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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 껍질 가득 中푸드코트…여기가 마윈이 외친 신유통 현장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3년 전 '신유통(New Retail)을 주창했다. 전자결제·빅데이터를 무기로 온·오프라인 물류·배송을 한 데 묶은 "미래 유통"이다. 
신선식품 소매업체인 '허마셴셩(盒马鲜生·허마)'은 중국 신유통의 대표주자다. 20% 온라인과 80% 오프라인을 잇는 거점이다. 팔팔한 민물 가재를 날로 팔고, 삶아 내놓고, 모바일로 주문하면 30분 이내에 배달한다. 

[세계유통 아마겟돈 2] 중국 르포
마윈의 '신유통' 발원지, 항저우 허마 가보니

이듬해 마윈은 "순수 전자상거래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구멍가게까지 디지털 우산 아래 편입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비약적으로 성장한 유통 생태계를 발판으로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혁신과 값싼 노동력, 효율적인 규제 등 선순환 구조 덕분이다. 중국 신유통 발원지, 항저우 허마를 찾았다.
 
지난 5월 19일 알리바바 본사 옆 쇼핑몰 '친청리(亲橙里)' 허마 매장. 스낵·가공식품·과일과 푸드코트가 차례로 있는 허마는 '작은 이마트'처럼 보였다. 중국산 샤오롱샤(小龙虾·민물가재)를 비롯해 영국산 활어, 캐나다산 바닷가재 등이 가득했다. 해산물을 사서 조리 코너에 접수하면 전광판에 남은 조리 시간이 표시되고, 15~20분 후에 우편함 같은 박스를 통해 음식을 받을 수 있다. 테이블마다 샤오롱샤를 까먹은 붉은 껍질이 가득했다. 
 
화다준 부부가 항저우 허마 매장 무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화다준 부부가 항저우 허마 매장 무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20~40대 연인·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지만, 노년층도 눈에 띄었다. 화다준(82)·펭시안(69)씨 부부는 "평소엔 집 가까운 재래시장에 가고, 여긴 산책 겸 온다"며 "여태 살면서 가장 편리하다"고 했다. 모바일을 통한 결제도 척척 했다. 그러고 보니 허마엔 계산대 점원은 물론 출입을 제한하는 게이트가 없었다. 한국 KTX가 검표하지 않는 것처럼 '허취팡(盒區房·허마 매장 3km 이내 지역)'의 생활 수준이 그 정도에 올랐다는 의미다.    
허마는 O2O(Online to Offline) 물류 거점이기도 하다. 파란 셔츠를 허마 직원 중 운동화 바닥에서 소리가 나도록 뛰어다니는 사람이 있다. 온라인 주문 제품을 피킹(Picking·채집)하는 인력이다. 매장 내 컨베이어벨트에 걸린 장바구니는 배달 플랫폼 '어러머(Ele.me)'를 통해 30분 이내에 전달된다. 주문에서 피킹까지 7분, 전동 이륜차로 배송하는 시간은 10~15분이다. 마윈이 호언장담한 "3km 이내 30분 배송"의 실제 구현이다. 
 
알리바바 본사 '뮤지엄' 1층의 전광판. 김영주 기자

알리바바 본사 '뮤지엄' 1층의 전광판. 김영주 기자

알리바바 본사 뮤지엄 1층 커다란 전광판이 있다. 항저우 시내를 구현한 디지털 맵으로 하늘에선 '하마(허마) 아이콘이 떨어지고 도로엔 형형색색의 선이 실핏줄처럼 얽혀 있었다. 타오바오·티몰 등 플랫폼을 통한 실시간 주문량과 지역별 집중도 또 최적의 물류·배송 동선이다. 온·오프 유통 생태계를 구축한 알리바바가 인구 1000만 도시 헝저우의 맥을 짚고 있었다.
 
◆"유통 규제, 중국이 더 자본주의"
알리바바는 징둥닷컴과 함께 중국의 유통을 양분한다. 또 알리페이·위챗페이는 15억 중국인의 지갑이 됐다. 
다수의 전문가는 중국 신유통의 급성장 비결로 "리테일(소매)과 테크의 결합"을 꼽았다. 『알리바바가 온다(2019)』의 저자 임정훈 씨는 "마윈은 허마를 통해 중국의 젊은이를 끌어들였고 참신함과 재미가 있는 소비의 무대를 제공했다"며 "지급·결제 시스템을 포함해 빅데이터·AI 등 알리바바의 자원이 총동원됐다"고 말했다. 
 
또 저렴한 노동력 그리고 정부의 역할을 꼽았다. 특히 한국보다 훨씬 덜한 유통 규제가 작용했다. 임씨는 또 "중국 정부 통제가 미치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유통 규제는 기본적으로 네거티브(Negative)로 한국의 포지티브(Positive)와는 다르다"며 "그런 면에선 중국이 더 자본주의적"이라고 말했다. 네거티브 규제는 금지된 것 외에 나머지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모바일 경제도 한몫했다. 박찬욱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의 신유통은 물류·배송·결제시스템 등에서 한 단계씩 건너뛰었다. 매년 새로운 유니콘 기업이 나오는 배경"이라며 "한국에선 '3km 내에 30분 배송'은 규제에 걸려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알리바바와 동네 슈퍼의 공생 
항저우 절강대 근방에서 동네 슈퍼를 운영하는 황하이동(48)씨는 2년 전 6만 위안(약 1000만원)을 들여 가게를 새로 단장하며 '티몰 인기', '티몰 추천' 상품을 카운터 앞에 진열했다. 알리바바 빅데이터에서 추출한 소비 트렌드를 반영했다. 간판도 '티몰 소매점(天猫小店)'으로 달았다. 
  
황씨는 "새 단장 후 매출이 50% 늘었다"고 말했다. 또 "주변에 슈퍼와 편의점이 여럿 있지만, 우리 가게가 더 경쟁력 있다"며 "알리바바를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추천 상품을 통해 젊은 층이 늘고 알리페이도 매출이 오른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티몰 소매점은 동네 슈퍼와 협업하는 신유통의 연장선이다. 마윈은 애초 신유통이 소매 시장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했다. 신유통 생태계 확장이 목적이다. 
 
그래서인지 중국의 소상인·자영업자는 알리바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허마 건너편엔 샤오롱샤 주 메뉴로 하는 음식점이 줄지어 있다. 가격도 128위안(약 2만1000원·1.5kg 기준)으로 허마보다 싸지 않다. 한 음식점 직원 웨이씨는 "(허마를)신경 쓰지 않는다. 허마에 가는 사람과 우리 가게를 찾는 사람은 다르다"고 말했다. 오후 11시에도 선술집은 불야성을 이뤘다.    
 
심준석(54)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은 "알리바바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가 위협받는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소비자 타깃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은 여전히 경제성장률이 6~7%에 달해 고루 잘 되는 편"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마윈의 신유통은 기존의 것을 뺏어오는 게 아니라 새로운 플랫폼의 출현으로 잠재 수요를 깨우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항저우·상하이(중국)=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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