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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는 무슨, 건강하기만 하면 좋겠다"는 분들께

기자
신성진 사진 신성진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48)

매년 동문회에서 체육대회를 진행하는데, 올해 참여하는 마음은 예년과 조금 달랐습니다. 50이 훌쩍 넘은 나이, 작년 체육대회 때 축구를 한 뒤 운동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올해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중앙포토]

매년 동문회에서 체육대회를 진행하는데, 올해 참여하는 마음은 예년과 조금 달랐습니다. 50이 훌쩍 넘은 나이, 작년 체육대회 때 축구를 한 뒤 운동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올해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중앙포토]

 
6월 마지막 주말 고등학교동문회에서 매년 진행하는 체육대회가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나 사는 20대부터 60대까지 선후배들이 모여 1년에 한 번 축구화를 신고 축구를 하는 날입니다. 나이가 무색하게 잘 달리는 선배를 보며 감탄하고 부러워하면서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젊은 후배가 제대로 뛰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나는 저 친구보다는 낫네’라며 위로받는 날이기도 합니다.
 
올해 체육대회에 참가하는 마음은 예년과 조금 달랐습니다. 체육대회 당일 아침 신발장에서 1년 동안 묵혀 있던 축구화를 꺼냈습니다. 1년 동안 한 번도 신지 않은 축구화는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축구화를 신발주머니에 챙겨 넣으면서 ‘올해도 축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0이 훌쩍 넘은 나이에 작년 체육대회 때 축구를 하고 난 후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운동을 하지도 못했고, 배는 더 나와 버렸고, 몸 상태가 좋지 있음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50 넘은 나이에 30분 축구 경기 소화

체육대회장에 도착해 선후배들과 인사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다가 축구 시간이 되었습니다. 도착한 사람들이 많지 않아 축구팀을 구성하기가 쉽지 않았고 결국 저도 주섬주섬 축구화를 신고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전후반 15분씩 하는 경기라 ‘너무 무리하지 않고 뛰어야지’ 그리고 ‘조금 힘들면 선수 교체를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처럼 뛰어지지는 않았지만, 전후반 30분을 무사히 뛰었고, 후반 종료 1분 전에는 멋진 어시스트까지 완벽하게 성공시켰죠. 그리고 이어진 선배 기수와 돈내기 족구 경기도 멋지게 한판 했습니다. 다리는 약간 뻐근했지만 견딜 만 했습니다. 일정이 있어 체육대회장을 빠져나오면서 이런 바람을 가졌습니다. ‘내년에도 축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이가 좀 더 들어도 1년에 한 번 축구는 하고 살면 좋겠다’….
 
젊은 날의 원대한 꿈이나 비전과는 달리 나이가 들면서 꿈은 점점 소박해지거나 단순해지는 것 같습니다. ‘계속 축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그리 만만하지 않지만 뭐 그리 거창하고 대단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소박한 소망은 그 날 이후 틈만 나면 집에서 바이크를 타면서 땀을 빼거나 탄천으로 운동화를 신고 달려가야 할 이유가 되었습니다. 무언가 원하는 것이 생기면 그것은 우리에게 변화를 강요하고 그 과정은 힘들지만 행복합니다.
 
은퇴자를 위한 강의에서 어르신들에게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을 물었습니다. 대부분 지금과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생활일 것 같다며, 건강하기만 하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사진 pxhere]

은퇴자를 위한 강의에서 어르신들에게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을 물었습니다. 대부분 지금과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생활일 것 같다며, 건강하기만 하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사진 pxhere]

 
지난주 서울 어느 도서관에서 ‘은퇴자를 위한 자산관리’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100세 시대의 의미, 4층 보장 이론 등 일반적인 내용을 전달하다가 잠깐 시간을 내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르신의 꿈,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을 적어보세요’라는 말에 참석자들은 대부분 약간 당황하거나 멍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무엇이든 좋으니까, 원하는 것 10가지를 적어보시면 됩니다’라는 말에 펜을 들었지만, 가만히 하얀 종이를 바라보시는 분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적은 것을 나누는 시간에는 대부분 이렇게 말했죠. “지금과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생활일 것 같아요”, “건강하기만 하면 좋겠어요”…
 
구체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적은 분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이들만의 특별함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자신이 살고 싶은 삶보다는 요구받는 것, 기대되는 것, 남의 시선에 영향받아 선택한 것을 살아내고 있으니까요.
 
『100년을 살아보니』저자 김형석 교수. 김 교수는 100세의 나이에도 강연과 저술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앙포토]

『100년을 살아보니』저자 김형석 교수. 김 교수는 100세의 나이에도 강연과 저술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앙포토]

 
이분들에게 김형석 교수 얘기를 들려드렸습니다. “제가 1983년 중학교 때 책을 한권 읽었습니다. 『영원과 사랑의 대화』라는 책으로 저자는 당시 연세대학교 철학과 60대 노교수로 젊은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계시던 분의 책입니다. 이분의 책을 읽으며 어린 나는 꿈과 사랑, 종교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했지요. ’나도 이분처럼 멋진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30년이 넘어 이 교수님의 내신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저는 그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그 책 제목은 『100년을 살아보니』라는 책입니다. 저는 2017년 이 책을 읽으면서 중학교 때 읽었던 그분의 감성, 담담한 듯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언어를 다시 맛볼 수 있었습니다.
 
1920년생인 저자는 현재 우리 나이로 100세인 김형석 교수님입니다. 지금도 책을 쓰고 계시고 강의를 하십니다. 30년 전에도 노교수였던 김형석 교수님이 지금 여기 오셔서 여러분들의 발표를 들으면 뭐라고 하실까요?
 
’아니야, 그렇게 살면 안 돼. 나처럼 100세까지 살 수 있다니까. 앞으로 30년 넘게 똑같은 삶을 산다면 그게 재밌는 삶일까? 그냥 그렇게 살지 말고 무언가 재미있는 것,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야지. 그래야 아프지도 않고 외롭지도 않지!’라고 말씀하지 않으실까요?’” 이런 이야기를 들려드리면서 그분들에게 꿈이 있는 삶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고 나누었습니다.
 
100세 시대, 몇 살까지 살 것 같습니까? 은퇴 이후 짧게는 30년 길면 50년을 사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 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버킷리스트 또는 꿈의 목록을 만들고 1년에 하나씩 꿈을 달성해 나간다면 어떨까요? 그러면 은퇴 이후에 하늘나라 갈 때까지 20~30개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더 길게 산다면 더 많은 꿈과 목표를 이루게 되겠죠. 매년 하나씩 꿈 목록을 지워나가고 새로운 꿈 목표를 채워나가는 삶은 얼마나 재미있고 설렐까요?
 

1년에 1개씩 버킷리스트 실천하기

10개의 버킷리스트를 적어봅시다. 리스트를 완성했다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봅시다. 그리고 필요한 돈의 규모를 생각하고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돈의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합니다. [사진 pixabay]

10개의 버킷리스트를 적어봅시다. 리스트를 완성했다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봅시다. 그리고 필요한 돈의 규모를 생각하고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돈의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합니다. [사진 pixabay]

 
노년의 자산관리, 꿈을 이루게 돈을 키워가는 것. 노후의 자산관리는 꿈과 삶의 이야기입니다. 생존을 위한 생활비 마련과 의료비준비,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가기 위한 상속플랜이 노후 자산관리의 모든 것일까요? 기초적인 생활을 유지해가면서 꿈과 소원을 이루는 데 필요한 자원을 잘 관리하는 것, 꿈과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돈을 잘 키워나가는 것이 노년의 자산관리가 아닐까요?
 
사실 건강 관리, 관계 관리, 취미 활동 등에 비해 돈 관리는 어렵게 여겨지기도 하고 천박한 느낌도 들고 해결책이 없는 문제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삶, 나의 꿈과 관련되어 있다면 돈 관리는 꿈을 향해 가는 여정이고 행복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훨씬 더 재미있고 도전할만한 멋진 여행이 되지 않을까요?
 
먼저 10개의 버킷리스트를 적어봅시다. 10개의 리스트를 완성한 다음에는 구체적으로 리스트에 적혀있는 내용을 생각해봅니다. 시기는 언제가 좋을까? 어느 정도면 이 목표를 달성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꿈을 달성하고 나면 기분이 어떨까? 등등 구체적으로 생각해봅시다.
 
그리고 필요한 돈의 규모를 생각하고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돈의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필요하다면 일이나 투자를 통해 그 돈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바로 자산관리가 아닐까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돈 이야기는 꿈 이야기이고 꿈을 이루어가는 여정에서 만들어지는 행복 이야기다.’
 
신성진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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