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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GO]사람들이 블루보틀에 줄 설 때 ‘가장 한국다운 것’ 보여주겠다며 임진각에 문 연 카페

올해 상반기 미국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의 한국 상륙에 국내 커피업계는 물론이고 이 커피의 유명세를 아는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예상대로 서울 성수동 1호점에 이어 지난달 문을 연 삼청동 2호점까지 연일 방문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파란 로고가 새겨진 컵을 들고 있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 바쁠 때 사람의 발길이 뜸한 임진각 한 구석에 조용히 둥지를 튼 카페 소식이 들려왔다.  
임진각에 있는 카페 포비DMZ에서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철조망의 모습이 색다르다.

임진각에 있는 카페 포비DMZ에서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철조망의 모습이 색다르다.

 

임진각 카페 '포비 DMZ'
"DMZ은 한국의 내러티브"

" '한국'을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바로 이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경기도 파주 임진강역을 통과하는 경의선 기찻길 옆에 자리 잡은 조그만 카페 '포비 DMZ'의 박영진 대표의 말이다. 이곳의 위치를 정확하게 설명하면,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내 한쪽 구석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공원 내에 여러 편의시설이 있지만, 공원 구석에 자리 잡은 이 카페엔 주중·주말 할 것 없이 20~30대 젊은 층이 연인·가족과 함께 모여든다. 평일엔 오후, 주말엔 점심 이후부터 하루 130~140팀 정도가 방문한다. 일반 카페와 비교하면 작은 수지만 외진 장소인 데다 매장의 규모를 생각하면 적지 않은 고객 규모다. 
사방이 유리로 만들어진 단층 짜리 단독 건물에 이 근처에서는 보기 힘든 모던한 인테리어와 쌉싸름하고 훌륭한 커피 맛,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DMZ(비무장지대)의 광경. 이 모든 것이 젊은 세대를 이곳으로 끌어 모으는 요소다. 별다른 광고나 홍보 없이 오픈 소식만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입소문이 났다. 이곳의 김명진 바리스타는 "가족들, 젊은 부부가 많이 오는데 주로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라고 말했다.  
임진각은 민간인이 갈 수 있는 최북단 지역이다. 여기서 보이는 광경은 엄밀히 말하면 북한이나 DMZ은 아니지만, DMZ과 맞닿아있는 지역으로 바로 가까이 북한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느 카페와는 다른 일렁이는 감정이 생겨난다. 
포비DMZ 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젊은 커플들.

포비DMZ 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젊은 커플들.

모던한 느낌의 인테리어를 꾸몄다.

모던한 느낌의 인테리어를 꾸몄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포비DMZ의 사진. [사진 @jiddil]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포비DMZ의 사진. [사진 @jiddil]

커피는 룽고와 호주식 커피인 플랫 화이트가 가장 인기가 높다. 원두도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DMZ' 원두에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포비가 이곳에 지점을 내면서 만든 것으로, 분단국가의 중간 지점인 DMZ의 의미를 담아 포비가 가지고 있는 원두 중 산뜻함·고소함·달콤함을 모두 가지고 있는 중간 정도의 맛으로 맞췄다. 원두로는 에티오피아와 페루 원두를 배합했다.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커피도 역시 DMZ 커피다.   
산뜻한 맛, 고소한 맛, 달콤한 맛을 모두 가지고 있는 원두 DMZ.

산뜻한 맛, 고소한 맛, 달콤한 맛을 모두 가지고 있는 원두 DMZ.

임진각 포비DMZ.

임진각 포비DMZ.

사실 이곳은 이미 커피 맛과 베이글 맛으로는 마니아 층을 형성할 정도로 이름이 알려진 포비 카페의 지점이다. 광화문 D타워와 합정동 주민센터 인근의 본점에 이어 3번째 매장이다. 
"스타벅스·블루보틀 등 해외 커피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걸 보면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어요. 커피 맛으로는 지금의 국내 커피 브랜드들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왜 한국 커피보다 해외 커피가 인기를 끄는지 이유를 분석하다 우리가 가진 '스토리'가 약하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한국'만이 가진 감성과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거죠."
한 해에도 일본과 미국을 다니길 수차례. 그 과정에서 얻어진 결론이었고, 박 대표가 내놓은 해답이 바로 이곳 DMZ이었다. DMZ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이자, 세계에서 얼마 안 남은 공산국가인 북한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장소다. 한국을 찾은 해외 관광객들은 한국에서 꼭 방문하거나 방문하길 원하는 장소로 DMZ을 손꼽지만, 우리에겐 그 의미가 희미해져 버린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약 한 달 전인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일어난 미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만남으로 우리 역시 이곳을 다시 한번 주목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7월 1~2일 포비DMZ은 두 정상의 만남을 기념하며 방문 고객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나눠줬다.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창밖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사진은 이곳을 찾은 커플의 모습.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창밖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사진은 이곳을 찾은 커플의 모습.

DMZ 원두로 플랫화이트를 주문했다.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말린 과일향이 은은하게 풍겼다.

DMZ 원두로 플랫화이트를 주문했다.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말린 과일향이 은은하게 풍겼다.

이곳이 문을 연 건 지난 4월 말이다. 박 대표가 임진각과 관련된 요식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숙식을 해결하던 사무실 겸 숙직실 자리로, 이곳에서 2년 여를 보낸 그는 어느 날 창문 밖으로 보이는 철도와 DMZ의 광경을 보고 "이게 바로 한국의 내러티브(문학·영화 등 예술 분야에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바로 공사에 들어간 그는 사방을 유리로 설치하고 내부에 긴 바(bar)타입의 테이블을 놔 커피를 마시며 창문 밖 철도와 논밭을 볼 수 있게 했다. 건축과 실내 디자인은 그의 친구인 이호 건축가가 도왔다.
 
그가 바란 대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커피를 한 잔 시켜 놓고 나란히 앉거나 서서 창밖을 바라본다(물론 SNS에 올릴 인증 사진 촬영도 찍는다). 카페 안에는 연인과 가족, 그리고 혼자 온 남성이 각자의 커피를 홀짝이며 창밖을 감상하고 있었다.  
"요즘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의견 충돌이 많이 일어나잖아요. 그런데 따져보면 할아버지·아버지 세대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지 못할 겁니다. 전쟁과 전후의 어려움을 이겨낸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또 외국인들이 '한국'하면 DMZ을 떠올리는 것에 착안해 여기에 카페를 만들었어요. 세련된 공간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DMZ을 느껴보는 기회와 여유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그게 바로 '가장 한국적인 커피'가 아닐까요."
 
글·사진=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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