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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증인'과 '업무상 위력 인정'이 늘린 1년 …이윤택 징역 7년 확정

부산 동구 초량동 초량초등학교 옆 이바구길에 있던 이 연출가의 기념동판이 철거됐다.해당 동판은 이바구길 '인물사 담장'에 설치된 기념물로 이 감독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3년 설치됐었다.[뉴스1]

부산 동구 초량동 초량초등학교 옆 이바구길에 있던 이 연출가의 기념동판이 철거됐다.해당 동판은 이바구길 '인물사 담장'에 설치된 기념물로 이 감독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3년 설치됐었다.[뉴스1]

“피해자들은 젊은 시절부터 오로지 연극을 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피고인을 스승으로 생각하며 별다른 보수도 없이 연극촌으로 들어온 사람들인데, 피고인은 자신의 지위와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범행을 저질러 피해가 극심하다”
 
올 4월 서울고법이 밝힌 연극연출가 이윤택(67)씨의 항소심 판결문 중 일부다. 이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지난 24일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됐다. 항소심은 지난해 9월 나온 1심보다 형량을 1년 늘렸는데 대법원도 항소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이씨의 형량은 어떻게 늘어나게 된 걸까.  
 

‘안마’와‘ ’연기지도‘ 탈을 쓴 연극계 대부의 두 얼굴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이윤택 전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지난해 2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행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한국사진기자협회]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이윤택 전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지난해 2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행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한국사진기자협회]

이씨는 1986년 부산에 ’가마골 소극장‘을 개관하고 이후 연희단거리패라는 극단을 만든다. 경남 밀양과 김해에도 연극촌과 스튜디오 등을 운영하며 이씨 지도로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이 주로 연습을 해왔다. 연극 시나리오 창작, 기획, 연기지도와 연출을 도맡아온 이씨는 연극계 대부로 통했다. 2018년 2월 인터넷에 올라온 이씨에 대한 미투(Me Tooㆍ성폭력 피해고발) 운동 게시글에는 “당시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는 표현이 나온다. 연극계에서 이씨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연극 연출가 이윤택 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과 여성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3월 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미투'지지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연극 연출가 이윤택 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과 여성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3월 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미투'지지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대부 이씨는 ’안마‘와 ’연기지도‘라는 말로 피해자들에게 강제추행을 일삼았다. 검찰은 이씨를 수사한 뒤 공소시효가 남은 사건만 재판에 넘겼는데 1심 판결문에 등장하는 피해자만 8명이다. 피해자들은 이씨 극단의 배우이거나 배우가 되고 싶었던 이들이었다. 피해자들의 진술에는 공통으로 이씨가 안마를 해달라며 따로 불러 이씨의 신체를 만지게 했다거나, 소리를 내는 방법을 알려준다며 신체를 만졌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씨는 ”연극은 발성이 중요해 연기 지도를 하기 위해 신체를 만진 것에 불과하다“거나 ”연기는 몸으로 하는 것이어서 안마는 필수적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실제 연희단거리패 내에서 어느 정도 신체접촉을 동반한 연기지도가 받아들여지고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씨는 피해자들과 신체 접촉 필요성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와 동의 없이, 또는 동의를 훨씬 넘는 정도의 신체 접촉을 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징역 6년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법정서 피해 증언한 증인…추행 횟수 추가 인정

이씨는 항소했다. 안마는 단원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고, 피해자들의 진술은 과장된 것이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은 이씨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항소심에서는 1심 재판 때 법정에서 피해를 증언하지 않았던 A씨가 직접 법정에 나왔다. A씨는 이씨로부터 여러 차례 강제추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1심에서 인정된 것은 목격자 진술이 있었던 1차례뿐이었다.  
 
1심에서 다른 피해자들은 법정에 나와 이씨가 안마를 시키며 추행을 하거나 연기지도를 하며 신체를 만진 사실을 직접 증언해 증거로 채택됐는데 A씨는 그러지 못했고, 범죄를 입증할 방법이 없어 3차례의 추행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이다. A씨는 2심에서 증언대에 섰다. 법정에서 피해 사실을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증언하는 A씨의 말을 2심 재판부는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A씨의 증언은 이씨의 형량을 높였다.  
 

“14년 만에 꿈 이룰 기회…고용 아니지만 위력인정”

극단원 상습성폭력 혐의를 받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4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극단원 상습성폭력 혐의를 받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4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심에서 달라진 점은 한 가지 더 있었다. 1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씨가 따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 있었다. 과거 연희단거리패 단원이었다 퇴단한 B씨에 대해 2014년 이씨가 유사성행위를 시킨 사건이었다. 검찰은 이씨가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B씨를 추행했다고 기소했지만 1심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사건이 일어난 건 2014년 3월이었는데 B씨는 그해 2월 초까지만 연극단에서 일했고, 사건 당시에는 다른 직장을 구한 상태여서 업무상으로 고용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항소심은 ▶이씨가 업무ㆍ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B씨를 보호ㆍ감독하는 지위에 있었는지 ▶이씨가 그 위력을 이용해 B씨를 추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쟁점으로 따졌다. 법원은 ”추행 당시 B씨가 이씨와 근로계약을 맺거나 급여를 받는 상황은 아니었고 다른 곳에 취업이 예정된 상황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씨와 고용관계에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B씨는 연극 안무가로 살고자 했지만 다른 연극단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고 이씨가 운영하는 극단에서 일하는 것이 안무가로 살 수 있는 실질적인 유일한 방법이었다. 2013년 말 이씨는 B씨에게 퇴사한 극단으로 돌아올 것을 권유하며 ”평생 먹고 살 수 있다, 주거도 마련해 주겠다“는 등의 말을 했다. 이 말을 들은 B씨는 2014년 1월부터 계약은 맺지 않았지만 극단 안무가로 일해왔다. B씨가 알아본 다른 취업자리(청소 업무) 역시 휴무일이 자유로워 안무에 전념할 시간을 내기 쉽다는 이유로 택한 자리였다.  
 
법원은 “B씨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은 청소일이 아니라 안무가 역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B씨는 10여년 만에 안무가로 다시 일할 기회를 얻었는데 이씨의 눈 밖에 나면 안무가로 활동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씨가 거리낌없이 B씨에게 유사성행위를 요구한 것 역시 “이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지위에 있었고, 그 지위를 이용한 것”이라며 이씨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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