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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반도체 주식 섣불리 매수 말아야

일본 수출규제에도 삼성전자 주가 상승… 코스피 2400대 주가 수준이라 부담
 

증시 맥짚기

금리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내린다. 주가가 경기보다 먼저 움직이니까, 이론적으로 보면 금리를 내릴 때 주가가 엉망이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1980년 이후 미국 연준이 7번 금리를 인하했는데, 그중 5번이 주가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이루어졌다. 예상과 달리 주가가 높은 상태에서 금리 인하가 이루어진 것이다.
 
7월 말에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경제 전망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인하를 강력히 시사했기 때문이다. 연준이 의사결정을 할 때 시장의 바람을 무시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인하 쪽에 힘을 실어준다. 0.5%는 몰라도 0.25% 인하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 영향으로 미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앞으로 몇 차례 더 인하가 이루어질 거라는 바람이 반영된 결과로 미국 주가 상승이 더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금리 인하 여부보다 경기가 중요

문제는 경제다. 아무리 금리를 내려도 경기가 좋지 않으면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한다. 2000년과 2007년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두 기간 모두 처음 금리를 내리기 전에 주가가 사상 최고치 근처에 있었다. 2000년의 경우 6.5%가 기준금리 최고치였는데 당시 S&P500 지수는 1500을 넘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2007년 역시 기준금리가 5.25%일 때 주가가 고점이었다. 시장은 금리 인하에도 계속 하락했다. 금리를 내리는 폭이 작거나 인하 속도가 느려서가 아니었다.
 
당시 금리 인하는 다른 어떤 때보다 빠르고 강하게 진행됐다. 2000년의 경우 첫 번째 인하가 1%였고 2007년은 0.5%였다. 지금 연준이 금리를 내린다고 해봐야 그 폭이 0.25%에 지나지 않고 한번 인하하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두 번째 인하가 있을 걸로 예상하고 있다. 당시 미국의 금리 인하가 얼마나 힘차게 진행됐는지 알 수 있다. 금리 인하와 주가가 따로 논 건 경기가 좋지 않아서다. 2000년 금리 인하는 IT버블이 터진 직후였고, 2007년은 금융위기를 앞둔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 경기 둔화가 겹쳤으니 금리 인하가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지금 미국 경제는 최고 상태가 아니다. 소비심리와 고용지표를 제외한 변수들이 약해지고 있다. 제조업 비중이 큰 지역의 경기 둔화가 특히 심해 조만간 그 영향이 미국 경제 전체로 확대될 걸로 전망된다. 연준의 추정에 따르면 1년 내 경기 침체가 발생 가능성이 32%로, 2008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단기 금리차 역시 7주 연속 역전돼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졌다.
 
기업 실적도 처지가 비슷하다. 시장조사 기관 팩셋의 추정에 따르면 2분기 S&P500의 매출액과 이익이 각각 5%와 2.5% 줄어들 걸로 전망되고 있다. 3분기 실적 역시 후퇴가 예상된다. 시장의 전망대로라면 3분기째 실적이 둔화되는 셈이 된다. 2015년 이후 처음 벌어지는 일로, 이런 상황에서 11년째 이어지고 있는 ‘금리 인하→유동성 공급→주가 상승’ 구조가 계속 굳건할지 의문이다.
 
일본이 한국을 수출 우대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할 전망이다. 해당 조치로 일본 기업이 1100여개 품목의 제품을 한국에 수출할 때 이전보다 최대 90일 정도 시간이 더 걸리게 됐다.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각각이다. 먼저 반도체는 재료와 설비 기계 수입이 커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포토레지스트가 모든 품목 중 첫 번째 무역제제 대상이 된 걸 보면 반도체가 얼마나 약한 고리인지 알 수 있다. 앞으로 웨이퍼까지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 반도체 웨이퍼는 일본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52%이며, 반도체 웨이퍼의 식각, 분사기 역시 의존 비중이 93%에 달한다. 석유화학은 크실렌, 톨루엔 등 특정 제품의 일본 수입 의존도가 거의 100%이다. 철강은 일본으로부터 열연강판과 조선용 후판을 대량 수입하고 있지만 국내와 중국에 대체재가 존재해 생산 차질이 빚어지는 규모가 크지 않을 걸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일본이 한국에 빌려준 돈은 민간은행이 65억8000만 달러, 비은행 금융기관이 87억9000만 달러, 기타 민간 부문이 325억1000만 달러 등 총 562억7000만 달러에 달한다. 상당한 액수지만 이번 제재로 이 자금이 움직일 가능성은 없다. 민간 부문은 그들의 자유로운 결정에 따라 회수 여부를 결정할 텐데, 원리금 상환 불능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이므로 일본의 민간 자금이 빠져나갈 이유가 없다.
 
주식시장과 관련해서는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언제 어떤 형태로 정리될지가 관심사다. 어떤 재료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사안이 지속되는 기간과 일치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영향이 강하게 나타났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빠르게 약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게 보면 일본의 무역제재에 따른 영향은 지금이 피크다. 일본의 선거 기간이어서 정치적 필요로 다양한 말이 나오고 있지만 7월 21일을 넘기면 이 상황이 조금은 정리될 걸로 보인다. 그러면 무역제재 상황이 이어져도 강도가 약해지기 때문에 시장이 받는 영향 역시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일본의 무역제재가 반도체 소재에 맞춰졌지만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제재 조치가 취해진 7월 1일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오히려 올랐기 때문이다. 해당 기간 종합주가지수가 3% 가까이 하락한 걸 감안하면 대단한 선방이 아닐 수 없다. 반도체는 공급이 줄어들 거란 기대로 국제 시장에서 가격이 올랐는데, 하루에 5% 이상 급등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반도체 주가가 오른 핵심 동력은 외국인 매수다. 7월 들어서만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2000만주 이상 사들여 주가를 유지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수는 선진국 시장 상승과 일본의 무역제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미국 시장의 사상 최고치 경신은 IT 관련 핵심 종목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2000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당시는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본격 보급되던 시기여서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상승이 진행된 반면 지금은 이미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회사가 중심이 되고 있다. 아마존·구글·넷플릭스 등의 주가 상승이 이를 보여준다. 이 변화가 우리 시장에서는 반도체 상승으로 나타났고, 지금도 외국인이 해당 주식을 첫 번째 매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매수 강도로 볼 때 미국 시장이 꺾이지 않는 한 반도체 주식에 대한 외국인 매수도 쉽게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일본 경제보복 여파는 지금이 정점

문제는 주가다. 삼성전자 주가가 4만7000원선까지 올라왔는데, 종합주가지수가 2400 부근에 있을 때 주가 수준이다. 그동안 반도체의 이익이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업황이 나빠질 경우 침체가 2년 가까이 계속됐던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 반면 주가는 높다. 앞으로 어지간한 개선이 없는 한 현재 주가를 넘어서기 힘들며 외국인 매수가 줄어들 경우 반대로 하락할 위험이 있다. 외국인이 반도체 주식을 매수한다고 해서 섣불리 따라 갈 일이 아닌 것 같다.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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