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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없는 황교안…“청와대 발표문 조율 때 보고만 있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위-국가안보위원회 연석회의’에 참석하며 당 북핵외교 안보특위 위원장을 맡은 원유철 의원(오른쪽)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원내대표, 김현아 의원, 황 대표, 전희경 의원. 강정현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위-국가안보위원회 연석회의’에 참석하며 당 북핵외교 안보특위 위원장을 맡은 원유철 의원(오른쪽)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원내대표, 김현아 의원, 황 대표, 전희경 의원. 강정현 기자

일요일인 28일 자유한국당은 북핵외교안보특위 회의를 열었다. 2018년 남북이 체결한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와 함께 안보 국정조사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황교안 대표는 “대통령과 이 정권이 북한 편에 서 있으면 나라와 국민은 누가 지킨단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나경원 원내대표도 “북한을 대변해 주는 안보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이 인질범에게 동조·동화하는 현상이다. 한때 여권이 크게 반발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발언의 연장선이다.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이후 취항 5개월을 맞는 황교안호(號)에선 이처럼 대여 강경 발언이 쏟아진다. 그러나 배 안 상황은 곳곳이 균열이다. ‘선원’들 간 다툼이 점입가경이며 통제할 리더십도 허약하다. 배의 동력인 지지율도 하락세다. 26일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19%로 나왔다. 전당대회 직전의 2월 3주차 지지율과 같다.
 
표면적으로 지난 2월 ‘5·18 망언’부터 시작한 의원들의 잦은 막말 논란이 중도층을 한국당에서 떠나게 하는 요인이란 평가가 많다. 그런 와중에 ‘5·18 망언’ 당사자인 김순례 최고위원이 ‘당원권 3개월 정지’ 시효를 마치고 지난 25일 최고위에 복귀했다.
 
창의적 해법 없이 대여 강경 일변도 
 
여기에 최근 국회 국토위원장 자리를 둘러싸고 당과 박순자 의원이 ‘중징계 처분’ vs ‘처분 불복’으로 맞서는 모습도 품격 있는 보수와는 거리가 멀다. 또 박맹우 사무총장이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와 최근 회동한 것을 두곤, 한국당이 우리공화당에 의원을 빌려주기로 거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렀다. 박 총장이 “홍 공동대표와 만난 적 없다”고 부인하다 4시간 만에 “만나긴 만났다”고 번복해 의혹 증폭을 자처했다.
 
고질적인 계파 갈등도 폭발 직전이다. 지난달 말 박맹우(친박계) 사무총장 임명 이후 이달 초 김세연(비박계) 여의도연구원장 퇴출 시도 논란, 김재원(친박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내정, 유기준(친박계) 사법개혁특별위원장 내정까지 친박이 당을 장악하려 한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나온다. 대표 얼굴만 달라졌을 뿐, 당 지도부는 친박 일색이다. 탄핵 이전과 달라진 게 뭐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황 대표는 “우리 당에는 계파가 없어졌다”고 하지만, 당내 불신은 높기만 하다. 한 비박계 의원은 “우리가 문 정부에 하는 비판이 ‘코드 인사’ 아닌가. 지금 한국당이 뭐가 다른가”라고 했다.
 
한국당을 의원 배지들의 무리(도당·徒黨)가 아닌 정치적 결사체(정당)로 변화시켜야 하는 건 결국 리더십이다. 근래 당 안팎에선 황 대표에게 그럴 만한 리더십이 있느냐는 의구심을 던지는 이들이 늘고 있다.
 
황 대표가 대표가 되기 전 그를 아는 인사들은 “황 대표는 친박이 아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마지막 총리를 했지만 친박적 세계관을 가진 것도, 인적 네트워크 속에 있는 것도 아니란 의미다. 문제의식이 있었다는 얘기다. 황 대표는 그러나 어느덧 친박계의 장막 안에 놓였다. 황 대표 등장 이후 오히려 친박계의 당내 헤게모니가 더 커졌다고들 한다.
 
“제1 야당 제대로 못하면 국민 손해” 
 
여당의 국정운영 방향과 방식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급증하고 있는데 한국당은 새로운 얘기(대안)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의 청와대 회동에 참석한 한 인사는 “회동 발표문 조율 때 황 대표가 적극적으로 입장을 낼 것으로 봤는데, 별말 없이 보고만 있었다”며 “대통령과의 첫 공식 회의 자리인 만큼, 야당 지도자로서 강한 면모를 보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25일 황 대표는 서울 KBS 본사 앞에서 ‘KBS 수신료 거부를 위한 전 국민 서명운동 출정식’을 열고 단상에 올라 직접 연설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KBS가 일장기에 우리 당 로고를 합성한 건, 한국당을 공격한 거지 국민을 공격한 게 아니다. 과방위 차원에서 하면 될 일을 굳이 당 대표까지 나서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당내 활력도 떨어진 상태다. 당 인사들은 공히 “황 대표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소통은 많이 한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물로 이어지는지엔 회의적이란 이들이 있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황 대표에게 쓴 말을 하려 했더니, 표정이 굳더라. 그래서 포기했다”고 했다. 주요 당직자만 모이는 비공개 6인 참모진 회의에서도 다양한 의견은 안 나온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하는 한 참모는 “황 대표가 비판을 안 들으려는 건 아니다. 다만 지금 분위기상, 본인이 ‘비판해 달라’고 판을 깔아줘야 하는데, 좀 아쉽다”고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관료는 기존 질서를 지키는 것엔 능하지만, 새 환경에선 순발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것이 정치다. 한국이 국제·외교적으로 고립되고 있는데, 제1 보수야당이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 손해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황 대표는 29일부터 다음주 일정을 비웠다. 일종의 휴가다. 그에겐 장고(長考)의 시간이 될 터이다.
 
김준영·성지원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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