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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수출 제한 조치에 깃든 아베의 노림수

신정화 동서대 국제관계학전공 교수

신정화 동서대 국제관계학전공 교수

일본 정부는 수출 제한 조치를 하며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50년 이상 유지된 정경 분리 원칙을 무너뜨렸다. 정부는 일본에는 외교 협상장으로 돌아오라 요구하고, 국민에게는 단합과 협조를 당부했다. 국민은 일제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자제에 돌입했다. 아베 정부가 다음 달 화이트 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면 반일주의는 더 뜨거워질 것이다. 이번 조치는 단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큰 피해를 주겠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밸류 체인으로 연결된 일본 경제는 물론 일본 리더십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과거 군사력을 동원해 아시아를 침략한 제국주의 이미지에, 경제력을 수단으로 자국 주장을 강요하는 패권주의 이미지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대북·대중 정책 간극 벌어져
한국의 전략적 가치 하락 판단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일 병합의 불법성에 근거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과 삼권분립 입장에서 이를 옹호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보복 조치임이 분명하다. 한국의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할 경우 동일한 청구가 과거 지배 지역에서 잇따라 제기되고,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에도 배상금이 증대될 가능성이 크다.
 
보다 근본적 이유는 아베 정부가 ‘힘에 의한 외교’를 내걸고 미국과 강력히 연대해 일본 우위의 기존 동북아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대중·대북 정책을 불신하기 때문이다. 대중 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2010년대부터 현재화됐다. 중국의 대국화를 일본은 위협으로 인식하고 견제 정책을 실시하는 데 반해, 한국은 경제 성장 기회이자 대북 정책 협력자로 판단하고 편승 정책을 실시한다. 이로 인해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하락했다. 일본의 대중 정책인 인도·태평양 정책에서 한국의 자리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다음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확대된 대북 정책 간극이다. 한국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한국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차원에서 추진한다. 그러나 일본은 한반도를 넘어 중국을 포함하는 동북아 차원에서 바라보면서, 한·미·일 연대에 입각하지 않은 한국의 대북 정책은 일본 안보에 부정적이라 판단한다. 2017년 한반도 전쟁 위기 상황에서 나온 ‘한국 패싱설’, 2018년 남·북, 북·미, 북·중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가운데 부각됐던 ‘일본 패싱설’은 정책 차이가 협력 부재로까지 확장됐음을 보여준다.
 
현재 대북 정책과 관련해 한국이 미·중과의 협력을 중시하듯, 일본 역시 미·중과의 협력을 우선한다. 이 상황 속에서 북·미가 연락사무소 설치를 논의할 정도로 개선되면 일본은 한국과 사전 합의 없이 과거 청산 자금을 지렛대로 북한과의 관계를 일거에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 발전이 필요하고 한국 흡수 통일을 경계하는 북한이 일본의 지원을 거절할 이유는 없다. 북·일 관계가 긴밀화하는 가운데 한국의 영향력이 축소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세계 3위 경제 대국 일본의 지도자 아베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신뢰 구축에 힘을 기울이는 이유는 미국의 신뢰 아래 자율성 공간을 확보해 ‘보통국가’를 실현하고 아시아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일본에서는 아베를 철저한 현실주의 정치가로 평가한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수출 규제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과 모종의 합의 후 행하는 ‘한국 길들이기’일 수 있다. 한·일 대립 과정에서 최대 이익은 미국이 얻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응도 일본이 한국 경제 발전과 한반도 평화 구축을 저해하는 상황을 막는 데 집중돼야 한다. 수출 규제 조치 철회를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징용 문제 해결도 다차원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도 일본과의 대화를 확대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일본과의 관계를 한·일을 넘어서 미래의 한반도와 동아시아 차원에서 설정해야 한다.
 
신정화 동서대 국제관계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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