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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하에 죽은새 보낸 '태극기 자결단'···알고보니 진보단체

지난 3일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의원실에 배달된 소포 내용물. 협박 메시지가 담긴 편지와 함께 흉기, 죽은 새가 든 소포가 배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바 있다. [뉴스1, 윤소하 의원실]

지난 3일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의원실에 배달된 소포 내용물. 협박 메시지가 담긴 편지와 함께 흉기, 죽은 새가 든 소포가 배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바 있다. [뉴스1, 윤소하 의원실]

"윤소하 너는 민주당 2중대 앞잡이로 문재인 좌파독재 특등 홍위병이 되(돼의 오타) 개XX을 떠는대(데의 오타) 조심하라. 너는 우리 사정권에 있다. 태극기 자결단." 
 

경찰, 서울대학생진보연합 운영위원장 체포
"경위, 동기 등 자세한 범행 사항은 조사 중"
대진연 "우리와 무관…공안탄압 조작사건" 주장

지난 3일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실로 보내진 협박 소포에는 부패된 죽은 새와 커터칼, 그리고 빨간 글씨로 이같이 본인을 '태극기 자결단'이라고 밝힌 편지가 동봉돼 있었다. 소포 겉면에는 서울 관악구 모처가 주소지인 김모씨가 발신자로 적혀 있었다. 주소는 당연히 가짜였다.
 
이 사건에 대해 문희상 국회의장은 4일 "한국사회와 의회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밝혔고,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윤 원내대표 개인을 넘어 정의당과 정의당 지지자 모두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저급한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대다수가 '태극기 자결단'이라는 문구에 극우 집단 소속 아무개의 범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피의자는 그 예상과 가장 다른 집단에 소속된 사람이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윤소하 원내대표실에 협박 택배를 보낸 혐의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산하 서울대학생진보연합 운영위원장 A씨(35)를 29일 오전 9시쯤 검거했다고 밝혔다. A씨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의장 출신으로 2008년 이적단체 가입 등의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된 적이 있다.   
 
대진연은 지난 2017년 3월 한국대학생연합, 대학생노래패연합 등 대학 운동권 단체들이 연합해 결성한 단체다. 소위 '태극기 자결단'과는 사상·이념적으로 대치점에 있는 집단이라고도 볼 수 있다. 대진연은 지난해 말부터 서울 곳곳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환영 홍보활동을 벌여 논란이 일기도 했으며, 4월에는 대진연 소속 20여명이 국회 의원회관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의원실을 기습 점거해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지난 9일에는 대진연 소속 30여명이 서울에 있는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 계열사 사무실 앞에서 "일본 식민지배 사죄하고 경제보복 중단하라"며 2시간 30분 동안 연좌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학생들이 지난 4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 진입해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뉴스1]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학생들이 지난 4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 진입해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뉴스1]

이런 점 때문에 대진연 소속인 A씨가 왜 다른 곳도 아닌 정의당 의원실에 태극기 자결단을 가장해 협박 소포를 보냈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택배 발송지를 확인하고 주거지까지 CCTV 동선을 추적한 결과 피의자 A씨를 특정할 수 있었다"며 "범행 동기와 경위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대진연 소속이 태극기 자결단이라고 한 걸 보면 태극기부대나 대한애국당을 폄훼하려는 의도가 섞인 게 아닐까"라며 "'태극기부대는 이 정도로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세간에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고 말했다. 
 
윤소하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우리도 보도가 나오기 직전에서야 알게 됐다"며 "일단 회의를 해보고 곧 입장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의당도 당혹스러울 것"이라며 "하필 피의자가 어찌 보면 '우리 편'인건데, 강력 수사와 처벌을 강조했던 만큼 난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진연 측은 이날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전 미리 성명을 내고 "공안탄압 조작사건을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대진연 측은 "윤소하 의원 백색테러 협박 건으로 운영위원장이 부당하게 잡혀가는 어이없는 상황이 오늘 아침 일어났다"며 "이에 서울대진연은 석방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진연 관계자는 "우리는 전혀 윤소하 의원 테러와 관계가 없다"며 "그 전에도 A씨는 다른 건으로 수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진연은 이날 오후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A씨의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광주전남 대진연 측도 "대진연은 자유한국당 해체와 일본의 경제공격을 규탄하는 활동을 활발히 벌이는 대학생 조직"이라며 "대진연이 그 길에 함께 하고 있는 정의당 원내대표를 공격하는 것은 그 의도가 맞지 않을뿐더러 명분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봐도 태극기 집회에 나오는 극우단체들이 했을 법한 일을 대진연이 했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진보개혁세력을 이간질해 득 볼 사람은 보수 세력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연·신혜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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