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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스터’ 관람객을 불러냈다, 82세 작가 호크니의 힘

데이비드 호크니 그림엔 주변의 자연과 사람, 그리고 시간을 보고 느끼는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은 50개의 캔버스에 그린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2007, 457.2x1220㎝), 영국 테이트 미술관 소장품. © David Hockney, Photo Credit: Prudence Cuming Associates, Collection Tate, U.K.[사진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 그림엔 주변의 자연과 사람, 그리고 시간을 보고 느끼는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은 50개의 캔버스에 그린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2007, 457.2x1220㎝), 영국 테이트 미술관 소장품. © David Hockney, Photo Credit: Prudence Cuming Associates, Collection Tate, U.K.[사진 서울시립미술관]

이 정도면 ‘성지순례’급이다.
 

서울시립미술관 회고전 큰 인기
개막 4개월 만에 30만 명 몰려
인물·자연 주제로 쉼 없는 실험
감각 중시하는 2030 관객 호응

24일 오후 5시 서울 서소문에 자리한 서울시립미술관(SeMA) 본관. 평일 저녁인데도 미술관 건물 안팎은 관람객으로 붐볐다. 3개로 나뉜 전시장에도, 전시 관련 다큐멘터리를 틀어놓은 특별 공간에도 사람들이 꽉 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개막 4개월 만에 관람객 30만 명을 돌파한 ‘현대미술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 회고전 현장이다.
 
지난 3월 22일 시작한 호크니 회고전 관람객이 23일 기준 30만6114명을 넘어섰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예술가 중 한 사람인 호크니가 한국 관람객들과 통했다.
 
이 전시는 60년간 인물과 풍경 등을 주제로 회화·드로잉·판화·사진 등 여러 매체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영국 출신 미술가 호크니(82)의 예술적 여정을 소개한다. 호크니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그 이유를 분석해봤다.
 
젊은 시절의 호크니. 1960년대 초반부터 ‘스타 작가’로 주목받았다.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젊은 시절의 호크니. 1960년대 초반부터 ‘스타 작가’로 주목받았다.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2017년 시작된 ‘바람’=‘호크니 열풍’은 어느 정도 예견된 현상이었다. 80세 생일에 맞춰 2017년부터 시작한 대규모 회고전은 1년간 영국 테이트미술관, 프랑스 퐁피두 센터,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순회하며 100만 명을 끌어모았다. 2018년 12월엔 호크니의 ‘예술가의 자화상(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이 약 1019억원(약 9030만 달러)에 경매에 낙찰돼 당시 현존하는 작품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지난 5월 제프 쿤스의 스테인리스 조각 ‘래빗(토끼)’이 1082억5000만원(9107만5000달러)에 낙찰되며 깨졌지만, 호크니의 인기와 예술적 가치는 이미 확인된 상태였다. 2018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미술평론가 조너선 존스는 “호크니는 팝아트를 15세기 르네상스 미술의 선구자인 얀 반 에이크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호크니야말로 엘리트주의 속물근성에 저항한 문화민주주의자이며 현대의 영웅”이라고 평가했다.
 
◆‘감각’으로 통했다=국내 관람객의 호응은 예상보다 더 뜨거웠다. 전시기획자이자 미술 평론가인 김노암 아트스페이스 휴 대표는 이 열풍의 키워드로 ‘감각’을 꼽았다. 김 대표는 “그동안 현대미술 전시에 쏠림 현상이 있었다. 특히 미술계에서도 감각적인 경험 그 자체보다 관념적이고 개념적인 것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 관념에서 벗어나 감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관객층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장년 관객이 두루 눈에 띄지만, 과거 세대와 비교해 미술에 대한 안목과 정서·태도가 크게 변화한 20~30대 관객이 이 열풍의 주역이라는 설명이다.
 
호크니는 전통적인 예술 교육을 받았지만, 관습의 엄격한 틀에서 벗어나 세상을 새롭게 표현하기 위해 작품 스타일과 매체 면에서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이승아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 “호크니는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흔들며, 게이로서의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감추지 않고 성과 사랑에 대한 주제를 과감하게 파고들었다”며 “강렬한 색감이 매혹적인 데다, 한 번 보고 지나치기에는 작품마다 디테일이 많이 배어 있어서 볼수록 빠져든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호크니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장.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장.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 나의 부모님, 1977, 캔버스에 유채, 182.9ⅹ182.9 cm.ⓒ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 Tate, London 2019.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 나의 부모님, 1977, 캔버스에 유채, 182.9ⅹ182.9 cm.ⓒ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 Tate, London 2019.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이토록 매력적인 회화=최열 미술평론가는 호크니 인기를 ‘회화의 힘’으로 풀이했다. 최 평론가는 “근대 시기의 회화는 예술가의 영혼과 작품이 하나가 돼 전하는 감동이 있었다”며 “호크니는 회화의 감동을 새로운 시대, 새로운 관점으로 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크니 작품은 누가 보아도 어렵지 않게 다가오고, 더 알고 보면 원근·기억·공간·자연에 대한 천재적인 해석과 열렬한 탐구 정신이 감동을 자아낸다는 것이다. 최 평론가는 “최근 ‘개념’에 치중한 현대미술 작가들이 도외시하는 것을 그는 이렇게 쉽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감동으로 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를 보고 있는 관람객들. [사진 뉴시스]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를 보고 있는 관람객들. [사진 뉴시스]

◆관람객이 달라졌다=강수미 미술평론가(동덕여대 교수)는 이 현상이 최근 새로운 관객층이 부상한 현실과 맞물려 있다고 강조했다. 강 평론가는 “호크니 전시는 단순히 ‘순수미술’로 수용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적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지닌 세대가 패션·인테리어·굿즈와 다르지 않은 문화 상품의 하나로 즐기고 있는 것”이라며 “이들은 호크니의 삶, 작업 방식, 감각적인 작품 등을 ‘스웩’ 넘치는 ‘힙스터’의 산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 평론가는 “요즘 관람객에게 취향이라는 것은 매우 종합적인 개념이다. 이 점에서 기존의 엘리트 미학과 다른 맥락에서 관람객들이 호크니 전시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현상 자체가 호크니라는 작가가 보여주는 대단한 힘”이라고 말했다.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부장도 “전시장에서 봤을 때 관람객의 변화가 크게 눈에 띈다”며 “주말에 1시간 정도 기다리는 상황에서도 불평하지 않고, 작품을 꼼꼼하게 보는 성숙한 관람 태도가 두드러진다. SNS를 통해 관람 요령을 습득하는 등 ‘선행 학습’을 하고 온 관람객이 ‘성지순례’하듯이 전시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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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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