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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여름휴가 취소됐나? 전혀 몰랐다" 靑 참모도 되물었다

지난해 8월, 여름 휴가차 찾은 대전 장태산 휴양림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청와대 제공]

지난해 8월, 여름 휴가차 찾은 대전 장태산 휴양림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취소했다. 청와대 유송화 춘추관장은 28일 “문 대통령은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예정된 하계휴가를 취소하고 집무실에서 정상 근무할 예정”이라며 “‘직원들의 예정된 하계휴가에 영향이 없도록 하라’는 당부 말씀이 있었다. 그래서 월요일(29일) 수석·보좌관 회의는 없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여름 휴가 자체를 취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년간 연가 사용률은 57.1%(2018년 21일 중 12일, 2017년 14일 중 8일)였지만, 매년 여름 휴가는 다녀왔다. 2017년 여름 휴가는 북한이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직후였음에도 군 휴양시설에서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해엔 경북 안동의 봉정사를 찾았는데, “떠나기 싫을 정도로 편안한 마음을 느꼈다”는 소감을 표하기도 했다. 취임 직후부터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해온 문 대통령은 휴가를 몸소 실천하자는 주의였다. 그런 문 대통령이 휴가를 취소한 건 그만큼 현 상황을 예사롭지 않게 본다는 방증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라면서도 대체로 일본의 경제보복을 핵심 이유로 꼽았다. 문 대통령과 오래 일한 한 참모는 “화이트 리스트 배제 발표가 임박하는 등 아무래도 일본 이슈가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 휴가지인 도쿄 인근의 야마나시현의 골프장에서 라운딩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요미우리TV 화면 캡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 휴가지인 도쿄 인근의 야마나시현의 골프장에서 라운딩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요미우리TV 화면 캡처]

휴가를 취소한 문 대통령과 달리 24일부터 휴가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30일 휴가 복귀 후 내달 2일 열릴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백색 국가)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요미우리 등 일본 언론은 “이르면 2일 각의에서 백색 국가 배제와 관련한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예정대로 휴가를 떠났다면 2일은 휴가 마지막 날이다.
  
목선 남하부터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까지 한층 변수가 많아진 대북 관련 이슈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탄도 미사일 발사를 지휘했다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일컫는 것으로 보이는 ‘남조선 당국자’ 운운하며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고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는 권언(勸言)을 날린다”고 말한 상황에서 휴가를 가는 것이 국내 여론 관리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일본과 북한뿐 아니라,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침범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미증유의 외교·안보 상황도 전개되고 있다. 야당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안보의 가장 큰 위협 요소”(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란 비판까지 나온다.
 
청와대 참모들은 “문 대통령이 휴가를 가는 대신, 쉼표 없이 현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뿐 아니라 북한·중국·러시아 등이 복합적인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부 참모들은 주말에 앞서 ‘대통령이 휴가를 가실 수 있겠느냐’는 얘기를 주고받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이 휴가를 취소하는 과정은 전격적이었다고 한다. 알았다면 소수의 참모만이었을 것이란 얘기다. 한 청와대 참모는 “문 대통령이 휴가를 취소했나? 전혀 몰랐다”고 기자한테 되물었고, 언론 보도를 보고 문 대통령의 휴가 취소 사실을 알았다는 또 다른 한 참모는 “대통령의 휴가 일정에 맞춰 휴가 날짜를 잡은 청와대 직원들이 많은데, 휴가 취소 사실이 사전에 알려졌을 경우 ‘복잡한 마음’이 드는 걸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 이날 청와대 현안 점검 회의 때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배석했던 참모 중 몇몇 모습이 안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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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취소하면서 그와 연동한 일정에도 자연스레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개각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문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 발표가 끝난 뒤, 즉 9일 전후해 개각이 있을 거란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계속 일하기로 하면서, 청와대 수석 진용 개편도 마무리된 마당에 대외 리스크를 관리하고 9월 정기국회 대비하기 위해 개각을 서두를 거란 관측이 나온다. 외교·안보 라인은 유임 가능성이 큰데,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경우도 한때 돌던 교체설이 쑥 들어간 상태다. 후임자 물색에 어려움을 겪는 과학기술정통부 장관을 제외하고 개각을 한 후 추가 인선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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