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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호 특수부 시대…새 고검장·검사장 18명 중 공안 ‘0’

“기획통과 공안통이 안 보인다.”
 

승진 26·27기 7명 중 5명 특수통
경찰대 등 출신 대학 다양해져
서울대→법무부→유학→대검 코스
기획 전문 ‘귀족 검사’ 줄줄이 사임

지난 26일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뒤 단행한 첫 검사장급 이상 인사를 두고 법조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실제로 이번 인사에서 ‘귀족 검사’라 불리는 기획통과 과거 주요 보직을 도맡았던 공안통들이 사라졌다. 검찰의 주류 엘리트가 급속도로 교체되고 있다.
 
‘귀족검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사법연수원을 마친 뒤 재경지검→법무부→유학→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 등 수도권에서만 근무하며 기획통으로 경력을 쌓은 주류 엘리트 검사를 일컫는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사표를 냈거나 보직에서 물러난 다수의 고검장·검사장이 이런 ‘기획통 검사’들이다. 고검장 중에선 봉욱·김호철·황철규 전 고검장이, 검사장에선 한찬식·권익환·차경환 전 검사장 등이다.
  
노무현 정부 때 황교안 승진 누락
 
신임 고등검사장·검사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신임 고등검사장·검사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검찰 고위간부 중 ‘공안통’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고검장·검사장 승진자 18명 중 공안통으로 분류할 만한 검사는 한명도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안검사의 세력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기획통과 공안통, 특수통을 세 축으로 균형을 유지해오던 검찰 내 관행이 완전히 깨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조상준(사법연수원 26기) 대검 형사부장과 이원석(27기) 대검 기조부장, 한동훈(27기) 대검 반부패부장이 이번 인사에서 모두 검사장을 달았다. 이번에 검사장으로 승진한 연수원 26기는 5명, 27기는 2명이다. 이 7명 중 5명이 특수통으로 분류된다. 25기도 6명이 한꺼번에 검사장으로 승진했지만 조종태 광주고검 차장검사를 제외하고는 기획통과 공안통은 포함되지 않았다.
 
기획통 엘리트 검사로 분류되는 정수봉(25기) 광주지검 차장검사와 이선욱(26기) 대전지검 천안지청 차장검사는 이번 인사에서 누락됐다. 법무부 공안기획과장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을 거친 김광수(25기) 부산지검 1차장과 대표 공안통인 이현철(25기)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은 2년째 검사장 승진에서 떨어졌다. 대검 공안1과장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을 거친 백재명(26기) 대구지검 서부지청장과 대검 공안기획관을 지낸 이수권(26기) 수원지검 2차장 등도 검사장 승진 대상자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번 인사에서 박찬호(26기)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검사장으로 승진해 내년에 있을 21대 총선 관련 수사를 총괄할 대검 공안부장으로 영전했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공안 1·2부를 밑에 두고 있어 공안통이 주로 맡았던 자리지만 그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후임 2차장으로도 특수부 출신 검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대공·선거·노동 담당, 공안 힘 빼면 안 돼”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도 공안검사가 대거 승진에서 누락되곤 했다. 대표적인 예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다. 황 대표는 검사 시절 대검 공안3과장·공안1과장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2차장을 거쳤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검사장 승진 코스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지내고도 2년을 내리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됐다. 사퇴하지 않고 버틴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후 늦깎이로 검사장이 됐고 고검장까지 지낸 뒤 퇴임했다. 이런 이력이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로 임명되는데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배를 마신 공안통 중 ‘2전 3기’를 이룰 ‘제2의 황교안’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검사장 인사에선 출신 학교와 보직도 다양해졌다. 윤 총장 임명 전 사의를 표명하거나 보직에서 물러난 14명의 검사장급 이상 검사의 출신 학교는 서울대 법대(9명)와 고대 법대(4명), 연대 법대(1명) 세 곳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선 한양대, 이화여대, 부산대, 전남대, 경북대, 경찰대 출신 검사들이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또한 검찰의 핵심 요직인 대검이나 법무부 근무 경력 없이 일선 검찰청에서 근무하며 검사장으로 승진한 인사들도 눈에 띈다.
 
경찰대 출신의 노정환 대전고검 차장검사는 법무부 근무 경력이 없고 대검 근무도 평검사 시절 단 한 차례 뿐이다. 한양대 법대를 졸업한 최경규 청주지검장도 평검사 시절 한차례 대검 연구관 근무를 제외하곤 주로 일선 검찰청에서 근무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지금 정권은 과거와 비교해 검찰 내 인적 쇄신과 세대교체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온다면 다음 인사에선 검찰의 인사 폭이 훨씬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검 공안부장을 지냈던 한 변호사는 “10명 넘는 인원이 검사장으로 승진했는데 공안출신 검사가 1명도 포함되지 않은 경우는 지금껏 본 적이 없다”며 “공안검사가 담당하는 대공·선거·노동사건 등은 모두 전문적인 역량이 필요하고 수사 경험이 쌓여야만 하는 분야인데 공안검사들의 경력이 홀대받고 있어 아쉽다”고 했다.
 
다음 달 중순부터 공안부는 공공수사부로 이름까지 바뀐다. 대공 사건보다 노동이나 선거 분야에 중심을 두겠다는 취지다. 공안 분야에 오래 근무한 한 검사는 “이름이 바뀌는 것이 문제라기 보다 정부와 대북관계가 바뀌었다고 공안부 힘을 빼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공안 분야가 위축되다 보니 공안부 지원 검사도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박태인·정진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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