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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기는 인생 두 번 사는 방법”

김연수 작가는 ’ 문학은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김연수 작가는 ’ 문학은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소설가 김연수(49)가 40대를 지나오며 시대에 대해 고민했던 흔적을 담은 산문집  『시절일기』(작은 사진·레제)를 출간했다. 책은 지난 10년간 써내려간 일기이자 세월호 참사, 문화계 블랙리스트, 촛불시위 등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주요 사건들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작가가 문학의 역할을 고민했던 사유를 담고 있다.
 

소설가 김연수 산문집 『시절일기』
세월호 등 지난 10년의 고민 담아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어둠에 균열내는 빛 역할은 가능”

시절일기

시절일기

특히 2부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에서 작가는 세월호 사건을 한국 사회와 기성세대의 ‘완벽한 실패’로 진단한다. “결국 이런 사회밖에 못 만들어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밝힌 그는 “아이들이 우리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기를 바랄 뿐”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가라앉는 세월호의 모습을 보고 또 보기를, 우리처럼 망각하지 말고 어른이 되어서도 꼭 기억하기”를 당부한다.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문학의 역할을 묻는 글에서는 “타자의 고통 앞에서 문학은 충분히 애도할 수 없다”면서도 “해설이 불가능해 떨쳐버릴 수 없는 이 모호한 감정을 받아들이는 게 문학의 일”이라고 적었다. 최근 서울 서소문 중앙일보에서 그를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책에 사회적 이슈가 많이 등장한다.
“소설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시공간이다. 처음엔 소설을 쓰기 위한 필요 때문에 시공간에 관심을 가졌는데,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사는 세계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생각하게 됐다.”
 
특히 40대에 쓴 글들을 묶은 이유는.
“40대가 될 무렵 내게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아이들이 10대가 됐다. 묘하게 인생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밀려들면서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게 됐다. 책임감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니까 그전과는 다르게 부조리한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사람들이 좀 더 잘 살 수는 없을까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다.”
 
가장 영향이 컸던 사건은.
“무엇보다도 세월호 사건이다. 당시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사회가 대처하는 방식들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어렸을 때는 내가 막연히 어른이 되면 사회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보고 ‘우리 세대도 실패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은 세월호와 관련된 글밖에 쓸 수 없었다.”
 
책은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한다. 답을 얻었나.
“나름 답을 찾았다. 대부분 사람이 어둠 속에서 힘들게 살아간다. 약육강식의 세상에서는 권력이나 부, 명예 같은 것들의 힘이 세다. 그에 비하면 문학은 힘이 없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문학은 다른 영역에서 힘을 낼 수 있다. 문학은 어두운 세계에 균열을 내서 희미한 빛이 들어오게 한다. 물론 빛 한 줄기가 별다른 힘이 없을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데는 커다란 역할을 한다.”
 
균열이 커지면 결국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다만, 문학이 개인 한 사람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다른 시선을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다. 지옥은 지옥이지만, 지옥에서 꽃 구경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해야 하나. 그 안에서 개인은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인생을 살 수 있다.”
 
다음 소설은 어떤 작품인가.
“백석 시인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다. 백석 시인은 국가에 의해 시골로 쫓겨난 뒤 40년 동안 글을 쓰지 못하게 된다. 시인이지만 시인이 아닌 채로 여생을 살아야 했다.”
 
매일 일기를 쓴 이유는.
“시간이 지난 뒤에 일기를 다시 보면 나를 객관화시켜 볼 수 있다. 당시만 해도 나에겐 절실한 문제였는데 일주일만 지나면 별다른 문제가 아니었던 적이 많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인생을 두 번 살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과거의 실수를 교정할 수는 없지만, 똑같은 상황은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살 수 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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