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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낙태약 먹고 실려온 10대, 그 뒤엔 뒷짐 진 국회

황수연 복지행정팀 기자

황수연 복지행정팀 기자

“암암리에 할 수밖에 없어요.”
 
지난 23일 낙태수술을 문의하러 찾은 경기 성남시 A 산부인과에서 간호사가 한 말이다. “합법화된 건 아닌데 미스(미혼자)들도 그렇고 책임질 게 아니면 (낙태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병원 의사는 “임신 주수가 올라갈수록 출혈이 크고 수술이 힘들어질 수 있다”며 “결정은 신중히 하되 너무 늦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병원들은 하나같이 “기록이 남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많게는 100만원, 적게는 60만원까지 부르는 게 값이었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를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한지 100일이 지났다. 낙태는 그 이전보다 더 공공연해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음습한 분위기에서 불법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여전히 현금 결제를 강요하고 기록 타령을 한다. 환자와 상담하면서 얘기를 듣거나 낙태여부를 깊게 생각하도록 숙려를 권고하지도 않는다. 환자를 인격체로 대하지 않는다.
 
특히 청소년이 위험한 상황에 몰린다. 온라인에서 불법 낙태약(미프진)을 사서 먹는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미프진을 합법화 했는데, 한국은 아예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도 나지 않았다.  
 
산부인과 전문의는 “미프진이 승인된 나라에서 산부인과 의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약을 복용하고 부작용 여부를 모니터링하게 돼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전문의는 “불법인데 약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프진을 먹고도 제대로 유산이 안 돼 다시 낙태 수술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 전문의는 “복부 출혈, 낙태 실패 등으로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를 치료했는데, (부작용 사례가) 얼마나 많겠냐”고 말했다.
 
헌재 결정에 맞춰 법률을 고칠 책임은 국회와 정부에 있다.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 파행이 계속되다 보니 논의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섣불리 법안을 내기에 후폭풍이 두렵단 얘기도 들린다. 유일하게 법안을 낸 정의당 이정미 의원도 발의 직후 거센 비판을 받았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5월 토론회를 열 때 여러 의원을 섭외했더니 대부분 선거 얘기를 하며 부담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법률 개정 시한은 내년 말이다. 사안이 워낙 복잡해 여유가 별로 없다. 이대로 가면 국회 논의가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넘어갈지 모른다. 정부도 국회를 핑계로 팔짱을 끼고 있다. 이럴 것 같으면 미프진이라도 우선 도입해 전문가 관리를 받아야 한다. 불법약을 잘못 먹고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이라도 줄여야 한다.
 
황수연 복지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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