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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남조선에 엄중 경고”…탄도미사일로 한·미 갈라치기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위력시위사격’을 직접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위력시위사격’을 직접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또다시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내세워 남한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지난 25일 동해를 향해 시험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통해서다. 북한 관영 매체는 이를 “남조선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밝혔다. 미국에 대한 비난은 없었다. 미 정부는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를 북·미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전술이라며 협상 재개엔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중통)은 26일 “김정은 동지께서 남조선 지역에 첨단 공격형 무기들을 반입하고 군사 연습을 강행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는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들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을 조직하시고 직접 지도하셨다”고 보도했다.
 

미국 아닌 문 대통령 강하게 압박
북·미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의도

폼페이오 “북, 판 깨려는 것 아니다”
대화 국면 이어가겠다는 뜻 밝혀
미 핵잠수함은 25일 부산항 입항

중통은 특히 문재인 대통령으로 해석되는 ‘남조선 당국자’를 거론하며 한국 정부를 향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다. “최고 영도자(김정은) 동지께서는 남조선 당국자가 최신 무기 반입이나 군사 연습 같은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고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는 권언을 남쪽을 향해 오늘(25일)의 위력시위 사격 소식과 함께 알린다”고 하면서다. 이어 “아무리 비위가 거슬려도 남조선 당국자는 오늘의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매체는 다음 달 실시 예정인 한·미 연합훈련 ‘동맹 19-2’와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 반입을 문제 삼았다. 따라서 미국을 뺀 채 한국만 비난하는 것에 대해 ‘한·미 갈라치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핵화 협상을 앞둔 미국에 대해선 비난 수위를 조절하고, 한국엔 미국 눈치 보지 말고 남북관계에 적극 나서라고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이란 표현 대신 전술 유도무기라고 쓴 것은 유엔 제재 위반에 신경을 쓰고 있고, 북·미 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에선 최고 영도자의 지시(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관철돼야 하는데 반년 넘게 진전이 없으니 우리 정부를 원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한국 정부가 제공하려는 쌀 5만t 수령도 거부하고 남북관계 관련한 대화의 문을 일체 걸어 잠그고 있다. 따라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남북관계가 당분간 경색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 정부의 대북 반응도 이전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당일에 “새로운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이례적으로 신속히 발표했다. 유엔 결의로 금지한 탄도미사일 발사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을 지켜보는 김정은 위원장. [뉴시스]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을 지켜보는 김정은 위원장. [뉴시스]

미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5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협상 결렬이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화 약속을 뒤집으려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협상전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구나 협상을 준비하고 지렛대를 확보하고, 협상 상대에겐 위험을 조장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 실무협상 날짜는 중요하지 않다. 생산적 대화를 위해 2주 또는 4주 더 걸린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미 연합훈련 이후로 실무협상이 연기될 수 있다고 시사한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같은 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 메시지에 대한 질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DMZ에서 두 가지 약속을 했다”며 “하나는 핵실험을 하지 않고 중거리(IRBM)와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은 계속 피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팀을 게임에 복귀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중단 만을 약속했기 때문에 단거리는 괜찮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폭스뉴스 사회자가 김 위원장이 잠수함을 시찰한 것을 지적하자 “나도 방위 시설을 방문했고 우리도 군대도 보러 가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라고도 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동맹 훈련은 김 위원장이 협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편리한 구실”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25일 미 핵잠수함이 부산항에 입항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26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 해군 태평양사령부 소속 오클라호마시티함이 한반도에 전개됐다. 이 잠수함은 배수량 6900t, 길이 약 110m로 승조원 140명이 탑승할 수 있다. 사거리 3100㎞에 달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사거리 130㎞의 하푼 대함미사일 등을 탑재하고 있다. 대잠 작전은 물론 지상타격, 감시, 정찰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 배의 모항은 괌이며, 공교롭게도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두 발을 발사한 지난 25일 부산항에 들어왔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백민정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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