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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국 동료 교수들 “소수의견 낸 법관은 다 친일파인가”

학자들에게 특히 중요한 게 '동료평가(peer review)'다. 논문 투고까지 두루 적용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동료, 특히 같은 직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동료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 페이스북에 연이어 이분법적 견해를 드러낸 데 대해서다. 2001년 서울대 법과대학(로스쿨 전신) 교수로 부임한 조국 수석은 2017년 청와대로 옮기면서 휴직계를 낸 상태로 교수 신분을 유지 중이다.  
 
조국 민정수석이 2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민정수석이 2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수석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2012년 및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부정·비난·왜곡·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22일엔 “한국의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한국 대법원 판결을 비방ㆍ매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일지 몰라도, 무도(無道)하다”고 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그러자 서울대 로스쿨의 A 교수는 페이스북에 친구 공개로 “국가보안법 비판하면 빨갱이라고 비난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그 수준은 우리가 넘어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분도 아닌 정부 고위직이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면 친일파라고 한다. 순간 감정이 격하여 실수하신 것이라 믿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너무도 슬프고 암담한 일이다”라고 썼다.  

 
동료 B 교수 역시 페이스북 친구 공개 글로 “대법원을 포함한 법원 판결을 곱씹어 보는 것은 모든 깨어있는 국민이 해야 하는 일이고, 특히 법학자라면 법원 판결에 대해 항시라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적었다. B 교수는 2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근본적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다. 네편 내편 가르고 친일파라 일컫는 이분법적 사고는 초등학교 수준의 민주주의 원리에도 반한다고 생각했다”고 글을 쓴 계기를 전했다.
 
2015년 6월 14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당권재민 혁신위원 상견례에 참석한 조국 당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앙포토]

2015년 6월 14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당권재민 혁신위원 상견례에 참석한 조국 당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앙포토]

익명을 요청한 C교수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동료 교수들의 분위기에 대해 “조 수석이 법학자로서 상식에 어긋나는 말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연구한 그는 “청구권 협정에 대한 해석 문제는 수십 년 간 이어온 문제다. 법학자들도 의견이 모두 다르다. 그런데 견해가 다르다고 친일파라고 부르는 건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대법원 판결에 찬성하는 학자들도 조 수석의 이분법적 논리는 지지하지 않는다”며 “어느 나라에서든 대법원 판결엔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있는데, 조 수석의 논리대로라면 당시 강제징용 판결에서 소수의견을 낸 법관은 다 친일파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실제 2005년 처음 제기된 강제징용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은 13년간 1심 패소(2008년)→2심 패소(2009년)→대법원 파기환송(2012년)→고법 일부 승소(2013년)→대법원 일부 승소(2018년) 판결 등 숱한 갑론을박을 거쳤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 당시에도 전원합의체 13명 법관 중 2명은 소수의견(반대의견)을 냈다. 소수의견을 낸 법관들은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도 포함된다”고 썼다.
 
조국 수석과 잘 알고 지냈다는 동료 D 교수는 “조 수석은 서울대 재직 시절, 남의 의견을 잘 경청하는 교수였다. 지금의 발언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 서울대 로스쿨 동료 교수들 뿐 아니라 어느 법학자들도 동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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