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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독도의 공군 대위가 보고 싶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신원식(61) 전 합참차장은 “가난한 나라가 부자 나라와 싸워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실은 그 반대다. 전사를 보면 춥고 척박한 지역의 늑대들에 의해 풍요로운 나라의 배부른 돼지들이 잡아먹힌 사례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부유하고 민주적이며 인구도 많았던 아테네가 폐쇄적이고 군사주의적인 스파르타에게 패해 종속국으로 전락했다. 중세 중국에선 최고의 문명을 구가하던 기름진 농업국가 송나라가 날쌘 기병으로 무장한 유목 족속들을 재물로 달래가며 평화 경제를 유지하다 결국 재정 피폐와 내분으로 붕괴했다.
 

영토 침범에 아무 말 없는 대통령
국방부 장관도 대통령 흉내 내나
임무 완벽 수행 조종사들에 “감사”

지난주 우리의 영토와 그 주변을 군사적으로 유린한 북한·러시아·중국과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염장을 지른 일본,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기만 한 동맹국 미국의 행태를 보면서 ‘이제 한국이 국제사회의 미아가 된 것 아닌가’하는 두려움을 느낀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1953년 정전 이래 처음으로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당한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한국의 대통령은 일언반구 없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조차 주재하지 않았고 국방부 장관도 대통령 흉내를 내는지 침묵에 빠져 있다.
 
세계 최빈국의 지도자 김정은은 10위권 경제 대국의 대통령을 이렇게 위협한다. “아무리 비위가 거슬려도 남조선 당국자는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 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 남조선 당국자는 사태 발전 전망의 위험성을 제때에 깨닫고 최신 무기 반입이나 군사연습과 같은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라.” 7월 26일자 조선중앙통신에 소개된 김정은의 호령엔 근거가 있다. 25일 원산에서 시험 발사에 성공한 북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은 김정은의 표현에 따르면 ‘저고도 활공 도약형’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활공이란 무동력으로 비행하는 것을 뜻한다. 신형 단거리 미사일은 보통의 탄도미사일처럼 최고점을 찍고 하강 활공을 하다 특정 저고도 시점에서 다시 급상승한 뒤 바로 80~90도 고각으로 목표물에 내리꽂힌다. 이런 불규칙 궤적은 한국에 배치된 격추 미사일로 따라잡기 힘들다. 우리 군이 신형 미사일의 사거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두 번이나 수치를 수정한 것도 ‘활공 도약’ 때문이라는데 그나마 일본과 맺은 군사정보교환협정 덕분에 최종 수치 600㎞를 확정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김정은의 대남 무력시위를 보고도 한국이 알아서 대응하라는 투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그저 작은 미사일 테스트를 했을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6·30 미·북 판문점 회동 때) 김정은은 핵실험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지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실험은 허용했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래서 그런지 탄도 미사일 발사는 명백히 유엔 결의안 위반이지만 미국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미·북 판문점 정상회동은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땅을 빌려줘서 성사됐는데 김정은이 마음껏 한국을 조롱하고 무시하고 협박하는 빌미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고맙고 반가운 일이 아주 없지 않다. 독도 영공을 두 차례에 걸쳐 7분간 침범한 러시아 조기경보기에 침착하게 접근해 차단 비행→경고 사격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한 주인공 이야기다. 그는 30세 공군 대위다. 숱한 훈련과 매뉴얼 숙지, 편대 동료들 및 지상 지휘소와 교신이 그의 임무 수행을 뒷받침했다. 그렇다 해도 개개의 생명이 오가는 실제 교전상황에서 러시아군 격퇴를 위해 마지막 방아쇠를 당기는 일은 대위 혼자의 몫이었다. ‘내 땅을 적에게 1인치도 내줄 수 없다’는 의지와 집중력이 그 몫을 감당하는 힘이었을 것이다. 대위를 비롯해 독도 공중전에 출격한 18대의 KF-16, F-15K 조종사들이 그저 자랑스럽다. 이들의 얼굴이 보고 싶다. 평화는 말이 아니라 힘으로 지킨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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