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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조 백일장] 7월 수상작

<장원>

갱년기
-황남희
 
돋은 닭살 간데없다 끓는점 닿는 순간
속속들이 건조해도 기름기는 남아있다  
포차 속 통닭 한 마리 섣부른 숨 고른다
 
솟음치는 맥박과 발그레한 민낯으로  
순간 포착 기다리며 지난날을 소환한다
바래진 기억 너머에 펴지 못한 두 날개  
 
시원한 생맥주에 또 한 잔을 외치며  
발효된 시간 위에 거품을 걷어낸다
종영된 반세포의 힘 후속편을 꿈꾸며
 
◆황남희
황남희

황남희

1970년 서울 출생. 2016년 수원인문학글판 우수상, 2018년 7월 중앙시조백일장 차하, 수원문학아카데미 진순분 시조교실에서 시조 공부 중.

 
 
 
 
 

<차상>

솥의 전언
-류영자
 
귀 두 개 무쇠솥이 세상 얘기 들으란다
발 세 개 거북솥이 잘 버티고 살라 한다
수천 도 불구덩이도 꺾지 못한  
저 고집
 
가마솥밥 먹으려다 찡해오는 가슴 한편
구부정한 거북 등에 여섯 식구 태우셨던
아버지
젊은 한때가 시우쇠로 일어난다
 

<차하>

바람개비  
-서기석
 
그 오랜 날갯짓은
비상을 꿈꾸는 일
 
발싸심 시심 따라
바람결에 몸 맡긴 채
 
반생애 밑줄 긋고서
끝내 던진 출사표  
 
 

<이달의 심사평>

칠월은 태양의 계절이다. 사과는 사과인 줄 모르고 익는 것처럼 시인도 시인인 줄 모르고 시인이어야 한다고 했다. 장원으로 황남희의 ‘갱년기’를 올린다. 갱년기의 부정적 의미를 원숙한 절정기로 이끌고 있다. 그러므로 “후속편을 꿈꾸”는 “반세포의 힘”으로 “발효된 시간 위에 거품을 걷어낸다”고 말한다. 인생 2막을 실천하려는 건강한 메시지다. 적확한 비유와 대상의 선택, 상황의 설정도 표현 못지않게 마땅한 인과성을 요구한다. 현상의 겉과 속이 조화를 이뤄야 하고 저음에서 흔들리지 않는 형식을 운용하는 능력을 천착해야 한다. 시조는 운율의 미학이다. 3.4조의 형식을 갖춘다고 해서 율격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차상으로 류영자의 ‘솥의 전언’을 선택한다. 눈이 참 밝은 시인이다. 작품 속 인식의 깊이는 얼굴을 숙이고 들여다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어서 우리의 마음을 깊이 파고든다. 무쇠솥과 거북솥의 전언이 마주하여 현실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작위적인 경구가 아니기에 울림 또한 멀리 간다. 다만, “찡해오는 가슴”을 직접 말하지 말고 독자가 찡하도록 만드는 비유가 필요하다. 차하로 당선된 서기석의 ‘바람개비’는 “출사표”를 던지는 그의 “발싸심” 역시 대단하다. 그러나 짧을수록 좋고 좋을수록 어려운 단수의 심원을 잊지 말자.
 
심사위원: 이종문·최영효(대표집필 최영효)
 

<초대시조> 

수목장
-이한성  
 
산에 오르자 산이 제 발로 내려오고 있었다.  
정상으로 길을 내던 바람이 비켜서서  
굳은 몸 통성으로 푼 폭포수를 보고 있다.  
 
나무의 그림자가 키를 한껏 낮춘 오후  
풀잎은 풀잎끼리 마른 가슴 비비는데  
언 발목 시린 노루가 굴피 집을 엿본다.  
 
나는 안다, 산이 쉽게 그늘에 젖는 이유  
층층이 누워 있는 아버지에 그 아버지  
허연 뼈 묻어도 좋을 소나무 밑 때문이다.  
 
◆이한성
이한성

이한성

1972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가을 적벽』  『전각』 외 다수 중앙시조대상, 가람시조문학상 외.

 
 
 
 
   
인간 삶의 원형 중에서 최초의 집이 어머니의 자궁이라면 최종의 안식처는 무덤일 것이다. 장묘문화 중에서 근래에 주목을 받고 있는 ‘수목장’은 생명체의 곁에 안식처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죽음을 현재화시킨다. 이때의 죽음은 성장하는 나무와 같이 시간이 지날수록 풍성해진다.
 
겨울이 지난 산에는, “층층이 누워 있는 아버지에 그 아버지”와 같은 생의 내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 산을 향해 내가 가고 있는데, “산이 제 발로 내려오고 있”다고 하는 것은 예비된 내세를 직감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계곡물의 얼음이 “통성으로” 풀려 폭포수를 이루듯이 계절의 섭리는 순환 주기를 완성해간다. 이때 봄의 느낌으로 자연의 맥박이 풀리는 것과 같이 존재에 대한 물음도 “통성”으로 새어 나온다. 그 순환성 속에 나무와 풀잎과 노루가 겨울을 나면서 언 몸을 비비고, 인가에 내려와 추운 내색을 한다. 존재자들은 모두가 개체로서 겪어야 할 절대 고독에 처해 있다. 전통적 사유에서 이 고독감은 “아버지”의 가계사에 의탁하거나 이웃과의 연대를 통해 극복될 수 있다.
 
시조 ‘수목장’에서 시인의 눈길이 다다른 곳은 “허연 뼈 묻어도 좋을 소나무 밑”이다. “나는 안다,”와 같은 단언이 가능한 것은 궁극으로 도달해야 할 장소를 이곳에서 찾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산이 쉽게 그늘에 젖는 이유”가 되는데, 이를 통해서 산 그림자를 넓혀가는 “생의 음역”과 현존의 한 때를 확인하게 된다.
 
염창권 시조시인
 

◆응모안내
매달 20일 무렵까지 우편(서울시 중구 서소문로 100번지 중앙일보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또는 e메일(won.minji@joongang.co.kr)로 접수할 수 있습니다. 02-751-5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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