 300%, 10년 차부터 600%다. 이송우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 경영지원실장은 “정년이 1년 연장될 때마다 인건비가 111억원 더 나간다”고 말했다.
 
생산가능인구와 고령인구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생산가능인구와 고령인구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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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서울 버스회사 61곳을 포함해 정년을 연장한 기업을 조사했더니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데가 없었다. 서울의 한 버스회사 대표는 “정년퇴직한 버스기사를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면 1호봉의 95% 수준으로 임금을 낮추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지만 정년이 늘면 임금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올 초 대법원이 육체 근로자 가동연한을 65세로 판결해 ‘정년 65세’의 길을 텄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정년을 연장하는 데가 생긴다. 서울·대구 등지의 버스회사들은 지난해 정년을 61세로 연장했고 내년에는 63세로 늘어난다. 충남 금산군의 대동고려삼 같은 회사는 2010년 정년을 65세로 늦췄다.
 
기업 입장에서 정년 연장이 부담이긴 하지만 필요한 측면이 있다. 울산시 시내버스 회사인 울산여객의 김경용 노무이사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당장 더 많은 인력이 필요했는데 젊은이들은 버스기사를 선호하지 않는다”며 “안정적으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년 연장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남의 시외버스 회사인 삼흥고속 관계자도 “고령 운전자들은 이직률이 낮다. 정년을 연장하는 편이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임금이 낮은 업종은 상대적으로 정년 연장 갈등이 덜한 편이다. 대동고려삼은 전체 직원 150명 가운데 스무 명이 60세 이상이다. 인삼 가공과 선별 일을 주로 한다. 이 회사 이종익 부장은 “월급은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고 설·추석 등 명절에는 떡값 정도만 준다. 휴가비도 따로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금체계를 개편하지 않고 정년 연장을 하면 ‘고용 축소’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노동연구원 남재량 선임연구위원은 “통상적으로 젊은 근로자는 일한 것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고 고령일수록 생산량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게 된다. 정년이 연장되면 생산량이 적은 근로자에게 높은 임금을 오랜 기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남 연구위원은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량은 줄고 지출이 많아지기 때문에 손실을 메우기 위해 누군가를 내보내거나 아예 고용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구버스조합의 한 간부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정년을 61세에서 63세로 연장했지만 임금 부담이 커져 신규 채용이나 퇴직 후 재고용하는 계약직을 다소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원활한 노동력을 공급받기 위해 정년을 연장했지만 이로 인한 손실을 어떻게 메울지 대책이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성과만큼 임금을 받는 구조, 혹은 직무에 따라 임금을 받는 방식이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수·김태호·신진호·김윤호·이은지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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