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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너희 나라로 가라”는 토착주의 포퓰리스트의 선동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전 세계의 많은 정치인이 대중의 불만과 증오에 호소하는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으로 지지 세력을 확대해왔다. 포퓰리스트는 기존 정치에 실망하고 경제·사회의 불공정에 불만을 가진 계층을 선동하는 정치적 수사와 선심성 정책을 내세워 지지를 얻는다. 최근에는 포퓰리스트가 경제·정치적 요인을 넘어서 급격한 세계화에서 느끼는 소외감, 이국 문화와 종교에 대한 위화감, 개인의 자유와 인권, 환경을 중시하는 시류에 반감을 품은 대중에 호소하면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포퓰리즘이 토착주의에 편승해
대중의 불만과 증오에 호소하면
결국 민주주의와 경제를 해칠 뿐
분열·반외세 아닌 포용·상생해야

포퓰리즘은 사회 구성원을‘순수한 대중’과 ‘부패한 기득권층’으로 나누고 정치는 대중의‘진정한 의사’를 대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중의 환심을 사기 위해 소득재분배, 복지지출 확대, 보호무역과 같은 경제정책을 추진한다. 중남미 포퓰리즘을 대표하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와 니콜라스 마두로는 부유층과 엘리트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기고 대중의 불만에 호소하며 대통령에 당선되어 사회복지 지출을 늘리고 사기업의 국유화, 가격 통제,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장에 무차별적으로 개입했다. 결국,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는 쇠퇴하고 경제 위기로 모든 국민이 피해를 겪고 있다.
 
최근 들어 포퓰리즘은 자국에서 출생한 국적자의 권리를 이민자보다 더 중요시하고 외래적인 것을 배척하는 ‘토착주의(nativism)’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토착주의 포퓰리스트’는 이민자, 소수 인종과 종교인, 범죄자, 세계주의자 등을 공격하여 다수의 환심을 사려 한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수상은 “이민자들이 우리의 안보와 생활방식, 기독교 문화를 위협하고 있다”라면서 난민·이민자를 배척했다.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여성을 비하하고 인종차별적 언행을 했다.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슬람 국가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반대세력을 탄압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법질서를 내세우면서‘마약과의 전쟁’에서 용의자를 재판 없이 처형하고 반외국 정서에 호소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류정치에 대한 비판, 보호무역주의와 반이민 정책으로 인기를 얻는 포퓰리스트로 분류된다. 지난 14일에는 민주당 하원의원 4인방에 대한 불만을 “자기가 온 망가지고 범죄에 찌든 나라로 돌아가서 고쳐보라”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이들 유색인종 여성 초선의원들은 모두 미국에서 출생했거나 어릴 때 미국으로 온 시민권자이다. 미 의회가 결의안을 통과해서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언을 규탄했다. 그러나 여당인 공화당의 찬성표는 거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하고 있고 여론조사 기관인 라스무센의 최근 조사에서는 50%에 달했다.
 
한일 갈등이 격화되면서 일본과 한국의 정치인들도 ‘토착주의 포퓰리즘’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 정부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한 이후, 두 나라 지도층이 직접 나서서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죽창가’를 언급하고 일본과 경제 전쟁에서는 “애국 아니면 이적”이라고 결사항전을 외쳤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아베를 편드는 듯한 발언을 하는 분들은…동경으로 이사하든가”라고 말했다. 정부 대응을 비판하거나 외교 협상을 주장하면‘친일파’로 공격을 받는다. 22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8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우파·좌파를 가릴 것 없이 모든 정치인에게 포퓰리즘은 대중의 불만과 증오에 호소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 상황을 만들 수 있는 매력적인 정치 수단이다. 포퓰리스트는 국민을 앞세워 자기 자신과 정파의 이익을 챙긴다. 대중이 시간이 지나서 포퓰리스트의 달콤한 말에 속았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포퓰리즘 정권을 견제하는 언론과 사법부, 정당이 무력해지면 대의 민주주의와 법질서가 후퇴한다. 보호무역, 외국자본 배척,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과 같은 포퓰리즘 경제정책은 경쟁, 투자와 기술발전을 저해해 성장뿐 아니라 분배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토착주의 포퓰리스트가 이민자와 소수를 핍박하면 내부 분열과 정치 혼란이 발생하고, 심지어 테러와 내전으로 국가를 파탄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역사에 종종 발생했다.
 
한국 사회에서 이제 토착주의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리면서 편 가르기와 사회 분열이 더 심해지고 무역 분쟁과 경제 침체도 장기화할까 걱정이다. 식민지 역사, 분단과 지역감정이 큰 영향을 미치는 한국은 토착주의 포퓰리스트가 나오기 좋은 환경이다.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기구와 법질서, 언론, 시민 단체의 비판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여 포퓰리즘을 견제하고 통제해야 한다. 꾸준한 경제성장과 소득분배 개선으로 대중의 경제 불만을 해소해 이들이 포퓰리즘에 쉽게 현혹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주변국과의 갈등이 심할 때일수록, 우리 사회가 토착주의 포퓰리스트의 선동을 경계하고 정부는 국익을 추구하면서도 주변국과 상생하는 노력을 해야할 때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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