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성적 위주 야구 그만…선수 자율성 보장 ‘스마트 코칭’ 필요

이태일의 인사이드피치

지난 2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19 KBO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홈런 공장 공장장’을 자처한 SK 최정이 타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19 KBO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홈런 공장 공장장’을 자처한 SK 최정이 타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서울대 체육문화연구동 건물에 ‘덕후’로 불리는 야구 마니아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한국야구학회 여름 학술대회 참가자들이었다.
 

한국야구학회 여름 학술대회
학생·회사원·교수·현업 종사자 등
기록·코칭·마케팅 등 다양한 연구

“야구를 경기 이상의 문화로 인식
성적보다 사회적 가치 중시해야”

약 150명의 참가자는 다양한 배경을 가졌다. 학생·회사원·연구원·대학교수와 프로·아마야구 현업에 종사하는 관계자 등이다. 배경은 다양했지만 그들의 시선은 한 방향이었다. ‘야구의 학문적 접근’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야구를 더 많이 이해하고, 연구하고, 발전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한국야구학회는 2013년 1월 16일 정식 출범했다. ‘바이오 뇌과학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주축이었다. 2012년 그와 함께 ‘백인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백인천 이후 4할 타자가 더는 나오지 않는 이유’를 집단지성으로 연구했던 멤버들이 참여했다.
 
그렇게 시작한 야구의 학문적 접근은 세이버매트릭스로 불리는 야구기록의 다양한 관점을 포함해 경기력 향상을 위한 코칭, 프로야구 마케팅, 선수협과 관련된 행정, 선수들의 인권과 복지향상을 위한 에이전트의 역할 등으로 영역을 넓혀 갔다.  
 
이후 장원철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가 2기 회장을 맡았고, 올해부터 3기 체제가 출범, 이기광 국민대 체육과 교수가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야구학회는 리더들의 전공분야가 다양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야구를 경기로서만 바라보지 않고 다양한 학문의 영역으로 연결해 해석하고 연구하는 모임으로 발전하고 있다.
  
야구학회, 정재승 교수 주축 2013년 출범
 
올스타전이 개최된 지난 21일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야구학회 여름학술대회. 각계 전문가 150여 명이 참가해 야구의 학문적 접근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사진 한국야구학회]

올스타전이 개최된 지난 21일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야구학회 여름학술대회. 각계 전문가 150여 명이 참가해 야구의 학문적 접근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사진 한국야구학회]

이번 여름 학술대회 초대손님으로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이 초빙된 것은 다소 의외였다. 대표팀 사퇴 이후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던 그는 최근 목동야구장에서 뉴욕 양키스 지도자 연수를 발표한 데 이어 이날 행사에 참가, ‘원칙, 그리고 순리’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야구철학을 대중 앞에서 피력했다.
 
이어 캐슬린 김 변호사, 인사이드피치 필자 이태일, 김언호 한국 스포츠 정책과학원 박사, 안성진 성균관대 데이터 사이언스 융합학과 학생 등의 발제가 이어졌다. 다양한 분야에서 야구를 연구하자는 관점이 제시됐다. ‘인사이드피치’는 발제 중간에 최태원 SK 회장이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 측정’이라는 관점을 소개했다. 프로야구에 대입해 보면 프로야구가 경제적으로 그 가치를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것과는 별도로 사회적으로 그 존재 명분과 가치를 유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야구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고, 좋은 문화와 전통으로 여겨질 수 있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올해 미스터 올스타에 뽑힌 SK 한동민. [연합뉴스]

올해 미스터 올스타에 뽑힌 SK 한동민. [연합뉴스]

학술대회 패널 토론 코너로 준비된 내용은 현장의 목소리였다. 이종열 국가대표팀 코치·SBS 해설위원의 사회로 유정민 서울고 감독, 마해영 독립야구 성남 블루팬더스 감독, 강흠덕 야구학교 트레이너, 학생 야구선수 아버지 안영민씨 등이 패널로 참가했다.
 
이들은 학생야구 선수의 훈련과 관리, 그 경기가 ‘현명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화두로 던졌다. 전통적으로 경기력에 몰입되어 학생선수에게는 지나치다 싶은 ‘강훈’이 학교에서 진행되어온 것과 관련, 이런 방식의 훈련과 경기가 학생 선수의 삶에 적절하냐는 주제였다. 유정민 서울고 감독은 “초등학교 지도자를 포함해 25년 학교 야구감독을 해 왔다. 초창기에는 경기에서 이기는 야구를 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의 야구는 없었다. 10년 정도가 지난 뒤 깨달았다. 학생 자신의 야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달라졌다. 자율성을 보장해 주었다. 튀는 선수의 개성도 존중해 준다. 오히려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능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게 맞다. 시대가 달라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학생 선수들의 입장 이해하고 도와줘야
 
지도자, 트레이너, 학부모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학생선수에게 요구하는 방식의 야구에서 학생선수의 입장과 환경을 이해하고 이를 도와주는 방식의 야구가 바람직하며 이런 방향이 시대가 요구하는 ‘스마트 코칭’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학술대회를 주관한 이기광 회장은 행사를 마치면서 “야구학회는 ‘야구의 학문적 접근’이라는 그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며 다양한 관점에서 야구를 해석하고 연구하는 모임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성적 중심의 야구를 가치 중심의 야구로 바라보는 관점을 만들고 야구를 경기 이상의 문화로 인식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국보’ 선동열 “지도자는 선수 마음 헤아릴 줄 알아야”
국가대표 감독 시절 선동열. [연합뉴스]

국가대표 감독 시절 선동열. [연합뉴스]

“더는 뒤에만 있지 않겠습니다.” 뭔가 결심을 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날 1시간 30분 남짓 강연을 마친 ‘국보’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이 한 말이다. 지금까지 자신의 야구 경력 내내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렸던 그다. 까까머리 고교생 때부터 늘 은근하게 자신의 내적 발전을 추구하는 성향이었던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흠칫하고 놀랄, 선언적 한마디였다. 그는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감독으로 참가해 금메달을 땄지만, 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잡음으로 금의환향은커녕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그 과정에서 일부의 편협한 목소리를 이용한 국회의원과 그 정서에 상처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14일 국가대표 감독 사퇴 기자회견에서 “감독으로서 선수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해 참담했다. 스포츠가 더는 정치에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돌직구를 날리고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은인자중하던 그는 최근 세상 밖으로 나왔다.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로 지도자 연수를 떠난다는 결심과 함께였다. 선수로서 한국·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하고, 국내 프로야구 삼성, KIA에서 사령탑을 맡았던 그다. 그는 이날 “화려한 현역을 보냈지만 한편으로는 늘 미국야구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자신의 못다 이룬 꿈에 관해 설명했다.
 
야구선수로서는 ‘국보’로 불릴 정도로 화려했지만, 시민으로서는 한국 근대사의 아픈 손가락이다. 청소년대표시절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그는 고려대 재학시절, 졸업하고 프로가 아닌 실업팀(한국화장품)을 택하며 꾸준히 메이저리그라는 최고의 무대에 서길 원했다. 그런 그를 국내에 붙잡아 둔 것은 1980년대 시대적 상황 때문이었다.  
 
해태를 거쳐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에서 4년간 활약한 그는 1999년 주니치에서 나와 메이저리그에 한 번 더 도전할 기회가 있었지만 포기하고 은퇴했다. 그는 이날 ‘아직은 밝히기 힘든 이유’라고 했다. 그때 그의 나이 서른여섯. 유니폼을 벗기에는 아쉬운 때였다. 그는 “지도자는 선수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과의 약속으로 산다”고 했다. 내년 스프링캠프로 예정된 양키스 연수도 자신이 청년시절 이루지 못했던 메이저리그로의 꿈에 대한 도전이며, 스스로 자신의 인생과 맺은 약속이라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시대의 지도자들, 프로야구 선수들도 자신과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켜주기 바란다”라는 당부를 했다. 그는 우선 양키스 초청으로 내년 스프링캠프를 함께하지만, 정규시즌 동안에도 그 연수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태일 전 중앙일보 야구전문기자
중앙일보 야구전문기자를 거쳐 인터넷 네이버 스포츠실장을 지냈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대표이사로 7년간 재직한 뒤 지금은 데이터업체 스포츠투아이 대표로 있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