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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의 이코노믹스] 커지는 사회주의 유혹, 양극화 해소로 차단해야

자본주의 구하기와 양극화의 해법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국가 경제가 발전하려면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소득과 부(富)의 불평등이 심화하면 그 나라는 지속적 성장을 할 수 없다. 분배만 강조하면 성장이 정체되면서 옛소련처럼 붕괴할 수 있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세계는 경기침체와 양극화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케인스의 긴급 처방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수정 자본주의를 통해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발전할 수 있었다.
 

미국 청년층 51% 사회주의에 호감
분배만 강조하면 옛소련처럼 붕괴
양극화 심화하면 지속 성장 불가능
일자리 늘리고 성장률 높여야 해소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개입을 늘리는 사회주의 정책 선호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에 의하면 미국의 18~29세 사이의 젊은 층인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의 51%가 사회주의에 호감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주의는 미국의 정계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 예비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자신을 민주사회주의자라고 자칭한다. 사회주의 정책을 주장하는 민주당의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역시 대중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추세는 호주와 영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회주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배경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지속하면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하면서 승자독식으로 흐르기 쉬운 자본주의에 실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 부자들 적극적 대책 제시
 
이 같은 사회주의 경향은 주류경제학의 신자유주의 사상에 대한 반작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장을 신봉하면서 정부개입을 반대하는 합리적 기대학파가 지배하는 주류경제학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침체가 지속하고 양극화가 심화하는 데도 불구하고 마땅한 정책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포스트 케인스주의 같은 비주류 경제학이 임금주도성장이나 현대화폐이론(MMT)에 근거한 확대 재정정책으로 경기침체와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론적 기반이 취약하고 내수시장이 큰 기축통화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대안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렇게 되자 1991년 소련이 붕괴한 지 30년이 다 돼가는 지금 사회주의의 부활과 반시장 정서를 우려하는 미국의 재계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적극적이면서 전략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 JP 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과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 등은 복지 확충,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에다 부유세 신설과 재산의 사회환원을 주장하면서 미국의 사회주의 유혹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이런 우려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기업인들의 모임인 다보스포럼에서 양극화 해소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선정한 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양극화

양극화

양극화가 심화할 경우 사회주의가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은 과거에도 있었다. ‘창조적 파괴’로 유명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1942년 펴낸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에서 자본주의가 창조적 혁신을 불러오는 가장 좋은 제도이기는 하지만 양극화 때문에 결국은 사회주의로 가게 된다고 예언했다. 마르크스와 달리 그는 혁신으로 일자리를 잃은 지식계층은 정부개입이 필요하게 되면서 사회주의를 선호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인도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한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 역시 저서 『자본가로부터 자본주의 구하기』에서 일부 자본가들이 독과점이나 정치권과의 유착을 통해 과도한 이윤을 추구할 경우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반시장 정서와 정부개입이 늘어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는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유착하는 이익집단을 정부가 강력히 규제하고 빈곤층을 위해 복지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주의 망령은 부활할 것인가,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는 양극화의 해법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으로 혁신이 늘어나고 경기침체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지금 슘페터와 라잔의 예언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성장률 둔화로 불평등 심화
 
최근 한국경제 역시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정부개입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청년실업이 늘어났고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면서 부의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그동안 소득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은 크게 올라 부의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특히 가계자산의 30% 정도를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거의 80%를 부동산으로 갖고 있어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소득의 불평등은 경기가 호전돼 일자리가 늘어나면 해소될 수 있지만, 부의 불평등은 그 금액 규모가 너무 커서 격차를 줄이기가 어렵다. 결국 근로의욕을 잃고 결혼이 늦어지면서 저성장과 사회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이런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출산율 때문에 잠재성장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선진국과 달리 연금체계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령화가 진전되면 노년층의 빈곤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중국의 추격으로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하면서 제조업 공동화가 우려되고 있다. 성장률이 둔화하고 일자리가 줄어들 경우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양극화 해법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먼저 부동산가격을 안정시켜 부의 양극화를 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당국은 서울 집값이 오르는 원인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지방이나 수도권 집값은 오르지 않는데 유독 서울 집값만 크게 오르는 원인 중 하나는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공제의 허점에 있다. 초고가 주택의 경우에도 1주택자라는 이유로 과도한 면세 혜택(10년 이상 보유하면 80% 공제)이 제공되면서 서울 특정지역의 주택 수요를 부추기는 배경이 되고 있다. 정책당국은 미국처럼 일정 금액까지만 장기보유공제 혜택을 주도록 조세제도를 개선해 부동산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또 지방이나 수도권 주택은 오르지 않는 데 서울 집값만 오르는 원인은 교통인프라에 있다. 정부는 그동안 수도권에 거듭 신도시를 만들면서도 교통인프라는 확충하지 않았다. 서울 진입 터널과 교통인프라를 확충해 도심 주택 수요를 줄여야 한다. 집값 상승 원인은 그대로 둔 채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나 보유세 강화정책으로는 가격을 안정시킬 수 없으며 부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어렵다.
 
더 근본적으로는 공급 중시 성장전략이 필요하다. 성장률이 둔화하는 원인은 내수부진과 같은 수요부족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같은 공급 측면에 있다. 조선·철강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구조조정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득 및 소비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성장률을 높이려면 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신산업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신기술을 가진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국·독일·일본·중국은 정부 주도로 신산업정책을 수립해 전문인력 양성과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 5년 단임 대통령제 하에서 장기전략을 수립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수립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기업인들 역시 단기적 이익추구보다 시장경제 체제 유지를 위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요컨대 한국경제는 저성장과 양극화의 함정에 빠져 있다. 지금이라도 슘페터가 말한 대로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좋은 제도인 자본주의를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고 주택의 공급 중시 성장전략을 수립해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저성장의 함정과 사회주의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 미 클레어몬트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고 줄곧 경제학을 가르쳐왔다. 한국경제학회·국제경제학회·국제금융학회 회장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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