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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철 논설위원이 간다] ‘새벽 1시 마감 지켜라’ 밤을 잊은 배송 전쟁

불붙은 새벽 배송 현장 가보니

새벽 배송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있는 마켓컬리 배송센터. 나현철 기자

새벽 배송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있는 마켓컬리 배송센터. 나현철 기자

지난 26일 밤 12시 30분 서울 송파구 장지동 서울복합물류 내 마켓컬리 배송센터. 한여름인데도 영상 5도로 맞춰진 1만㎡ 규모의 냉장센터는 겨울처럼 서늘했다. 안에서는 점퍼나 스키복 등 두꺼운 옷을 걸친 수십 명의 사람이 포장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200개 단위로 놓인 바구니에 채소와 과일·육류 등이 바쁘게 채워졌다. 전날 밤 11시까지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들이다. 모든 상품이 채워지면 바구니는 컨테이너를 따라 줄줄이 1층 배송장으로 내려갔다. 다른 층에 있는 상온센터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같은 물건이 내려왔다. 1층 배송장에서 주문 별로 합쳐진 바구니들은 바쁘게 배달 차량에 실렸다. 새벽 2시. 대기하던 배달 차량 500여대가 하나둘씩 시동을 켜고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지역별로 나눠진 50~60개 주문을 아침 7시까지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차량들이다. ‘샛별 배송’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새벽 배송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마켓컬리가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하루 주문량은 3만~4만 건에 이른다.
 

첫 시작 마켓컬리 장지동 센터
2층 높이 물류창고서 수백명 분주
500대 차량이 아침 7시 ‘배달 끝’

시장규모 8000억원으로 커지자
신세계·롯데 등 유통강자도 동참
물류업체 사활 건 생존 경쟁 중

마켓컬리는 지난 2015년 ‘샛별 배송’을 시작했다. 골드만 삭스, 테마섹 등 주로 금융권에서 경력을 쌓은 김슬아 대표는 ‘나와 가족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테마로 회사를 창업했다. 자신을 포함한 주부들이 가족들의 아침을 준비하느라 바쁘지만 새벽 장을 보러 나갈 수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래서 밤 11시까지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아침에 문 앞에 식재료가 배달되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국내에 아무리 택배회사가 많아도 하지 않던 서비스였다. 품목은 철저히 품질 위주로 골랐다. ‘나와 내 가족이 사고 싶은 상품을 판다’는 첫 번째 사시가 이를 웅변한다. 생산자와의 상생에도 노력했다. 판매 물품으로 선정하는 데는 까다롭지만 일단 선정되면 대금을 주고 바로 사는 정책을 폈다. 재고부담이나 미판매로 인한 부담을 생산자에게 떠넘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런 상품들은 유통 전 과정에서 신선도를 유지하는 ‘풀 콜드 체인’으로 배송했다. 이 결과 첫해 29억원이던 회사 매출은 2016년 173억원, 2017년 465억원으로 가파르게 불어났다. 지난해 매출은 1570억원에 달해 전체 시장의 약 40%를 점유하고 있다. 마켓컬리 이현경 디렉터는 “업계에선 ‘과연 있을까’ 했던 새벽 배송 시장의 존재를 확인하고 개척해온 게 회사 역사”라며 “단순히 시장에 편승하지 않고 홍콩밀크티, 감귤착즙주스 등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농업진흥청에 따르면 2015년 100억원으로 추산됐던 새벽 배송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고 올해엔 80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시장이 형성되면서 쿠팡의 로켓프레시, BGF의 헬로네이처 같은 서비스도 새로 시작됐다. 40대를 중심으로 형성되던 고객층이 20~30대로 확산되고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주문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선 기존 유통 강자인 신세계와 롯데 등도 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새벽 배송이 늘어나면서 기존 온라인 유통 배송 시장까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제 “새벽 배송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돈다. 재구매율이 높아 기존 고객이 점차 새벽 배송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얘기다. 신세계 이마트의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4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1.6% 줄었다. 롯데마트 역시 이 기간에 영업이익이 79% 감소한 84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온라인 시장(113조원 추정)에 비해 규모가 작다고 해서 새벽배송을 무시하긴 힘들어진 것이다.
 
사람 손이 거의 들어가지 않고 기계가 분류 및 포장작업을 하고 있는 경기도 김포시 이마트 배송센터. [사진 SSG닷컴]

사람 손이 거의 들어가지 않고 기계가 분류 및 포장작업을 하고 있는 경기도 김포시 이마트 배송센터. [사진 SSG닷컴]

지난 29일 새벽 1시 김포공항 근처에 있는 경기도 김포시 이마트 배송센터. 주말 밤인데도 5층 높이의 전용 배송센터인 이곳은 분주했다. 노란색 화물차량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가운데 건물 4층 건조식품 배송센터에선 SSG닷컴의 상품 분류 작업이 한창이었다. 자정까지 주문받은 상품을 아침 6시까지 고객 집 앞으로 배달해주는 새벽 배송을 준비하는 일이다. SSG닷컴의 시스템은 거의 완전한 자동화가 특징이었다. 일렬로 줄지어 선 직원들이 화면의 지시대로 상품을 올려놓으면 기계가 자동으로 해당 바구니에 물품을 집어넣었다. 바구니를 꺼내는 것부터 배송 준비까지 전 과정을 기계가 알아서 했다. 사람이 끼어드는 공간은 미처 제품이 등록되지 않은 상품들을 찾아 바구니에 넣는 곳뿐이었다. 채워진 바구니는 1층 배송장에서 3층 상온센터에서 내려온 바구니와 합쳐져 배달 준비가 끝난다. 상품 적재도 가장 먼저 배달해야 할 물품부터 역순으로 트럭에 실렸다. 이 역시 배송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자동화 노력이다.
 
새벽배송

새벽배송

SSG닷컴은 지난달 말에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서울 한강 변 11개 구에서 하루 3000건의 주문을 받아 처리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주문이 폭주하면서 서비스 시작 한 달 만인 지난 30일부터 17개구, 하루 5000건으로 처리 용량을 확대했다. ‘연말까지 5000건’이었던 사내 목표를 반년 가까이 앞당긴 셈이다. SSG닷컴 안창현 과장은 “실제 해보니 새벽 배송 시장의 폭발력을 확인하고 서비스를 일찍 확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새벽 배송의 고민은 남아있다. 바로 수익성이다. 상품 가격을 무작정 올릴 수 없는데 비용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새벽 배송이 이뤄지는 상품은 대부분 신선식품이기 때문에 포장 비용이 많이 든다. 또 물품 분류 및 배송에 드는 인건비가 낮의 150%다. 이러다보니 웬만큼 시장이 확보돼도 흑자 내기가 쉽지 않다. 업계 1위인 마켓컬리만 해도 지난해 336억원의 적자를 봤다. 적자 폭도 2015년 54억원, 2016년 88억원, 2017년 123억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초기 시설비와 인건비를 감안해도 부담스런 금액이다. 신세계의 SSG닷컴은 아직 적자는 아니라고 하지만 연말까지 장담하긴 어려운 처지다. 제품 분류와 포장에 비용이 많이 들고 운송 비용도 건당 1500원 선으로 높아서다. 마켓컬리 이 디렉터는 “시스템 운용에 필요한 규모의 경제는 이뤘지만 아직 이익을 내는 규모의 경제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초기 시장과 배송 시스템 개발이 끝나고 고객 확대가 이뤄지면 경제적으로 의미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현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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