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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용어 집착이 민주 발전 막는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20세기부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세상을 움직이는 쌍두마차로 군림한다. 두 원리를 한 데 묶어 ‘민주주의적 자본주의’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라는 말도 등장했다. 두 원리를 중심으로 세상의 온갖 이념이 정리되기 전에는 폭군을 몰아내기 위한 공화주의, 애국·애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민족주의 등의 이데올로기가 주창됐다. 서구에서는 신(神)이라는 구체제(ancient regime)의 상징을 대표하는 그리스도교의 축복을 받을 필요도 있었다.
 

사고 구속하고 대화·타협 해쳐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 동의어
독일·프랑스 자유보다 ‘사회’ 중시
‘친일’ 용어도 신선한 재조명 필요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애국가,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 미국 국가 ‘성조기’에는 신(하느님·Dieu·God)은 나오는데,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안 나오는 공통점이 있다. 자본주의나 시장경제 역시 국가 가사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
 
미국 헌법에는 민주주의라는 말 자체가 의외로 나오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봐서 미국 헌법은 민주적 공화주의의 원리를 표방한다고 볼 수 있지만,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공화국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미국이 이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절망적인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이 아직은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민주주의 붕괴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을 대표하는 인물로는 『총·균·쇠』로 유명한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 또한 한번도 민주주의 국가인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2019년 오늘 ‘독재 타도’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는 아직도 독재 아래 신음하는 것일까.
 
선데이 칼럼 7/27

선데이 칼럼 7/27

세계 학계나 싱크탱크, 매체들은 대체로 한국과 미국 모두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full democracy)’로 분류한다. 중요한 예외는 영국의 명품 경제매체 ‘이코노미스트’의 ‘민주주의 지표(Democracy Index)’다. 선거 과정과 다원주의, 정부기능, 정치참여, 정치문화, 시민적 자유라는 평가항목으로 만든 이 지표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결함 있는 민주국가(flawed democracy)’다. 한국은 10점 만점에서 8점으로 세계 21위, 미국은 7.96점으로 25위다. 일본은 한국과 0.01점 차이인 7.99점으로 22위다.
 
한국 민주주의에는 어떤 결함이 있는 것일까. 우선 ‘5대 프레임’이 떠오른다. 사실상 여야 모두 종북·무능·친일·부패·독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양쪽 모두 같은 프레임에 빠졌지만 ‘우리와는 무관하다’는 모르쇠 전략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치사에 대한 관심 때문에 상당한 독서를 하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불편부당한 국민·유권자라면 양쪽 모두 이 5대 수렁에 빠져있다는 것을 안다.
 
국민은 생업에 바쁘다. 제조업·유통·금융·영업·자영업 등 자신의 생활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이지만 정치나 역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지식이 부족할 수 있다. 생업으로 바쁜 국민·유권자의 역사·정치 지식 부족을 악용하는 나쁜 정치인들이 그래서 생겨난다. 용어에 대한 집착, 말꼬리 잡기도 그런 정치인들의 병폐 중 하나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고 수식어 없는 ‘민주주의’로 하자는 사람들이 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면 절대 안 된다는 사람들도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의 대결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으로 이런 게 있다. 첫째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는 동의어다. 사회민주주의 전통이 강한 북유럽·스칸디나비아 국가들도 결국 자유민주주의를 하는 것으로 분류된다. 둘째 민주주의가 일반인들에게 보다 친숙한 용어다. 자유민주주의는 학술 용어에 가깝다. 구글에서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라고 쳐보면 뉴스는 9개, 전체는 8400개가 나온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다”를 쳐보면 뉴스는 8만4900개, 전체는 64만 8000개가 나온다.
 
셋째 헌법상으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은 아니다. 헌법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말은 두 번 나온다. 넷째 세계의 많은 민주 선진국들이 ‘자유’보다는 ‘사회’를 더 중시한다. 독일의 헌법에 해당하는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에 따르면 독일연방공화국은 “민주주의적이며 사회적 연방국가”이다. 프랑스 헌법에 따르면 프랑스는 “불가분의 세속적 민주주의적 사회적 공화국이다.” 여기서 사회국가(社會國家)는 “국민 각자의 인간다운 생존을 보장할 것을 임무로 하는 국가. 또는 사회 정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다.
 
지나친 용어집착은 오히려 사고의 자유를 구속하고, 민주주의의 본질인 대화와 타협을 해친다. 요즘 새삼스럽게 불거지고 있는 ‘친일’ 문제 역시 그렇다. 친일이라는 용어의 개념 재정립이 필요하다.  
 
친일이 왜 나쁜가. 일본 정부의 얄팍한 태도를 싫어하는 것과 일본을 싫어하는 것이 정녕 다를진대, 일본 맥주만 마셔도 인상 쓰는 사람들이 많고 그런 태도를 우리 위정자들이 부추기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반일’ 정부인가. 개인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적극 찬성한다. 하지만 나는 결코 ‘반일파’가 되고 싶지 않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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