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권혁재 기자 사진
권혁재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경복궁의 밤, 조선의 시간으로 걷다

 
 
 
 
경복궁 근정전

경복궁 근정전

 
경복궁의 밤을 기다려왔습니다.  
하늘이 빚은 어둠과,
사람이 빚은 밝음이 한데 어울리는 시간,
고스란히 드러날 궁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겁니다.
 
한 나라가 비롯된 궁이었던,
침략에 불타 폐허가 되었던,
그것으로 말미암아 270여년간 폐허였던,
그 암울했던 시간 위에 새로 세웠던,
그조차도 일제강점으로 유린당했던,
그것을 딛고 새로 세운 그 밝음을 온전히 보려 기다려 왔습니다.
 
 
광화문 홍예문

광화문 홍예문

 
드디어 지난 7월 21일,
경복궁 야간개장을 했습니다.
어둠이 있기에 밝음이 오롯이 드러나듯,
오롯한 궁의 밤을 고대했습니다.
 
오후 7시 30분부터 입장입니다.
아직 하늘은 밝음을 머금었습니다.
차츰 올 어둠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광화문 홍예문에 서서 경복궁에 내려앉을 어둠을 기다렸습니다.
 
 
흥례문

흥례문

 
오후 8시 8분,
어둠이 더디게 오고 있습니다.
흥례문에 오르는 빛이 점점 밝아져 옵니다.
비 온 뒤 갠 터라 바닥에 고인 물에도 흥례문이 담깁니다.
 
 
해태상과 광화문

해태상과 광화문

 
오후 8시 24분,
이제야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둠과 밝음이 한데 어울린 시간,
고스란히 드러나는 궁으로 걸어갔습니다.
 
 
근정문

근정문

 
근정문입니다.
예서 왕과 문무백관이 조참의식을 행하고 즉위식을 거행하기도 했습니다.
이 문은 단지 드나드는 곳이 아니라 정치활동의 시작점이었습니다.
 
근정문에서 즉위한 첫 번째 왕이 단종이었습니다.
 
근정문을 바라보며 취재를 도와준 분이 말했습니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하지 않는 곳이 경복궁입니다.”
그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품계석과 근정전

품계석과 근정전

 
근정전에 들어섰습니다.
빛 받은 근정전이 그 무엇보다 도드라집니다.
 
근정전은 국가행사를 위한 공간입니다.
그만큼 근정전은 높고, 마당은 넓습니다.
근정전 높이가 바닥에서부터 25m입니다.
웬만한 아파트 8층 높이입니다.
 
마당엔 품계석이 줄지어 섰습니다.
행사 땐 신하들이 품계에 따라 좌우로 마주 보고섭니다.
 
바닥에 깔린 박석은 울퉁불퉁합니다.
게다가 사이사이가 성글었습니다.  
낮에 햇빛 받은 박석이 난반사 되어 눈부시지 않게끔 거칠며,
빗물이 잘 빠지게끔 사이가 성글었다고 했습니다.
하물며 바닥 얇은 돌에도 이야기가 베어져 있는 게 경복궁입니다.
 
 
 
근정전 내부

근정전 내부

 
근정전 내부입니다.
우선 용상이 눈에 띕니다.
그 뒤로는 해와 달, 
다섯 봉우리가 그려진 ‘일월오봉도’가 있습니다.
봉우리는 동쪽 금강산, 서쪽 묘향산, 남쪽 지리산, 북쪽 백두산, 중앙 한양 북한산을  
의미합니다.
임금이 공식적으로 앉는 자리 뒤쪽엔 항상 설치되는 그림입니다.
이른바 왕의 상징인 셈입니다.
 
 
근정전 문살

근정전 문살

 
근정전 문살입니다.
화려하지 않습니다.
외려 담박합니다.
 
자세히 보면 육각형이 반복됩니다.
장수를 의미하는 거북이 등을 본뜬 무늬입니다.
문살 거쳐 창호지에 맺힌 빛이 꽃처럼 폈습니다.
 
 
 
근정전 칠조룡

근정전 칠조룡

 
천장엔 칠조룡이 새겨져 있습니다.
일곱 발톱을 가진 용이라 하여 칠조룡입니다.
일반적으로 용 그림은 발톱이 네 개, 다섯 개인데 유독 일곱 개인 이유가 뭘까요?
고종이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경복궁을 지은 이유가 왕권 강화 때문입니다.
왕권 회복의 의지가 일곱 개의 발톱에 담겨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임진왜란으로 파괴되었고,
270여년간 폐허였던 근정전은 역사의 시련 위에 새로 선 겁니다.
 
 
근정전 행각

근정전 행각

 
근정전을 둘러싼 행각입니다.
행각은 복도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무실이나 창고였습니다.
국가운영에 필요했던 3000여명의 관리가 사용한 겁니다.
 
그런데 1915년,
일제가 조선물산공진회라는 박람회를 개회하면서,
칸막이를 없애고 복도식으로 개조하여 물건들을 전시했습니다.  
그들이 조선에 끼친 영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궁을 유린한 겁니다.
 
행각을 걷는 걸음걸음이 아렸습니다.
오래지 않아 본디 모습을 찾기 바랄 뿐입니다.
 
 
경회루

경회루

 
경회루는 각종 연회를 했던 곳입니다.
경복궁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인왕산과 북악산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물에 비친 경회루와 연꽃

물에 비친 경회루와 연꽃

 
성종 시절에는 1층 화강암 기둥에 용무늬가 새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연못엔 연꽃이 그득 했다고 합니다.
기둥 용무늬가 물에 비칠 때,  
연꽃 사이에서 용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만 같았다고 합니다.
 
성종때  유구국 사신이 이를 두고 조선에서 가장 놀라운 것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유구국은 일본 오키나와에 있던 작은 나라였습니다.
 
 
 
수정전

수정전

 
경회루 앞 수정전에서는 고궁음악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저녁 8시부터 50분간 야간개장 시 열립니다.
 
이 수정전 자리에 집현전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른바 한글이 태동한 자리입니다.
세종대왕이 걷으며 고민했을 그 자리를 한참 맴돌았습니다.
 
 
사정전

사정전

 
사정전입니다.
정치할 때는 깊은 생각을 품어야 한다는 의미이며,
왕이 일하는 장소라 할 수 있습니다.
 
 
 
사정전 내부

사정전 내부

 
어김없이 왕의 상징인 '일월오봉도'가 있으며,  
그 위로 운룡도가 있습니다.
구름은 신하, 용은 왕을 의미합니다.
왕과 신화가 조화를 이루어서 국정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그림입니다.
 
천장 단청이 바랬습니다.
1867년에 단청한 것으로 이후 덧칠한 기록이 없다고 합니다.
세월의 더께로 바랜 단청, 은은합니다.
과연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하지 않는 곳임을 다시금 보여줍니다.
 
 
 
강녕전

강녕전

 
강녕전은 왕의 침실입니다
사정전에서 일한 후, 왕이 퇴근하는 곳입니다.
 
지붕 위 양쪽에 나란히 줄지어 있는 것들이 ‘잡상’입니다.
잡상은 소설 서유기의 주인공인 삼장법사,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 등 상상의 동물 모형입니다.  
마치 보금자리로 돌아와 앉은 새마냥  지붕에 자리했습니다.
 
 
 
강녕전 굴뚝과 교태전 담장

강녕전 굴뚝과 교태전 담장

 
왕비의 침실인 교태전으로 들어가는 담장입니다.
특이하게도 담장인 듯 아닌 듯 툭 튀어나온 벽이 있습니다.  
이는 강녕전 굴뚝입니다.
왼쪽엔 만수무강, 오른쪽엔 천세만세라는 글이 상담되어 있습니다.
 
굴뚝 옆 담장에 아주 작은 구멍이 하나 보입니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기에 십상입니다.
연기 구멍인 '개굴'입니다.
모깃불처럼 연기를 뿜어 모기나 해충을 쫓는 기능을 합니다.
 
 
 
교태전

교태전

 
교태전은 왕과 왕비가 조화로워야 한다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조화로워야 국가가 안정된다는 큰 뜻을 담은 겁니다.

여기를 중전이라고도 합니다.
구중궁궐 속 가장 가운데라는 뜻으로 그리 일컫습니다.
 
 
협문과 불빛

협문과 불빛

 
조그만 문 옆으로 올망졸망한 방들이 있습니다.
궁녀나 내관들의 방이며,
문은 그들이 다니는 길입니다.
이름 없는 그들이 있었기에 궁이 있었고,
나라가 있었습니다.
땅바닥에 내려앉은 빛과 그림자.
그들의 이야기인 것만 같습니다. 
 
 
 
아미산

아미산

 
아미산입니다. 
교태전 뒷 정원입니다.
왕비의 정원인 겁니다. 
 
비에 산기슭이 무너지는 것을 방비하고자,
계단 형식으로 만들어 꽃과 나무를 심었습니다.
 
아미산엔 교태전 굴뚝 네 개가 있습니다.
1867년에 지은 굴뚝이 지금껏 그대로 내려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미산 굴뚝

아미산 굴뚝

 
굴뚝 면마다 십장생, 사군자 무늬가 새겨져 있습니다.
 
 
 
아미산

아미산

 
취재를 도운 분이 말했습니다.
"왕비의 눈높이에서 한번 보십시오."
 
교태전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습니다.
세 번째부터는 출입금지입니다만,
두 번째 계단까지는 올라갈 수 있습니다.
 
거기 서서 보는 모습과 왕비가 교태전에 앉아서 보는 눈높이가 얼추 비슷합니다.
 
한참을 보고 있는데 그가 다시 말했습니다.
"어쩌면 조선 시대 명성황후가 봤던 그 모습 그대로 일 겁니다."
 
먹먹했습니다.
그곳에 서서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경복궁 근정문

경복궁 근정문

 
경복궁,  
짓고,  
침략당하고,  
불타고,  
새로 짓고,
유린당하고,
또 새로 세웁니다.
 
본디 오롯한 그 모습을 바로 세우는 것,
오늘날 남은 우리의 몫입니다.
 
 
이번 경복궁 야간개장은 7월 21일(일)부터 8월 3일(토)까지 입니다.
관람 시간은19시30분부터  22시까지입니다. (입장 마감 시간은 21시입니다.)
화요일인 7월 30일은 휴궁입니다.
인터넷으로 사전예약 해야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이점 유의하십시오.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이메일 받기를 하시면
기사 업데이트 시 메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기자들의 연재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